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배럴당 49달러대 거래...대세 하락세 진입 조짐

▲ 작년 12월28일 알제리 알제에서 유가 안정화를 위한 감산 논의를 하고 있는 OPEC 회의 장면.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수예 기자] 국제 유가의 흐름이 심상치가 않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합의 효과가 사그러지면서 약세를 보이더니 드디어 심리적 지지선으로 간주돼왔던 50달러벽이 무너졌다.

OPEC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에도 불구, 미국의 과잉 생산 현상이 여전해 공급과잉 우려감이 현실화되면서 국제유가가 또다시 대세하락세로 진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일 저녁 7시12분(한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이 전날 종가보다 2.15% 급락한 배럴당 49.20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3개월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WTI 가격은 전날에도 올해 들어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WTI 4월 선물은 전날 5.4% 하락한 50.2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WTI 가격은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사상 최고로 급증하면서 과잉생산 우려가 다시 촉발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실제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량은 820만배럴 증가한 총 5억2840만배럴을 기록했다. 9주 연속 재고량이 늘면서 1982년 이후 약 35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은 것이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170만배럴을 4배 이상 넘어서는 엄청난 양이다. 2014년부터 이어진 저유가의 주요인인 재고량이 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며칠전 WTI와 브렌트유가격이 각각 배럴당 52달러, 55달러까지 회복했으나 미국 원유재고 급증 발표에 급전직하한 것이다.

미국 원유재고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유가 회복과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산업 규제 완화 계획에 맞춰 미국 업체들이 원유와 셰일가스 생산을 크게 늘린 탓으로 분석된다.

에너지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시추 규모가 10개월째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셰일가스 등 에너지 생산량은 현재 연간 4500억입방미터에서 향후 20년간 6000억 입방미터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만 돼도 셰일가스 수지가 맞기 때문이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지난 7일 텍사스 휴스턴 IHS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연례 컨퍼런스에서 OPEC의 감산 합의가 오히려 미국 셰일업계의 생산 확대를 야기, 유가 안정화를 꾀하는 OPEC의 노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OPEC측은 추가 감산 게획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시장은 자연스롭게 오는 5월 열리는 OPEC 회의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OPEC은 이 회의에서 현재 감산 이행 상황 등을 바탕으로 당초 6월까지로 예정된 감산 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할 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데, 유가 흐름이 우하향한다면 추가 감산 조치를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미국의 원유재고량의 급증에서 촉발된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인해 모건스탠리(51달러), 크레디트스위스(56.25달러), 골드만삭스(57.90달러) 등이 예측한 올해 유가 전망은 시작부터 엇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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