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잇단 논란에 휩싸이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치고 있다.

영국 여왕 조문 지각, 바이든 48초 스탠딩 환담, 기시다 30분 만남 등 논란은 차라리 애교였다. 막판에 터진 윤 대통령의 욕설 논란은 주워 담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뒤늦게 정부는 욕설의 대상이 한국 야당이었다고 태도를 바꿨지만, 이제는 욕설의 대상이 문제가 아니게 됐다. 이미 해외 언론들은 그 대상이 바이든과 미 의회를 지칭한 것으로 보도를 끝냈고 미국 의원들은 윤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이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수렁에서 현대차·기아를 구하는 건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한 당시 의전을 단 한명도 내보내지 않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바이든의 대아시아 전략을 망쳤다”고 보도했으며 미 전직 관료들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펠로시 본인은 한 국내 언론에 “한국 측 태도에 매우 불쾌했다”고 대놓고 밝히기도 했으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대통령, 기초부터 배우라”는 따끔한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된 건 그 직후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문제 해결은커녕 ‘굴욕외교’ ‘빈손 외교’ ‘국제 망신’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들게 됐다.

반면 캐나다와 일본은 인플레 감축법 논의 당시부터 미국 각계각층에 로비를 펼치며 손해를 최소화했다.

캐나다는 애초 ‘미국 내 생산된 제품’이라는 조항을 ‘북미’ 지역으로 넓혀 자국을 포함시켰고, 일본은 ‘노조 있는 기업’ 조항을 무노조 기업이 있는 자국의 사정을 반영해 삭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이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관하다 법안이 시행되자 뒤늦게 미국을 방문해 구애했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지난 5월 방한했던 바이든의 립서비스를 무턱대고 믿었던 탓이다.

당시 바이든은 ‘포괄적 동맹’을 강조하며 ‘통큰’ 선물을 선사한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한국 전기차 우대’를 약속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는 미국에 1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면서도 오히려 뒤통수만 맞은 꼴이 됐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경쟁국과 달리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라는 사실이다.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글로벌 5위, 미국 내에서는 테슬라에 이은 2위 기업이다. 이 법안으로 인해 현대차·기아는 한주에 600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 당장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서두른다 해도 빨라야 3년이다. 자칫 미국에서 한국산 차가 퇴출될 수도 있는 기간이다.

이런 미숙한 외교는 지난 NATO 정상회담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바이든 노룩 악수’를 비롯해 핀란드와의 정상회담은 물론 모임의 호스트 격인 사무총장과의 회담마저도 취소당했다. 당시에도 ‘외교 참사’ 비난이 일었음은 물론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외교 방안’을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민주주의’ ‘법과 원칙’이라고 답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일이 있다.

외교는 ‘법과 원칙’이 아니라 ‘편법과 변칙’이 난무하는 전쟁터다. 전쟁터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내각엔 검찰 출신만 장관급 5명, 차관급 5명, 대통령실 6명에 달한다. 전문가를 쓰면 된다던 대통령의 시각에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불과 얼마 전 한국대통령이 G7에 초청돼 환대를 받고 각국 정상으로부터 회담과 초청 러시를 받았던 걸 기억한다. 국격의 추락은 순간이다.

응급환자 살리는 데엔 방법이 중요하지 않다. 정부는 미국에 의해 망가진 국제무역 질서에서 국내 기업들을 살리는 데 진심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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