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문사] 

▲신을 닮았네-16. 하얀 도화지. 
▲신을 닮았네-16. 하얀 도화지. 

저는 그림을 무척 좋아합니다.

비록 제가 그릴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그림을 보면 작가의 생각이나 성격, 성향들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유추하는 재미도 무척 쏠쏠하지요.

그림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지금은 다른 목표가 있는 터라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오랜만에 하얀 도화지 위에 연필 선을 하나씩 그어봅니다.

조금씩 채워지는 공간이 참 재미있습니다.

아마 화가들도 이 맛에 그림을 그리나 봅니다.

 

“나도 그 맛에 너희를 창조한 거란다.”

 

“앗!”

“깜짝이야.”

 

요즘 신께서 절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신가 봅니다.

항상 이런 식입니다.

요즘엔 화장실 가는 것도 무서워졌습니다.

 

“뭘 그리 놀라느냐!”

“근데 오늘도 ‘졸라맨’ 이로구나.”

“넌 다른 건 그릴 줄 모르느냐?”

“쯧쯔쯧.”

 

“아!”

“정말.”

“그러길래 재능 좀 주시지!”

“이건 제 잘못이 아니라고요.”

 

“네게 그림 재능까지 주면 너의 정신상태가 너무 산만해질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느냐?”

“허구헌 날 졸라맨 이라니!”

 

“아!”

“몰라요.”

“이게 다 신을 닮아서 그런 거라고요!”

 

“아니! 그것이 무슨 소리냐?”

“내가 얼마나 예술성이 넘치는 줄 모르느냐!”

“이 우주와 자연을 보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질서 정연하고 아름답지 않으냐?”

“네가 이상한 거란다.”

“크흠.”

 

그래 참아야 한다.!

화를 내면 나만 손해다.

그랬다간 또 어떤 봉변을 당하려고!

커피 한 잔을 대충 내려 드릴까 하다가, 후환이 두려워 정성껏 내렸다.

아!

약한 자의 슬픔이여.

 

“이리 앉거라.”

 

“네...”

 

“그림 그리는 것이 그리도 좋으냐?”

 

“네...”

 

“재능은 전혀 안 주셨지만요.”

 

“녀석!”

“소심하게 삐지긴.”

“하하하하.”

“그 대신 내가 다른 것을 너에게 많이 주지 않았더냐!”

 

“네.”

“물론 그러셨죠.”

“저도 알고 있어요.”

“그리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

“이제야 네가 철이 드는가 보구나?”

“하하하하.”

 

“난 이 세상을 창조할 때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했단다.”

“점과 선을 그리며 하나씩 세상을 완성해 나갔지.”

“그리고는 가장 중요한 곳에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려 넣었단다.”

“그것이 무엇인 줄 아느냐!”

 

“아뇨!”

“그것이 무엇인가요?”

 

“그건 바로 너희들이란다.”

“너희는 내가 세상에 그린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지.”

“그리고 내가 그랬듯이 너희 역시 너희의 삶을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나가야 한단다.”

“소중하고 아름답게 가치 있게 말이다.”

 

▲이태완 작가
▲이태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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