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25일 "특검 민주주의 아니다"선언..친박세력 결집 대의명분 제공

▲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이 집행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이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강제구인되고 있다.<사진=포커스뉴스 제공>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대중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최순실씨가 헌법재판소와 법정 이외의 공개된 장소에서 국민을 상대로 직접 발언을 한 것은 지난해 10월31일 서울 서초동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출두하면서 "죽을 죄를 졌다"고 한 이후 거의 석달만이다.

최순실씨는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압송되면서 취재진들을 향해 고함치듯 큰 소리로 "특검이 자백을 강요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씨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특검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다가 결국 체포영장이 발부돼 이날 강제로 특검에 소환됐다.

이날 오전 11시 특검팀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에 도착한 최순실씨는 작심한 듯 불만을 털어놨다.

최순실씨는 여성 교도관 2명과 팔짱을 낀 채 호송버스 내린 뒤 몇 걸음을 옮기자마자 고개를 빳빳이 들고 "여기는 더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어린 애와 손자까지 멸망시키려고 한다.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경제공동체를 강요하고 있다"고 외쳤다.
 
최순실씨는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에도 고개를 돌려 기자들을 바라보며 "우리 애기(딸 정유라)에게까지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라고 고함쳤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최순실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특검팀은 오전 9시30분쯤 최순실씨가 수감된 서울구치소에 수사관을 보내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당초 최순실씨의 체포 영장 집행 시기는 26일로 전망됐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형사재판이 24일과 25일 예정돼 있고 27일부터 설 연휴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예정돼 있던 최순실씨 재판이 2월 10일로 기일이 변경되면서 특검팀이 영장집행을 앞당긴 것이다.

앞서 최순실씨는 지난해 12월24일 한 차례 특검 소환에 응해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최씨는 특검의 6차례에 걸친 소환엔 건강 문제와 재판 준비, 딸 정유라씨 문제, 특검의 강압수사 등을 이유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최순실씨가 이날 특검에 압송되는 과정에서 작심 발언을 한 것은 단순히 자신의 억울함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씨는 변호인을 통해 강제압송되더라도 특검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할 의사를 이미 분명히 한 상태다.

대신 최순실씨는 일반 국민을 향해 자신의 심경을 강렬한 방식으로 표출한 것이다.

최순실씨가 이날 박근혜 대통령 옹호 진영에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순실씨가 이날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경제공동체 자백을 강요한다"고 고함친 것은 사전에 치말하게 준비한 인상을 짙게 풍긴다.

석달전 검찰에 출두하며 "죽을 죄를 지었다"고 고개를 숙이던 최순실씨가 이날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은 자신과 박근혜 대통령이 더이상 고립돼 있는 것이 아니란 걸 확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담당 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뇌물수수자, 즉 박 대통령과 최씨 자신에 대한 조사 미비를 영장기각 사유 중의 하나로 제시한 것이 최순실씨를 공격모드로 전환시킨 결정적인 턴포인트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최순실씨의 뇌물범죄는 특검수사의 가장 핵심인데, 최씨는 본인이 끝까지 버티면 특검도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으로 계산했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순실씨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의 결집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도 지난 23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으로 외출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 묘소를 참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친박 세력에게는 정신적, 이념적 지주역할하는 핵심 상징이다.

박사모 등 친박 세력이 촛불집회에 맞서 주말마다 열고 있는 '태극기 집회'도 결집력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더러운 잠' 그림 전시 파문까지 겹치면서 박 대통령 옹호 진영은 정서적인 동질감을 급속히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순실씨가 이날 특검에 압송되며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고 현 상황을 압축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박 대통령 탄핵반대 세력에게는 '뭉쳐야 하는' 이유가 뚜렷해진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검 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도 최순실씨의 계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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