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호황기 맞아 과열 경쟁 조짐...버블론 우려

▲ 세계 최대 IT기업 애플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 뛰어들면서 예측불허의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홍정기 기자] 경영난에 봉착한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사수하기 위한 인수전의 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초 한국, 미국, 대만의 주요 반도체 전문기업 간의 경쟁으로 전개돼오다가 최근엔 글로벌 IT공룡기업들까지 가세하며 초대형 M&A(인수합병)로 체급이 달라졌다.

M&A 시장에선 경쟁률이 치열해지면 몸값이 올라가기 미련이다.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도시바 반도체 인수 가격이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상장주식 시가총액면에서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애플에 이어 구글과 아마존닷컴이 지난달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 예비 입찰에 인수 제안서를 써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일 보도했다.

구글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이고, 아마존은 미국 대형 전자상거래업체다. 두 회사 모두 기업공개(IPO)와 수익을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M&A시장의 소위 큰손이다.

미국의 IT공룡기업들이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전에 총출동한 것은 일단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과 관련이 깊다.

도시바가 주력 생산하는 반도체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하고 공급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해부터 초호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다소 성장이 정체된 D램 시장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은 당분간 폭발적인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015∼2020년 낸드 플래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45%로 예측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단종과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에도 불구, 실적과 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도 반도체 슈퍼호황에 힘입은 실적호전 때문이다.

도시바는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다. 수 년전 삼성전자에 추월되기전까지만해도 세계 1위였을 정도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낸드의 원조다. 3차원(3D) V-낸드 적층기술을 처음 도입한 것도 삼성이 아니라 도시바다.

내부적으로 수 십에서 수 백조원의 현금 동원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선발IT기업들로선 강력한 캐시카우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할 수 있다.

사업적으로도 관련이 적지않다. 아마존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를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애플이나 구글은 핵심 부품의 수직 계열화 차원에서도 매력적인 사업이다.

애플을 필두로 글로벌 IT공룡들과 주요 반도체 생산기업, 대형 펀드 등이 가세하면서 도시바 인수전은 예측불허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도시바 제휴업체인 웨스턴디지털, 북미 최대 메모리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낸드플래시 메모리 세계 3위 SK하이닉스의 3파전이 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수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0조원대 전후에서 인수가가 결정될 것으로 보였으나, 일부 인수후보기업이 배팅을 늘려 인수가가 20조원을 넘어섰다는 소문까지 파다하다.

이미 미국 사모펀드(PEF) 실버레이크 파트너스와 반도체 제조업체 브로드컴이 도시바 인수 예정가로 2조엔(약 20조 원)을 써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대만 폭스콘도 2조 엔 이상을 써낸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도됐다.

국내 SK하이닉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할 경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위 삼성전자와도 경쟁할만한 수준까지 오를 기회였으나 도시바를 품에 안는데 필요한 비용이 SK그룹으로선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번 도시바 인수전은 SK그룹 최초의 해외 인수합병이자 그룹의 위상을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인수가격이 급등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더욱이 경쟁사는 엄청난 현금을 보유한 미국의 IT공룡들이다.

컨소시엄 인수 방안이 SK하이닉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도시바 인수후 추가 설비투자에만  수 십조원 가량이 더 투입돼야 한다. SK가 결국 도시바 인수 경쟁대열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인수전으로 전환하며 도시바 반도체의 몸값이 껑충뛰면서 예상 밸류에이션을 크게 웃돌 것이 확실시돼 업계 일각에서 버블론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예상가를 두배 이상 넘는 가격으로 결정될 경우 추가 설비투자비 포함 20조원 이상의 투자를 필요로하는 것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 도시바 반도체의 자산은 8조원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너도나도 도시바 인수전에 나서면서 2017 회계년도에 무려 1조100억엔의 적자를 내며 경영난에 빠진 도시바만 좋은 을 시킬 것같다"면서 "향후 반도체 사이클상 시장이 위축기로 접어들경우 도시바 인수업체에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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