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덕룡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장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 22층에서 열린 49회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장 헤드테이블에는 아주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대종상영화제 실무 총괄책임자인 집행위원장에 추대된 김덕룡 전 국회의원이었다. 한나라당 5선 의원을 지냈고, 지난 4월 19대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을 하고 공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의 돌발 출연은 주변을 충분히 놀라게 했다.

▲ 김덕룡 집행위원장. 사진=이원국 기자

일각에서는 사단법인 체제를 구축해 독립브랜드로 거듭나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하고자 하는데 과거 정치인이 핵심 요직에 발을 담근 사실을 두고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도대체 그가 왜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제인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등장한 것일까. 기자회견이 끝나고 단독으로 그를 만나 의중을 들어봤다.

"정치인 경험 살려 화합의 영화제 만들고 싶다"

― 어떻게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게 됐나.
▲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본 대종상영화제 관계자의 요청을 받았다. 한동안 고심했지만, 국회에서 간접적으로 하던 영화 일을 직접 뛰어들어 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결심했다.


― 국회에서 영화와 관련해 어떤 일을 했는지.
▲ 국회에서 영화, 드라마, 스포츠와 관련한 다양한 입법 및 예산지원 활동을 벌였다. 특히 국산영화 의무 상영일수를 지키기 위한 스크린쿼터 공청회도 열었고, 우수영화 국회시사회도 주도했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살았다.


― 19대 총선 불출마로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정치인이란 시각이 많다. 정치인의 영화 개입이 대종상의 독립브랜드 구축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 흔히 영화상이나 영화제가 영화인들의 잔치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영화인이 누구인가. 영화를 제작하는 관계자와 배우에 국한한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국회에서는 영화정책을 입법하고, 행정부는 이를 집행한다. 영화와 관련한 소설을 쓰는 것도, 영화를 열심히 관람하는 것도 영화인의 범주로 보아야 한다. 정치를 오래 했다고 영화와 무관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 묻고 싶다.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힘을 합쳐야 우리나라 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할 수 있다.


― 신임 집행위원장으로서의 소신이 분명한데 혹시 금년에 본 영화 중 기억나는 게 있나.
▲ <도둑들>, <범죄와의 전쟁>, <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어지간한 영화는 다 봤다. 지난 1년 동안 400만 이상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7편에 이른다. 본래 공연예술을 사랑해 국회의원으로 재직할 때에도 주 1회는 영화든 뮤지컬이든 늘 감상하며 즐겼다.


― 대종상 집행위원장으로서 대종상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안이 있다면.
▲ 문제점이 공정성, 투명성이란 건 누구나 안다. 사단법인화, 심사위원공모 등 이에 대한 해소방안은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나는 여기에 못지않은 중요한 문제가 힘을 모으는 일이라고 본다. 대종상이 국내 최고의 영화제를 뛰어넘어 베니스영화제,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와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로 도약하려면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영화인이든 뜻을 모아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본다. 정치인으로 살아온 그간의 경험을 살려 화합의 영화제를 만들어 보고 싶다.


― 집행위원장으로 각오가 있다면.
▲ 이제까지 간접적인 영화인으로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직접적인 영화인으로서, 영화계 심부름꾼으로 일하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직접 영화 일을 하는 분들과 깊이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신영균 이사장님을 잘 보필해 49회 대종상영화제를 성공리에 마치고자 한다. 그래서 내년 50회 대종상 때에는 힘찬 도약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    [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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