"근처 파출소나 지구대에 가서 오늘 있었던 사건 신고를 꼭 해"

[위클리오늘신문사] “김법! 김법! 김법!”

봉식이는 수화기에 대고 씩씩거리기만 한다.

“...”

“봉식아, 무슨 일 있어? 릴렉스~ 릴렉스~”

“김법, 아놔!!! 추석 전날부터 똥 밟았다!?”

“내가 조금 전에 운전하다 X 돌아이를 만났는데... 아우c...!”

봉식이는 아직도 화가 가시지 않았는지 꽤 흥분한 상태였다.

“워워... 봉식아 천천히 얘기해봐”

“차 좀 세우고 얘기할게”

“내일이 추석이라 어머니 댁 가는 길 도로에서 뒤차가 계속 빵빵대는 거야”

“나는 제한 속도에 맞춰 가는데 계속 상향등 켜고 잡아먹을 듯이 말야”

“소형차에 마누라에 두 공주 태우고 어머님께 드릴 음식과 선물 꾸러미 잔뜩 싣고 속도도 낼 수 없는데 말야”

“어찌나 긴장되고, 화가 나던지 손이 떨리더라고...”

“그리곤 신호등에 걸렸는데 2차로에 뒤차가 멈추더니 창문을 내리고 뭐라고 하는 거야”

“더럽게 인상까지 쓰면서 말야”

“신호가 바뀌고 가족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다음 신호등에 멈춰 섰는데...”

“다시 그 차가 옆에 서더니 창문을 내리라고 손짓을 하는 거야”

“내가 창문을 내렸더니 이놈이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을 하는 거야”

“옆에 마누라도 있고 두 딸도 있는데... 정말 미치겠더라!”

봉식이는 감정을 가누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어찌나 열 받던지 차에서 내려 그놈한테 내리라고 했지!”

“서로 멱살잡이하다 내가 그놈을 밀쳤는데 자기 차에 ‘쿵’ 부딪쳤어”

“난 마누라랑 딸들이 말리는 바람에 대충 마무리하고 다시 차를 탔는데”

“그 개자식이 계속 욕을 하면서 내 차를 발로 차는 거야”

“완전 미친놈 같더라고. 그놈 정신 분열증 환자 같았어!”

“식구들만 아니었어도...”

김법은 극도로 흥분해 있는 봉식이를 진정시키고....

“봉식아, 일단 잘 참았다”

“혹시 모르니까 근처 파출소나 지구대에 가서 오늘 그런 일이 있었다고 신고를 해놔”

“차에 블랙박스 있지?”

“응”

“그러면 추석 지나고 올라오는 대로 영상을 다운 받아둬

“왜?”

“혹시 몰라서 그래”

“응, 알았어”

“추석 잘 지내고, 시골 다녀와서 연락할게...”

김법은 생각한다...

‘1년 전 사무실을 나서 등기소 가는 길에 내 차를 못보고 중학생이 자전거로 내차 조수석 쪽에 부딪혀 넘어졌었다. 학생은 본인 실수라 괜찮다고 하는데 그래서 혹시 몰라 아프면 연락하라고 명함을 쥐여 줬었다.

그런데 다음 날 부모가 전화해 아이 어깨뼈가 다쳐서 병원 가야 된다고...’

나도 그냥 보냈으면 뺑소니범 되었을 상황이었다. “휴....”

며칠 후.

봉식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법! 김법! 김법!”

“경찰서에서 나보고 뺑소니범으로 신고가 됐다고 전화 왔었어”

“누가?”

“추석 전날 그 미친놈이 나를 뺑소니범으로 신고했나 봐. 내일 경찰서로 오래”

“봉식아, 진정하고”

“지난번에 내가 파출소에 신고하라고 했는데 했어?”

“응”

“블랙박스 동영상은?”

“김법 말 듣고 둘째 딸이 다운받아뒀어”

“잘했어”

“그럼 내일 경찰서에 갈 때 그때 사고경위서 파출소에 썼던 거 보내 달라고 하고 블랙박스 영상 가져가

“김법아, 괜찮을까..........”

봉식이는 멱살 잡고 실랑이하다 그놈을 밀쳐 차에 부딪치게 했던 게 맘에 걸려 잔뜩 겁에 질려 말끝을 흐린다.

“쌍방이 그런거니까 괜찮을 거야”

“그리고 상대방도 너 차를 발로 찼으니까 재물손괴죄로 신고해”

“알았어”

봉식이는 불안한지 몇 번을 그렇게만 하면 되냐고 물은 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며칠 후 경찰서에 다녀온 봉식이가 박카스 한 박스를 사 들고 사무실로 찾아왔다.

“김법...”

“너 아녔으면 뺑소니범으로 몰릴 뻔했어”

“그때 사고 당시 신고를 해서 잘 해결된 것 같아”

“잘됐다”

“봉식아”

“교통사고나 차량 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엔 말야”

“반드시 신고하지 않더라도 처벌 규정이 없어서 교통사고 신고 의무는 없어”

“물론, 대형 사고는 피해자가 크게 다치고 차량이 많이 파손되니까 사건을 목격한 누군가가 신고를 해서 경찰이나, 견인차, 구급차 등이 빠르게 출동을 하는데...”

“경미한 사고의 경우 경찰에 연락하지 않고 서로 사고상태를 확인하고 연락처를 교환하거나 보험회사에 접수해서 보험사 직원이 사고 처리를 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아”

“근데 이럴 때 사고 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곤 해”

“가해자가 사고 현장에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처리를 약속해놓고도 사고 현장을 떠나고 잠시 여유가 생기면 본인만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가해자가 말을 바꾸고 잘잘못을 따지게 되면 진짜 피곤하겠지?”

“봉식이 너 경우도 마찬가지야”

“경미한 사고라도 추후에 교통사고로 인해 후유증이 남을 것 같은 경우”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자꾸 미루는 경우”

“너처럼 뺑소니 사고로 몰릴 것 같은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해두면 오늘처럼 억울하게 뺑소니범으로 몰리지는 않는 거야~”

김법 이야길 듣고 난 봉식이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그런 건 첨 알았어”

“다 내 맘같은 줄 알았지...”ㅎ

“고맙다. 김법”^^;;;

“아는 지인들에게도 얘기해 줘야겠다”

“매번 너한테 신세만 지네” 흐흐

“친구끼리 신세는 무슨...”

“어머님은 잘 계시지?”

“그럼. 너랑 한 번 내려오라시더라 맛있는 육개장 끓여 주신다고~”

“아! 김법, 내 친구 봉팔이 알지?”

“응. 부모님이 땅 부자라는 그 봉팔이?”

“맞아. 이번에 시골에 갔다가 봉팔이 부모님께 잠깐 인사드리러 갔었는데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더라”

“봉팔이가 상의할게 있나 봐 다음에 사무실에 같이 올게”

“땅 많이 물려받을 놈이 뭔 고민... 그래 알았어”

봉식이는 김법에게 연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김법 사무실을 나선다.

‘저 자식은 언제 쐐주를 산다는 거야...’

김법은 연휴가 끝나고 계속해서 울리는 상담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김미영 법무사
▲김미영 법무사

)한올법무사 대표

)주식회사 더존자산관리 대표

)위클리오늘 컬럼니스트

)경기도청무료 법룰상담위원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민사조정위원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형사조정위원

2010년 법무사 합격

2005년 공인중개사 합격

1994년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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