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과 황창규 KT회장이 케이뱅크를 통한 금융업무를 직접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홍정기 기자] 어느정도 인기는 예상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마자 돌풍의 연속이었다.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3일 문을 열자마자 하루만에 2만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굳이 은행 지점에서 대기표를 뽑고 번호기 불리기만 기다리는 번거로움이 없이 PC와 인터넷만 있으면 금융업무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아직 성공이란 단어를 쓰긴 이르지만, 일부의 우려를 불식하고 연착륙에 성공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은행권은 신경쓰지 않을 수 업는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예상을 넘는 돌풍에 기존 은행권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고객과 돈이 몰린다는 것은 기존 은행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의미이기 떄문이다.

인터넷의 대표적인 속성중 하나는 쏠림현상이다. 콘텐츠나 플랫폼의 인기가 고조돼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고객이 한 곳에 집중된다. 케이뱅크 역시 넒은 의미에선 인터넷플랫폼이다.

케이뱅크에 이어 오는 6월 카카오뱅크까지 문을 열어 인터넷 전문은행이 신금융플랫폼으로 빠르게 자리잡는다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금융고객의 대이동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은행권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눈치다. 시중 은행장들은 이미 케이뱅크 따라하기에 나섰다. 케이뱅크의 돌풍이 일기 시작하자 디지털 금융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과 유사한 비대면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은 4월 조회사에서 "케이뱅크가 24시간 365일 영업체제로 업무를 개시했다"며 "디지털 경쟁자들의 전략은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고객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며 높은 관심을 내비쳤다.

이미 지난달 실리콘밸리와 뉴욕 월가를 방문해 디지털과 모바일 금융혁명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빨리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절감한 윤 행장이다. 그는 "KB를 디지털사관학교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 행장은 "앞으로 핀테크 업체와 협업을 강화하고 신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해 제4차 혁명이 도래할 금융권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을 모든 업무에 접목해 효율성을 높여 나가자"고 역설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3일 창립 기념식에서 "앞으로 신한의 경쟁자는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경계했다. 그는 "금융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경쟁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은행업을 둘러싼 경쟁환경 변화의 본질을 정확히 통찰하고 과감한 혁신을 실행하자"고 말했다.

위 행장은 "연결과 확장이라는 디지털의 특성을 활용해 영업 전반의 효율성을 한층 높여가야 한다"며 "디지털과 글로벌 역량 강화에 힘써 변화의 흐름에 맞지 않는 과거 방식이나 자료는 과감히 덮고 새롭게 바꿔야 하는 일들은 지금 바로 실행에 옮겨달라"고 주문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도 이날 조회사를 통해 디지털 금융 환경 조성을 위해 비대면 채널과 디지털 마케팅을 확대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은행업무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여신심사나 리스크 관리 등 은행업무의 디지털화를 통해 손님과 함께 성장하는 디지털 은행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케이뱅크를 필두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에 맞서 디지털 경영을 새로운 화두로 제시하며 첨단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체질개선과 오래된 관습과 관행을 깨지 않고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시장 잠식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타파하는게 중요하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은행권의 고유 문화 특성상 은행장 등 윗선은 강력한 주문에도 불구, 일선 실무진이 실제로 신기술이나 제품, 솔루션 등을 도입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의미다.

특히 기존 은행은 오프라인 점포와 이를 운영하는 인건비 등 물리적으로 인터넷 은행의 비용구조를 따라갈 수 없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금리면에서 열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금리보단 안전을 추구하는 고액 자산가들을 제외하고 중산층 이하는 예금자든 대출자든 단 0.25%의 차이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생활을 지배하는 요즘시대에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높은 문턱을 낮추고 예대마진이 좀 줄더라도 대 고객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야만 인터넷 전문은행의 발전 속도를 좀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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