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 최종 보고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의 2배"

▲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진해운 본사. 삼일회계법인이 한진해운 실사 결과 존속가치에 비해 청산가치가 2배가량 높다는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 한진해운이 설립 40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대한민국 국적선사 1위, 글로벌 7위의 한진해운이 창업 4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회생과 청산의 갈림길에서 공을 넘겨받은 법원의 판단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분위기는 청산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한진해운을 정밀 실사해 온 삼일회계법인이 존속가치 산정 없이 청산가치를 1조7900억 원으로 추산했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존속가치가 약 9000억 원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청산가치가 존속가치의 거의 2배 수준이다.

존속가치에 비해 청산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은 기업을 회생시켜 영업하는 것보다 남은 자산을 정리하는 것이 그만큼 유리하다는 의미다.

최종 판단은 법원 파산부의 몫이다. 청산과 회생 중 법원의 최종 결론은 내년 2월초에 나올 예정다. 하지만 존속가치에 비해 청산가치가 두 배 높게 나타난 이상 법원이 존속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가가 이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13일 청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한진해운 주가는 폭락했다. 종가 기준으로 한진해운 주가는 전날보다 무려 20.78% 폭락한 408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001억원으로 간신히 1000억원에 턱걸이했다. 올 1월4일 종가가 354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10분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연일 사상 최저가를 경신 중이다.

지난 1977년 5월, 국내 최초 컨테이너 선사로 설립돼 무역입국을 세우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며 '해운강국' 구현에 일익을 담당해온 한진해운의 청산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지난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벌여온 한진해운 임직원들은 허탈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진해운 측은 실제 지난 3개월 동안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왔다. 용선 90% 이상을 반납하거나 처분했다. 노른자 자산이던 미주·아시아 노선을 울며 겨자먹기로 매각했다.

한진해운의 청산은 해운강국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위기와 몰락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한진은 설립 이듬해인 1978년 중동항로에 이어 이듬해 북미서안 항로와 1983년 북미동안항로 등을 연달아 개척하며 한국 컨테이너 선사의 역사를 써내려갔던 상징적인 기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한 경기 침체에 빠져 수 천억 원대 적자를 내며 위기를 맞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한진해운은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버팀목이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컨테이너선,  LNG선 등 200여 척 1000여만 톤 선박으로 전세계 60여 개의 정기항로와 부정기 항로를 운영하며 연간 1억 톤 이상의 화물을 수송했던 해운사가 한진해운이다.

이러한 한진해운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대한민국 해운산업 엄청난 손실이란 점에서 정부와 금융권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정부가 자신하던 현대상선의 2M가입이 불발되면서 한진해운에 이어 현대상선까지 위기에 몰리는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칫하다간 한진도 잃고 현대상선도 위태로워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항로를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 해운사가 글로벌 정기선사의 지위를 되찾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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