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특허권 남용 퀄컴에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로부터 칩셋 공급을 볼모로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한 퀄컴에 대해 1조3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방상훈 기자] 한해 한국에서 로열티로만 6조원이 넘는 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퀄컴에 정부가 특허권 남용이라며 철퇴를 내렸다.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로부터 칩셋 공급을 볼모로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한 퀄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역대 최대인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귀추가 주목된다.

공정위는 28일 경쟁 칩셋 제조사에 특허사용권을 부여하지 않고 휴대폰 제조업체들을 볼모로 잡고 사실상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하며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퀄컴을 대상으로 엄정 대응을 선포했다.

퀄컴은 모뎀 칩셋 판매와 특허 로열티로 매년 전세계적으로 약 251억 달러(30조3283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시장에서 거둬들이는 로열티 매출 비중은 약 20%를 차지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무려 6조원 가량을 로열티를 챙긴다는 의미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은 경쟁 모뎀 칩셋사의 요청에도 불구, 칩셋 제조·판매에 필수적인 특허권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하는 형태로 특허권을 남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국제 표준화 기구는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표준특허를 가진 업체들이 이를 무기로 횡포를 부리지 않도록 프랜드(FRAND)확약을 요구하고 있다. 프랜드는 특허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특허권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퀄컴은 그러나 프랜드를 준수하겠다는 약속에도 불구, 삼성·인텔·비아 등이 이동통신 표준 필수특허에 대해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요청했으나 묵살하고 있는 상태다.

퀄컴의 생각은 경쟁 칩셋 업체에 특허권을 제공할 경우 휴대폰 제조업체에 특허료를 받는 고수익구조가 깨진다는 판단이다.

심지어 퀄컴은 완전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요청한 미디어텍 등 경쟁 칩셋 업체에게는 판매처를 제한하거나 모뎀 칩셋의 사용 권리를 제한하는 등 불공정 계약을 맺기도 했다.

자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휴대폰 제조업체에는 모뎀 칩셋을 공급하지 않는다. 모뎀 칩셋 공급이 차단되면 휴대폰 제조업체는 사업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 퀄컴의 특허 라이선스 조건이 부당하더라도 울며겨자먹기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퀄컴은 휴대폰 제조업체에 무상으로 교차 라이선스 등을 요구,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공정위는 "자기 특허를 라이선스 주면서 상대방 휴대폰사가 보유한 특허를 정당한 대가도 지급하지 않은 채 교차 라이선스하도록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표준필수특허를 확보해도 퀄컴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불합리한 행태가 계속돼온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모뎀칩셋사가 요청하는 경우 특허 라이선스 계약 협상에 성실히 임하도록 시정 명령을 부과하는 한편 모뎀칩셋 공급을 볼모로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고 관련 계약조항을 수정·삭제토록 했다.

휴대폰 제조업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 기존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재협상 하도록 했다. 퀄컴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휴대폰 제조업체와 칩셋 업체에 알리고 신규 계약이나 계약 수정·삭제시 그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측은 "퀄컴을 배타적 수혜자로 하는 폐쇄적인 생태계에서 산업 참여자가 누구든 자신이 이룬 혁신의 인센티브를 누리는 개방적인 생태계로 돌려놓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앞으로도 표준필수특허 남용 등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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