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확정 이틀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저녁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들어가기 전에 밝은 표정으로 지지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송원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인용 56시간만인 지난 12일 저녁 7시경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들어감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은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역사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대선공약을 집대성, 2014년 경제발전계획의 핵심 어젠다로 제시한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474 비전'이다. 474란 잠재성장률 4%와 고용률 70%를 달성,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출범 당시만해도 우리 경제가 고성장 기조가 한풀 꺾이고 저성장의 함정 속으로 밀려들어가고 있던데다가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국민소득 2만달러의 늪을 탈출하지 못하던 때로 474비전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게 사실이다.

이로 부터 4년여가 지난 지금,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인 474비전은 현실과 큰 괴리를 보이며 한낱 구두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 4년동안 잠재 성장률은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2%대로 추락하며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률은 박 전대통령 임기 내내 단 한 해도 70%를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청년실업자가 급증하고 고용 불안이 가중됐다. 2016년 통계청 기준 15~29세 청년실업률은 9.8%를 나타내며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수준을 보였고 전체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국민소득 4만달러 벽을 넘어서며 선진국에 진입하겠다던 당찬 계획은 저성장 기조 속에서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가 됐다. 4만달러 진입은 고사하고 국민소득 3만 달러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이 마저도 환율 변동에 의한 달러 환산 소득이 늘었을뿐 실질 소득은 게걸음만 계속했다.

박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탄핵 인용에 의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퇴진하면서 474비전은 최종 실패로 결론났다. 474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개혁을 골자로 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역시 무용지물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가 474비전이라면 기존 정부와는 차별화되는 경제 패러다임의 핵심 근간은 창조경제였다. 국정농단의 핵심 최순실에 의해 정리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에도 명시된 창조경제는 박 전 대통령의 집권 이후 핵심 국정과제였다.

창조경제는 국민 개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핵심 근간으로 해서 과학기술과 ICT를 접목하고 산업과 산업의 융합(컨버전스), 산업과 문화의 융합 등을 촉진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논리다.

집권 초기엔 창조경제라는 개념 자체부터 혼란과 논란이 일었지만 이후 창업 활성화, 벤처 생태계 조성 등으로 하나씩 구체화되면서 어느정도 국민은 물론 산업계의 호응을 얻었던게 주지의 사실이다.

박근혜표 창조경제는 정부 출범 초기에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대기업과 연계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구축하면서 탄력을 받는듯 했다. 창조경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창업 벤처와 중소기업 육성, 지역 특화 사업 기반의 창업 및 신산업 창출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이 센터의 존재 이유였다.

그러나, 박근혜표 창조경제 역시 최순실 사단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의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판명되면서 그 정체성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실제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최순실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기업들이 동참한 것은 사실상 압박에 의한 것이라고 증언, 파란을 예고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미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이 예산 투입을 줄이고 있고 지원을 맡은 대기업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창조경제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흔적 지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일각에서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과'는 버리되 '공'은 계승하고 경제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창조경제의 긍정적인 면을 승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화두를 던져 벤처를 육성하고 국정의 목표를 일자리로 잡은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창업 아이디어의 사업화, 판매, 유통, 해외 진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2003년에만 해도 8000개에 불과하던 벤처기업이 지난해 3만3000개까지 늘어난 것도 창조경제의 순기능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이와 관련,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향후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 간판을 바꾸기보다는 꾸준한 실행에 힘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재집권하면 몰라도 민주당 등 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경우 창조경제를 계승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게 중론이다. 탄핵으로 중도에 불명예 하차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을 이어갈 명분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안희정 등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1,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표 창조경제가 생명을 연장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보인다는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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