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에게 레몬법은 그림의 떡"

트레일블레이저의 엔진오일이 게이지에 짝히지 않을 정도로 줄어든 모습. 
트레일블레이저의 엔진오일이 게이지에 짝히지 않을 정도로 줄어든 모습.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쉐보레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의 엔진결함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비스센터가 20개월간 냉각수 소모, 엔진오일 감소 등의 원인을 잡지 못해 여러차례 엔진을 교체했지만 여전히 같은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18일 제보자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A씨는 2021년 1월 해당 차량을 구매한 후 어쩌면 엔진을 또 교체해야 할 황당한 처지에 놓였다.

처음엔 원인 모를 냉각수 소모로, 이후부터는 원인 모를 엔진오일 감소가 문제였다.

A씨는 “차량 인수 후 8000km, 1만6000km에 각각 엔진오일을 교체했는데도 매번 냉각수가 많이 소모되는 것을 발견해 문제를 제기하고 부품을 교체했지만 같은 현상은 지속됐다”며 “2만2000km에 다시 엔진오일을 교체하러 갔는데 이번에는 냉각수가 아예 남아있질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서비스센터 측은 냉각수를 정상적 수치만큼 충분히 보충하고 당분간 잔여 냉각수 양을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불과 2주도 안 돼 냉각수는 눈에 띌 만큼 줄어들었다. 이에 A씨는 일주일을 센터 측과 언쟁을 벌인 끝에 새 엔진으로 교체했다.

센터 측은 조치 후 시험 운행을 했으나 또 다시 이상이 감지돼 재차 엔진을 교체한 후 차량을 출고했다.

하지만 이번엔 엔진오일 감소 문제가 발생했다.

약 한달 후 차량을 점검하던 A씨는 엔진오일 체크스틱에 오일이 찍히질 않을 만큼 줄어든 걸 발견하고 즉시 오일을 보충했다.

이후 2800km를 주행한 어느날 엔진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자 A씨는 다시 센터를 찾았다.

센터 측은 “새 엔진이라 오일을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켜진 경고등은 삭제코드를 활용해 지우고 출고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엔진에서 이상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센터 측은 엔진 주변 부품을 교체하고 또다시 오일을 보충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후 엔진오일은 또 줄어들었다.

이번에도 센터 측은 “새 엔진이라 그렇다"며 '비정상'을 호소하는 A씨의 의견을 "정상"이라며 묵살했다.

문제는 지난 13일에 또 터졌다. 엔진 경고등이 들어온 건 물론 퍼지펌프, 매연, 바퀴축과 스프링, 핸들 이상 소음 등등 총체적 문제가 드러났다.

A씨는 “그때까지 네 번이나 엔진룸을 들어냈다 재조립했으니 차가 정상일 리가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수리 기간에 대차한 날짜만 한달이 넘는다”며 “정신적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A씨는 한국GM 측에 항의해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엔진은 다시 교체하겠으나 환불은 안된다’였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한국GM 담당자는 “회사 방침상 교체나 환불이 안 된다”며 “고쳐드릴 테니 그냥 타세요”라고 답했다.

특히 A씨는 ‘특별히 잘 고쳐보겠으나 엔진을 교체하다 보면 진동과 소음이 발생하겠지만 감수하셔야 한다’는 사측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특히 대기업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소비자에게 레몬법을 통한 구제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과 함께  '레몬법 무용론'이 여전한 만큼 억울한 소비자를 위한 법률 개정이 반드시 돼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A씨는 “네번 작업하는 동안 차는 이미 누더기가 됐는데 회사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차량 구매 후 1년도 되지 않아 문제를 제기했는데 시간만 질질 끌다 해를 넘겨 레몬법 적용도 안된다고 한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모든 손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나 같은 억울한 소비자는 어디에서 보상을 받아야 하냐”고 날을 세웠다.

한편,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 수년간 이른바 ‘오일 먹는 엔진’으로 꾸준히 논란을 일으켰다.

실제 한 자동차 관련 유명 유튜버는 새로 넣은 4.5리터의 엔진오일이 얼마 후 3리터로 줄어든 영상을 올리며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다”고 밝혔다.

그 외 다수의 커뮤니티에서도 같은 현상을 지적하며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오일 먹는 하마’라는 비아냥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처음엔 “문제를 파악해 보겠다”고 했으나, 이후 <본지> 질의에일체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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