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회장, 우여곡절끝 연임 수락...혁신위 조기 출범키로

▲ 위기의 전경련 구원투수로 재등판한 허창수 회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존폐 기로에 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새로운 회장을 추대하는데 실패했지만, 궁여지책으로 허창수 회장의 연임으로 회장 문제를 수습했다.

차기 회장을 추대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전경련은 24일 정기총회 직전 허 회장이 36대 전경련 회장을 연임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어찌보면 결단이라기보다는 정기총회 핵심안건인 차기회장 추대에 실패하자 현직 회장으로서의 전경련의 해체만큼은 막아야한다는 책임감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허 회장은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2월 33대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후 4대 째 연속으로 회장직을 맡게 됐다. 백천간두의 위기에 빠진 전경련의 구원투수로 재등판하게 된 것이다.

전경련 측은 "허 회장이 전경련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사태를 잘 수습할 수 있는 분"이라며 "허 회장이 고심 끝에 연임을 수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에 이어 퇴직금 논란에 휩싸이며 마지막까지 흠집을 남기고 있는 이승철 상근부회장 후임으로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선임됐다.

허 회장과 권 부회장은 앞으로 해체 위기에 직면한 전경련의 개혁과 쇄신 작업을 주도할 예정이지만, 앞길이 가시밭길이어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허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전경련이 여러 가지로 회원 여러분과 국민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한번 사과드린다"며 "환골탈태하여 완전히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 회장은 이를 위해 ▲정경유착 근절 ▲전경련 투명성 강화 ▲씽크탱크 기능 강화 등 3대 혁신방향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정경유착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란 점에 힘을 줬다.

최순실게이트의 단초가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사태의 본산인 전경련의 수장으로서 더 이상은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책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허 회장은 또 투명성을 강화해 사업과 회계 등 전경련의 모든 활동을 보다 상세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로 씽크탱크 기능을 강화,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전경련 측은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빠른시일 내에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혁신안을 내놓기로 했다. 혁신위는 허 회장을 위원장으로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내부인사 3인과 명망있는 외부인사 3인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회장을 맡은 허 회장이 '해체'보다는 '쇄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지만, 전경련의 쇄신 작업은 만만치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전경련을 바라보는 여론이 따갑다. 최순실 사태 발발 이후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목소리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대부분 전경련 해체론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국회도 전경련 해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예산 문제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연회비의 대부분을 소화해준 4대그룹이 약속이라도 한듯 탈퇴서를 제출하며, 전경련과 작별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회원사들이 전경련에서 등을 돌릴 지 모를 일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존폐 위기에 몰리자 대한상의 쪽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만약 전경련 기능의 대체재가 나타난다면, 전경련의 존재이유가 없어져 발전적 해체 쪽으로 여론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전경련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며 "지금은 국민과 산업계의 신뢰를 잃은 만큼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거듭난다면 결국 여론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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