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문사] 

▲신을 닮았네-23. 아픈 가시 하나.(일러스트=이하은)
▲신을 닮았네-23. 아픈 가시 하나.(일러스트=이하은)

신께서 저를 찾아오신 후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깨달은 것만큼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세상을 뒤덮고 있는 그 그림자는 너무 짙고 강대해서 저와 제 가족들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버겁습니다.

그러나 신께선 저에게 더 많은 일을 하라고 하십니다.

앞으로 닥쳐올 혼란스러운 세상에 저를 위해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도 준비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에이”!

“모르겠다.”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냥 후회만 남기지 말자.”

 

그랬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담담해집니다.

예전처럼 희로애락에 대한 감정이 점차 사라지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오늘 새벽에 꿈을 꾸었습니다.

어느 한적한 숲속에 제가 서 있습니다.

이곳에서 전 악단을 만들어 연주회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제대로 준비되어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 그냥 연습이라도 한 번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숲속을 뛰어다니며, 쓸 만한 악기들과 음향장비들을 모아 보지만 모두가 열악할 뿐이었습니다.

이곳 숲속엔 저와 연주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청중은 고사하고 무대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지요.

사정이 이러하니 누군가가 저의 음악을 듣기 위해 이곳까지 올 것이란 기대는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작곡도 하였고 그것을 연주할 음악가들도 있으니 그냥 시작이라도 해보자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자!

이제 연주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갑자기 신께서 저희 어머니와 함께 이 자리에 나타나신 겁니다.

그러면서 말씀하십니다.

 

“날 빼놓고 시작하면 안 되지!”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니 언제 왔는지 크고 작은 귀여운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한적한 숲속에서 연주회를 한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듭니다.

그렇게 신과 오래전 나의 곁을 떠난 사랑하는 어머니 그리고 수많은 동물들과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서 얼떨결에 시작한 첫 연주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악기의 음도 고르지 않았으며 합창단의 음정도 흔들렸습니다.

그러나 신께서 살짝 손짓을 하자, 이 모든 것들이 완전해집니다.

신께선 이제 만족하셨는지,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자!”

“이제 다시 시작해보렴.”

“난 네가 시작만 한다면, 언제든 너의 음악을 완성시켜 줄 수 있단다.”

“그럼 이제 모두 자리에 앉아 제대로 된 음악을 한번 들어 보자꾸나.”

 

그런데 곧 신께선 주위를 둘러보시더니 다시 말씀하십니다.

 

“이런!”

“마땅히 앉을 만한 자리가 없구나.”

 

그때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나뭇가지를 이용해 신께 동그란 의자를 하나 만들어드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신께서 앉을 의자 한쪽엔, 크고 뾰족한 가시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신께선 어머니가 만들어준 가시 의자가 매우 흡족하신지, 기분 좋게 앉으시며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넌 나에겐 항상 이 뾰족한 가시와도 같았단다.”

“언제나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신경 쓰이게 했지.”

“그러니 이젠 그만 그 가시에서 벗어나 한 송이 아름다운 장미가 되렴.”

“이제 난 네가 언제든지 시작만 한다면 널 완성시킬 거란다.”

 

전 그날 그렇게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리웠던 어머니도 보았고 저를 향한 그분의 마음도 보았습니다.

파란 하늘이 호수에도 제 마음에도 깊이 담깁니다.

▲이태완 작가.
▲이태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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