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고민 끝에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한국은행이 또 다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했다. 앞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지난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끌어내린데 이어 6개월 연속 동결이다.

일각에서 IMF시대를 연상케할 정도의 경기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 정책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미 금리인상 후폭풍과 가계부채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안정쪽을 택한 조치다.

한은은 고민의 깊이가 늘어났다. 경기부양을 위해 마냥 금리를 묶어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본격적인 고금리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돼 금리를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는 지경이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동결이나 인하냐,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한다면 당분간 한은의 선택은 동결쪽이 될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내수 부진 등에 따른 국내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금리인하 기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인하 이후에 다가올 후폭풍이 더 크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외국 자본의 이탈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증시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외국자본이 이탈이 시작됐는데 국내 금리를 낮춰 미국 금리와의 격차가 줄어든다면, 이탈 속도와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무려 1300조 원을 넘는 가계부채는 이미 우기 경제의 시한폭탄이 다름없다. 자칫 금리인하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다시 높아진다면, 금융당국이 감당키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2016년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은 전월에 비해 8조8000억 원 증가한 704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증가폭은 2008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1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인 지경에 도달한 한국 경제 회복을 위해선 단기적 특단의 조치로 금리인하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외 연구기관이 내놓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자고나면 떨어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마지노선인 2% 벽까지 무너질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 결과에 따라 엄청난 정치경제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 마치 1997년 외환위기 당시를 방불케 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좀 무리가 따르더라도 경기는 살려놓고 봐야한다는 금리인하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근본적인 이유다. 한은이 보다 적극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에 나서 경기부터 살려놓고 다음 대책을 마련하지는 취지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한국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는 통화정책"이라며 "한은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측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하며, "국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중 추경 편성과 금리인하를 고려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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