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내가 주고 싶은 것만 줄 것이란다”

[위클리오늘신문사] 

▲신을 닮았네-11. 신의 방식.
▲신을 닮았네-11. 신의 방식.

해님이 뉘엿뉘엿 고개를 넘어갑니다.

언제나 그러했듯 해님은 말이 없습니다.

내일 꼭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 무사 하라며 빨강, 파랑, 노랑으로 자신의 약속을 하늘에 새겨놓을 뿐입니다.

 

달님이 떠오릅니다.

달님 역시나 항상 말이 없습니다.

지극히 떠올라 어둠을 밝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가로등입니다.

달님은 이 어둠이 사라질 때까지 너희에게 용기를 줄 거라며 더욱 동그랗게 몸을 부풀립니다.

수백, 수천만 년 동안 해님과 달님은 말없이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처럼 신께선 아주 오래전부터 제 곁에 있었습니다.

절망과 비통에 주저앉아 있을 때, 그때가 가장 신과 가까운 시간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하늘에 대고 욕과 삿대질을 열심히 한 후, 전 며칠 뒤 꿈을 꾸었습니다.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곳에 신께서 서 계십니다.

전 신께 허겁지겁 달려갑니다.

땅에 닿을 듯한, 신의 도포를 움켜쥐고 전 따지듯이 신께 묻습니다.

 

“도대체 왜!”

“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거죠?”

 

신께서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난 이미 너에게 많은 것을 주었단다”

“너의 뒤를 보렴”

 

어느새 저의 등 뒤엔, 저의 아내와 어린 두 딸이 방긋 웃으며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건 따로 있었습니다.

전 신께 다시 따지듯이 묻습니다.

 

“아니!”

“이거 말고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시잖아요?”

“그걸 주셔야죠”

“네?”

 

신께서 다시 제게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난!”

“지금까지도 그랬던 것처럼”

“네가 원하는 걸, 주지 않을 것이란다”

“앞으로도 난!”

“너에게 내가 주고 싶은 것만 줄 것이란다”

 

신의 말씀에 화가 난 저는 소리칩니다.

 

“아니”!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제가 받고 싶은 걸 주셔야죠!”

“네?”

 

그러나 신께선 더 이상 나에게 할 말이 없으신지 사라지려 하십니다.

 

“이제 그만”

“너의 세상으로 돌아가렴”

 

이런!

신의 한 마디에 의식이 돌아오려 합니다.

꿈을 꾸면서도, 전 지금이 꿈이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아!”

“안돼”

“지금 놓치면 또 언제 만난다고!”

 

그러나 신께선 야속하게 할 말만 하고 사라져 버리셨고, 신의 손짓에 그만 전 의식이 깨어나 버렸습니다.

지금도 전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그렇게 간절하게 원하던 신의 대답을 듣지 못한 채 꿈에서 깨어버린 그날.

억울함과 속상함에 얼마나 많은 이불 킥을 했는지!

 

그날 이후로 제가 깨달은 건!

신께선 인간이 원하는 방식으론 절대 답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태완 작가
▲이태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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