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의 눈물이 나의 눈물이었지.”

[위클리오늘신문사] 

▲신을 닮았네-22. 신의 눈물.(일러스트=이하연)
▲신을 닮았네-22. 신의 눈물.(일러스트=이하연)

어젯밤의 꿈 때문에 전 너무 지쳐있었습니다.

루시 엘과의 대화는 너무 많은 심력의 소모를 일으켰고, 그로 인해 가뜩이나 심하던 저의 다크 서클은 턱 밑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앗!”

“깜짝이야.”

 

직원들이 절보곤 놀랍니다.

누가 봐도 저것이 사람인지 곰인지 구분이 안 가나 봅니다.

전 커피 한 잔을 들고 털래털래 카페의 이 층으로 올라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저의 자리는 이 층의 가장 구석진 곳입니다.

햇빛과 호수가 반짝이는 창가 자리는 언제나 신께서 꿰차고 계십니다.

뭐, 어쩔 수 없습니다.

어차피 이 세상이 그분의 것이니!

 

“뭘, 또 그렇게 혼자 궁시렁되느냐?”

 

“에고고.”

“오셨어요!”

 

“흠.”

“근데 얼굴 꼴이 말이 아니구나.”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도대체 모든 걸 알고 계시면서도 굳이 모른 척 물어보는 이유는 뭘까?

 

“잘 아시면서 저한테 물어보고 그러세요!”

 

“허!”

“지금 나한테 화를 내는 것이냐?”

 

그 한마디에 저의 혼미했던 정신이 다시 반짝 돌아옵니다.

 

“에이.”

“설마요!”

“그냥 제가 좀 피곤해서 그래요.”

“근데 신께선 오늘따라 더욱더 빛이 나시네요.”

“히!”

 

아부만이 살 길이다.

 

“크흠.”

“내가 좀 빛이 나긴 하지!”

“하하하하!”

 

에고!

평화는 언제쯤 오려나.

 

“간밤에 루시 엘이 나타난 건 아시죠?”

 

“그래.”

“알고 있단다.”

 

“근데 왜 모른 척하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야 좀 더 인간적으로 보이지 않겠느냐!”

 

“네!”

“아니!”

“신께서 인간적으로 보여서 뭐하시게요?”

 

“너희는 항상 너희의 기준에서 날 규정짓고 형상화하지 않더냐.”

“너희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만 달라도 너희는 날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

“그동안 너희는 원하는 대로 보길 원하고, 듣길 원하고, 듣길 원하며 신은 이렇게 생겼을 것이고 또는 저렇게 생겼을 것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느냐.”

“그래서 내가 너희들 앞에 잘 나타나지 않는 거란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땐, 나조차도 부정당할 테니 말이다.”

“하물며 신조차 이럴진대, 천사들은 오죽하겠느냐?”

“너희는 언제나 하얀 도포에 하얀 날개를 달고 나타나야 그들을 천사라고 믿지 않았느냐.”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저 역시도 천사가 청바지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난다면, 천사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근데!

만약에 천사가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어떤 모습일까?

흐흠….

기분이 흐뭇해집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루시 엘이 뭐라더냐?”

 

신께서 물어보십니다.

 

“화가 많이 나 있던데요.”

“뭐!”

“그냥 일단은 무조건 밉데요.”

“신도 인간도!”

 

“그래도 루시 엘이 두 가지는 경험했구나!”

“분노와 미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럼 언젠가는 사랑과 용서라는 것에도 경험을 하겠지.”

“그리고 또 뭐라더냐?”

 

“신의 아들이 인간들에게 죽임 당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게 후회스럽대요.”

“그 때문에 인간들이 다시 신의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요.”

 

“나의 아들도 그것을 피하고 싶어 했지만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컸기에 너희의 짐을 대신 짊어진 거란다.”

“그 아이의 눈물이 나의 눈물이었지.”

“그러나 애초에 나의 아들이 이 땅에 내려와서 싸운 건, 루시 엘이 아니라 나를 사칭해 배를 불리는 제사장들과 기득권을 가진 자들과의 싸움이었단다.”

“나의 앞에선 그 누구도 평등하다는 것을 잊은 체, 그들은 나의 집을 장사치들에게 팔았고 물질만을 탐하였으며 나의 집에 오고자 하는 나의 빛들을 가로막았지.”

“바로 나의 이름으로 말이다.”

“결국 나의 아들이 너희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과 신은 그 어느 곳에나 있다는 사실이었단다.”

“너희는 신이 정해진 장소에만 나타난다는 것이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난 너희가 모여 있든, 혼자 있든, 저곳에 있든, 이 하늘 아래 존재하는 모든 곳에 있단다.”

“너희가 날 향해 이야기하는 곳이 그 어디든, 난 항상 너희가 말하면 듣는단다.”

“그리고 나의 방식대로 너희에게 말을 하지.”

“ 너희가 간절할 때 가슴속에서 울리는 가장 깊고 무거운 말이 곧 나의 말이란다.”

“ 세상의 진리는 아주 단순하단다.”

“너무 곧고 명확하며 선명하여 오히려 너희들이 의심을 할 정도로 말이지.”

“그러니 이제부턴 너희의 깊은 가슴속에서 울리는 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렴.”

 

▲이태완 작가
▲이태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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