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도와주렴"

[위클리오늘신문사]

▲신을 닮았네-10. 이 땅에 내려온 나의 빛들에게.(일러스트=이하은)
▲신을 닮았네-10. 이 땅에 내려온 나의 빛들에게.(일러스트=이하은)

 

"많이 바쁘니?"

 

신께서 저에게 물어보십니다.

 

"아뇨!"

 

"그럼 나하고 산책이나 하자꾸나!"

 

"아.... 네...."

 

전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신의 뒤를 따릅니다.

신께선 창조주이셨으면서도 언제나 저의 의지를 존중해주셨습니다.

저의 마음과 결심 그리고 모든 선택에 대한 결과들까지.

그래선 전 그분을 천국보다 더욱 사랑합니다.

12월의 추운 날씨이긴 하지만 걸을만했습니다.

파란 호수엔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습니다.

아마도 어떻게 하면 물고기들을 많이 잡을 수 있을지 작전 회의라도 하나 봅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호수를 타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기분이 좋으신 듯 신께서 말씀하십니다.

 

"참 상쾌하구나!"

 

"전 좀 추워지는데요."

 

찌릿....

 

"에그머니!"

 

"넌 그새 잊어버렸구나."

 

"네!"

"뭘요."

 

"넌 빛이었다는 걸 말이다."

"빛은 참 밝고 따뜻하지."

"삶이 춥고 힘들 때마다 항상 잊지 말거라."

"넌 빛이었다는 것을!"

 

"네...,"

 

참!

언제나 진진한 신이시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무성한 갈대밭이 호수를 옆에 끼고 펼쳐 저 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갈대밭은 저에겐 오래전부터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따라 왠지 느낌이 불길합니다.

 

"에이!"

"설마 못 들으셨을 거야!"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신께서 갑자기 갈대밭 앞에서 걸음을 멈춰 섭니다.

 

"그래!"

"바로 이곳이었지."

 

"네!"

"뭐가요?"

 

"몇 년 전!"

"네가 나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욕하고 삿대질을 하던 곳이 말이다."

 

"헉!"

 

"내가 세상을 창조한 이후, 그렇게 많은 욕을 들어본 건 처음이었단다."

"참으로 새로운 느낌이었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릅니다.

 

"아니!"

"그걸 다 들으셨나요."

"그 먼 곳에서..."

 

"그럼!"

"다 듣고, 말고. 네 목소리가 얼마나 크고 우렁차던지 나뿐 아니라 모여 있던 다른 빛들도 다 들었단다."

"넌 하늘나라에서도 아주 유명하지!"

"두려움 없이 나에게 삿대질하고 수 시간을 넘도록 욕을 퍼부은 건 네가 세상에서 처음이니 말이다."

"하하하하!"

"녀석."

"그렇게 힘들었느냐!"

 

신께서 절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씀하십니다..

 

"네..., 정말 죽을 만큼 요."

"아니..., 죽을힘도 없을 만큼 요."

 

"그래."

"알고 있다."

"넌 10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에게 수기로 편지를 보냈지."

"하지만 나 역시 너에게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답장을 보냈었단다."

"너의 욕심을 버리고, 나의 검과 방패가 되어라고 말이다."

 

"그럼!"

"혹시 제가 성직자가 되길 바라셨나요."

"제가 그 길을 가지 않아 저에게 화가 나셨던 건가요?"

 

"아니란다."

"그들은 나의 검과 방패가 아닐뿐더러, 예전이나 지금이나 난 그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단다."

"그들 중 일부는 오히려 날 왜곡시키고 추종자들을 만드는 데만 정신이 없지."

"난 그런 그들을 알지 못한단다."

"오히려 세상을 밝히는 빛들은 다른 곳에 있지."

 

"그럼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시나요."

 

신께서 손을 들어 저의 머리를 따뜻이 쓰다듬습니다.

 

"지키렴."

 

"네!"

"무엇을요?"

 

"너의 마음에 있는 선한 의지와 신념을, 그리고 선한 이 세상의 빛들을...,"

"그들을 도와주렴."

 

"어떻게요?"

"전 힘도 없고 도와줄 방법도 모른다고요."

 

"넌 사업가이잖니!"

 

"네."

 

"그럼 최대한 많이 벌렴."

 

"네...,"

 

"그리고 최대한 많이 모으렴."

 

"아..., 네."

 

"이제 그다음부터가 정말 아주 중요하단다."

"그 모은 것을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나누렴."

"이 세상에 내려온 나의 소중한 빛들에게."

"너의 신념과 우리의 대화가 세상의 검과 방패가 되도록."

 

▲이태완 작가
▲이태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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