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일 사채권자집회가 마지막 관문...경영정상화 가능성 커

▲ 대우조선 경영정상화의 운명을 쥔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안에 찬성함에 따라 이 회사의 회생 가도에 파란불이 켜졌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생사여탈권'을 쥔 국민연금이 산업은행의 자율적 채무조정안을 극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 이 회사의 조기 경영정상화에 파란불이 켜졌다.

대우조선의 주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은 그동안 자율 채무조정안에 난색을 표명해왔었다. 이로 인해 이 회사 회생의 마지막카드인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회생계획제도) 적용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 국민연금이 막판에 마음을 돌린 것이다.

국민연금이 장고 끝에 채무조정안에 손을 들어준 것은 채무조정안이 P플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금의 손실이 작다는 점과 P플랜으로 갈경우 국가기간산업인 조선산업의 미치는 파장 등 두가지 모두를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안팎에서 그동안 대우조선 회생안이 P플랜으로 결정될 경우 기금의 투자손실이 더 커지는 점에 대해 적지않은 부담을 가졌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가 적지않은 손실을 자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됐던 국민연금으로선 연금가입자와 국민적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7일 오전 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의 자율적인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는 것이 기금의 수익 제고에 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 찬성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투자회사인 대우조선의 재무적 상태와 경영 정상화 가능성 등을 두루 살피고 재무적 투자자로서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실익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또 "대우조선과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만기연장 회사채에 대한 상환 이행 보강 조치를 취함에 따라 그 내용을 감안해 수익성과 안정성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심의했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의 주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에 극적으로 동의함에 따라 이 회사의 운명은 17∼18일 이틀간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서 결론나게 됐다. 이제 대우조선을 포함한 모든 시선은 사채권자집회로 쏠려있다.

내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원에 대한 채무 재조정 수용 여부를 묻는 사채권자집회는 17일 3차례, 18일 2차례씩 등 총 5차례가 예정돼 있다. 대우조선의 극적 회생을 결정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사채권자집회는 각 회차마다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 참석에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채무재조정안이 가결된다. 5회 집회 중 단 1회만 부결이 나도 대우조선 구조조정안은 즉각 P플랜으로 전환된다.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 분위기는 주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채무재종안이 가결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채무조정 대상 1조3500억원의 사채권자 중 90%가 기관투자자이고, 나머지 10%는 개별 투자자다.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에 따라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도 채무조정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증권금융 등 나머지 사채권자는 이미 대우조선에 동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채무재조정 찬성 결정으로 가장 큰 위험 요소가 사라진만큼 사채권자집회는 무사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앞서 산은과 대우조선 등이 각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설득 작업을 벌여 이변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 가결에 무게가 실림으로써 경영위기에 봉착했던 대우조선은 본격 회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대우조선은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이 가결되면 투자자들은 보유채권 가운데 50%를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더 연장해 분할 상환할 수 있게 된다.

1차 채무조정 이후엔 시중은행·국책은행의 출자 전환과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이렇게 되면 남은 것은 대우조선이 선박 건조를 통해 흑자를 낸 뒤 채무를 변제하는 길 뿐이다.  

대우조선 측이 이미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준비해놓은 상태다. 우선  올해 LNG선 등 회사의 가장 경쟁력 있는 선종 중심으로 건조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영업 측면에서도 위험부담이 높은 해양 EPC 수주는 당분간 지양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영업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올해 수주목표액은 55억 달러다. 분야별로는 특수선 10억달러, 해양 15억달러, 상선 35억달러다.

목표달성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대우조선은 최근 그리스 최대 해운사 안젤리쿠시스 그룹 자회사인 마란 탱커스사로부터 31만8000t 규모의 초대형유조선 3척을 약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에 수주했다.

다만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에서 매출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다는 점에서 당장 올해 흑자 전환이 이뤄질 지 여부는 미지수다. 올 매출은 1~2년전에 수주한 배들을 얼마나 예측에 맞게 건조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노사가 함께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구노력을 이행하고 회사를 흑자전환 시킴으로써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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