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엘을 그렇게 만든 교만이라는 것을 가장 싫어하지."

[위클리오늘신문사]

▲신을 닮았네-08. 대천사 루시 엘의 변심.(일러스트=이하연)
▲신을 닮았네-08. 대천사 루시 엘의 변심.(일러스트=이하연)

햇살이 따뜻한 나른한 오후, 신께선 오늘도 이층 창가에 않아 커피를 즐기고 계십니다.

간혹, 천사들에게 무슨 지시를 내리시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게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신께서 하시는 일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렇게 힐끔힐끔 곁눈질하던 저와 눈이 마주치자 신께선 말씀하십니다.

 

"커피 한 잔 더 주겠느냐!"

 

"아.... 네...."

 

전 잠시 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커피 한 잔을 만들어 신께 드립니다.

 

"오늘 커피엔 강함 속에도 연한 부드러움이 있구나."

"커피 이름이 무엇이냐?"

 

"아!"

"네."

"흑기사라고 해요."

 

"흠!"

"흑기사라."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아주 아주 오래전 나에게도 그런 기사가 있었지!"

 

"네!"

"그게 누구인데요?"

 

신께서 피식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왜!"

"너도 잘 알 텐데?"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태어나 가장 짙은 어둠이 되어버린 녀석 말이다."

 

"아!"

"그럼."

"혹시!"

"그... 그 루시 엘이요?"

 

"그래."

"루시 엘!"

"여기선 루시퍼라고 하더구나."

 

"아!"

"근데 그는 도대체 왜 그랬나요?"

 

"흠!"

"그건 말이다."

"....."

 

잠시 또 침묵이 흐릅니다.

곧 신께서는 나를 옆에 앉히더니 나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씀하십니다.

 

"난 루시 엘이 가장 바라던 것을 주지 않았단다."

"아니!"

"내가 창조한 그 어떤 천사들에게도 허락하지 않았지."

"넌 그게 무엇인지 아느냐?"

 

"글쎄요!"

 

전능하신 신께서 무엇이 아까워서 주지 않으셨을까?

신께서 다시 말씀하십니다.

 

"내가 그들에게 허락하지 않은 건, 지금 너희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 의지였단다."

"너희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 특권은, 나를 잊을 수도 있으며, 내가 허락하지 않은 일을 할 수도 있으며, 너희들이 원하는 것과 체험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특권이었지."

"결국, 그걸 받지 못한 루시 엘은 화가 나서 너희들을 지금까지 질투하고 미워하는 거란다."

"루시 엘은 지금도 이 땅에서 그의 추종자들인 어둠의 세력과 함께 너희의 자유 의지를 통제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지."

"넌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루시 엘 인가요!"

 

"아니란다."

"난 루시 엘을 그렇게 만든 교만이라는 것을 가장 싫어하지."

"그러니 언제나 명심해야 한단다."

"교만은 나의 조각들인 너희들은 물론이고 세상과 하늘의 천사들까지도 파멸로 몰 수 있다는 것을..."

▲이태완 작가
▲이태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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