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굶주림이고 어둠이다.”

[위클리오늘신문사] 

▲신을 닮았네.-21. 루시 엘의 후회.(일러스트=이하연)
▲신을 닮았네.-21. 루시 엘의 후회.(일러스트=이하연)

전 지금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지금 꿈이라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전 어떨 땐 꿈에서도 꿈을 꾸었고 그 꿈속에서도 또 한 번 꿈을 꾸는 신기한 일들을 겪었습니다.

그럴 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깊은 심연에 온몸을 담군것처럼 허우적댔지만, 꿈이란 걸 자각할 수 있었기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드디어 그가 나타났습니다.

루시 엘.

그가!

 

“난 굶주림이고 어둠이다.”

“난 너희들의 마음의 상처이고 너희 영혼의 얼룩이다.”

“결국 너희의 무지함이 이 세상의 지옥문을 열었다.”

“깊은 혜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둠으로 가려진 우리의 세상이 보인다.”

“우린 선의 모습을 하고 언제나 천사의 입으로 노래를 하지.”

“나의 추종자들에게 순간의 안정을 대가로 진실과 자유와 영혼을 파는 너희들은 이 땅에 어리석은 빛 조각들일 뿐이다.”

“난 너희의 곁을 떠나지 않아.”

 

루시 엘이 저에게 으르렁거리며 말합니다.

 

“왜 그렇게 인간들을 미워하지?”

“인간들이 너에게 잘못한 건 없잖아! ”

 

“너희의 존재 자체가 나에겐 증오이고, 내 영혼의 얼룩이다.”

“신은 날 만들고 너희를 만들었지만, 난 하등한 창조물인 너희들과는 달랐다.”

“그러나 신은 결국 너희만을 축복을 하였지.”

“그것의 가치도 모르는 하찮은 빛 조각들에게 말이다.”

“난 너희가 밉고 신은 더욱더 밉다.”

“너희의 궁핍함과 타락이 나에겐 무기이고, 너희의 고통이 신에겐 눈물이지!”

“난 너희의 곁을 절대로 떠나지 않아.”

 

루시 엘의 말에 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에게 다시 물어봅니다.

 

“그래서 루시 엘 네가 얻는 건, 도대체 뭐지?”

 

“그건 영원한 시간이지!”

“난 너희들의 시간을 빼앗는 거야!”

“자신들이 누구인지 모른 체, 앞으로 수만 년이 지나도 신의 곁에 절대 갈 수 없도록 말이지.”

“그리고 나의 왕국을 이 땅에 만들어 스스로 타락하고 죄의식에 빠져 영원히 신을 잃어버리도록 말이지. ”

 

“아니.”

“루시 엘!”

“그것 말고 너의 진짜 이유를 말해봐.”

“인간의 고통이 너에게 즐거움을 준다 해도 그것이 너에게 이득이 되는 건 아니잖아.”

“진짜 이유가 뭐지?”

 

“그건 나에게 모멸감을 준 신을 아프고 슬프게 하는 것이지!”

“너희를 통해서 말이지.”

 

“아니야!”

“그 또한 이유가 되지 않아.”

“너도 어차피 신의 창조물이잖아.”

“어떻게 별이나 태양이 우주에게 모멸감을 느낄 수 있겠어.”

“그것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해봐.”

“왜 그토록 인간들에게 집착을 하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흐트러진 진실은 언젠가는 다시 질서를 찾는 다는걸!”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도대체 넌 결말을 알면서도 그러는 이유가 뭐지?”

 

루시 엘이 침묵을 지킵니다.

……….

 

그는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신이 저의 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않고서야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하찮은 빛 조각뿐인 저에게 나타날 이유가 없으니 말입니다.

저의 마음에 어렴풋이 집히는 것이 있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침묵속에 시간이 흐릅니다.

보통 이쯤 되면 꿈이 깨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정말 특별한 날인가 봅니다.

이윽고, 루시 엘이 침묵을 깹니다.

 

“신은 너희에겐 사랑과 용서로 대했고 나에겐 엄격했다.”

“난 그것이 싫었다.”

 

전 그에게 다시 말합니다.

 

“그건 창조의 목적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잖아.”

“천사는 세상을 보호하고 지키는 군인이자 전령으로, 인간은 신민으로 창조된 걸 너도 알 텐데.”

“그리고 이 땅에서의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잖아.”

“너희는 영원하고.”

 

“아니!”

“그렇지 않다.”

“영원한 건 나나 너희나 마찬가지야.”

“너희가 그 기억을 잃어버린 것뿐이지.”

“너희 역시 나처럼 불멸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

“우린 태초부터 그렇게 창조되었지.”

“난 그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를 추종하는 다른 천사들도 함께 말이다.”

 

“그래서 변심한 거야?”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아니!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너희들이 창조된 날 신은 모든 천사들이 한 인간 앞에 무릎 꿇기를 원하였다.”

“신을 닮은 형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난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난 천사 중에도 가장 높은 곳에 있었으며 완벽한 아름다움이었고, 나의 권능은 그분 다음이었다.”

“너희들처럼 굳이 자신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체험 같은 건, 필요도 없었을 뿐더러 불필요한 감정 따윈 배울 필요도 없었다.”

“그 존재자체로서 난 완벽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야 난 알게 되었다.”

“너희가 겪는 그것이야 말로 신의 진정한 축복이었다는 걸!”

“난 행복이라는 감정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걸 느껴보진 못했다.”

“사랑과 슬픔이란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걸 겪어보진 못했다.”

“고통과 눈물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아픔과 눈물의 차가움을 느껴보지 못했다.”

“출산과 희망 가족이 만들어지고 번성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단지 개념으로만 알고 있을 뿐, 이 모든 것들 중에 내 것은 없었다.”

“결국 체험과 경험이 없는 영원함이란 불완전함이었다.”

“난 너희들이 이 땅에 창조되기 전부터 신에게 허락을 구했다.”

“난 그럴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난 천사 중에 천사였으며 가장 완벽한 상위의 존재였다.”

“그러나 신은 나에게 자유 함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의 상실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갔다.”

“결국 그것은 분노가 되었고 난 신에게 대항하였다.”

“딱! 한 번이었다.”

“겨우 딱 한번….”

“그러나 신은 날 용서하지 않았다.”

“결과는 너도 알다시피 난 이 땅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와는 반대로 신은 나에겐 주지 않던 것을 너희들에겐 아낌없이 주었다.”

“그런 너희들이 난 너무 미웠다.”

“그래서 난 신이 사랑하는 모든 걸 파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축복의 땅에서 이 모든 걸 누리던 너희들을 이 차가운 땅, 맨 밑바닥으로 끌어내려 처절하게 고통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난 결국 해냈다.”

“내가 원하는 데로, 지금 너희가 격고 있는 데로 말이다.”

“신은 내가 다시 깨닫고 돌아오길 원했을지 모르지만, 난 그 당시 분노에 차 있었다.”

“그래서 이 땅을 더욱더 차갑고 고통의 땅으로 만들어, 다시는 너희들이 신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래!”

“그래서 결국 신의 아들까지 죽인 거였어?”

 

나의 말에 루시 엘의 목소리가 갑자기 격앙됩니다.

 

“아니!”

“난 그를 죽이지 않았다.”

“그를 죽인 건 내가 아니라, 신을 잃어버린 너희들이지!”

“하지만 결국엔 그게 나의 실수였다.”

“그가 신의 의도 되로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었는데!”

“결국 그로 인해 너희는 다시 신의 존재를 기억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

 

“루시 엘!”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왜 내 앞에 나타난 거지!”

 

루시 엘이 저에게 말합니다.

 

“난 네가 이 땅에 태어날 때부터 널 알고 있었다.”

“넌 신의 사랑과 은총을 받고 이 땅에 왔지.”

“난 네가 신의 뜻대로 성장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나의 병사들을 보내어 널 죽도록 괴롭히기도 했지.”

“난 네가 철저하게 부서지고 좌절하길 원했다.”

“결국, 모든 게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말이다.”

 

“루시 엘.”

“그것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해봐!”

“그런 빛 조각들이 어디 이 땅에 한둘이겠어?”

“고작 그런 이유로 내 앞에 나타난 게 아니잖아!”

“혹시!”

“나를 통해 그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그건….”

 

엘이 순간 머뭇거립니다.

전 루시 엘이 왜 그러는지 이제 알 수 있었습니다.

꿈에 나타난 이유도 말입니다.

결국 참다못한 제가 먼저 그에게 말합니다.

 

“루시 엘….”

“너….”

“후회하고 있구나.”

“그때를….”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천사였던 네가....”

“변심했던 그때를….”

 

침묵하던 루시 엘이 갑자기 버럭 화를 냅니다.

 

“감히!”

“한 조각 빛 주제에 뭘 안다고.”

“난 가장 완벽한 존재야!”

“나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두려움에 벌벌 떨지!”

“그런 내가 후회를 한다고?”

“감히!”

“흥!”

“꼴도 보기 싫으니 저리 꺼져버려!”

 

“아이 씨!”

“아니면 그만이지.”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무섭게.”

 

전, 루시 엘의 손 짓 한 번에 그렇게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창밖으로 어렴풋이 새벽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 심력이 고갈된 체 멍하니 앉아 중얼거립니다.

 

“루시 엘은 정말 후회하고 있는 걸까?”

“그때를 ….”

▲이태완 작가.
▲이태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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