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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선 칼럼] 보수 유승민
   
▲ 소정선 논설위원

[위클리오늘=소정선 논설위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내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 때문이며 그 가치는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지난 2015년 7월8일 박근혜 前 대통령의 압력으로 원내대표를 사임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언론은 “ '원내대표 유승민'은 물러났지만, '정치인 유승민'에겐 새로운 시작이다. 보수진영 내 '개혁보수'의 색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자기 정치를 하는 소신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을 예상했다. 그 예상은 2년 후 정확하게 현실이 된다.

유승민은 ‘따뜻한 보수’,‘한국 보수의 아이콘’, ‘합리적 보수’ 등 보수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진보 측의 찬사를 받는 후보이다.

2015년 원내대표 연설문은 그의 존재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그는 연설문에서 “'세월호 조기 인양'을 촉구하고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 파산에 대한 인정과 사과',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천명', '공동체 내부의 붕괴를 지키기 위해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 '국민적 합의하에 공평과세에 기초한 증세와 중부담 중복지 실천', '단기부양책 중심의 성장해법의 폐기'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과 장기적인 성장해법 모색' 등 절실한 정책과제를 빠짐없이 거론했다.

당시 진보정당의 한 의원은 “여야를 떠나 19대 국회 그 어느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비해서도 탁월했다. 특히 '사회적 경제를 통한 한국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등 사회경제적 측면의 현실인식과 해법, 그리고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영논리를 넘어선 합의의 정치'를 제안한 대목은 전적으로 공감 한다. 고뇌와 진심이 담긴 연설이었다. 이런 보수라면 훌륭한 파트너인 동시에 두려운 상대”라고 높이 평가했다.

보수 또는 보수주의는 무엇인가? 보수주의(保守主義, Conservatism)는 관습적인 전통 가치를 옹호하고, 기존 사회 체제의 유지와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정치이념이다. 급격한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진보주의와 달리 보수는 현상 유지를 하거나,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한다.

현대사회의 ‘현상’은 정치적으로는 봉건적 계급구조를 혁명적으로 타파한 근대 시민민주주의의 자유, 평등, 정의이며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이다. 보수는 따라서 이들 이념과 체제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1919년 근대 민주정부 수립이후 지금까지 ‘보수’에 대한 개념과 적용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봉건적 유산과 제도가 병존하고 사상적 청산이 미진한 가운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득권 유지를 보수로 착각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른바 ‘수구 꼴통’으로 불리는 집단이다.

이런 점에서 유승민은 한국사회에서 진짜보수의 등장을 의미한다. 더구나 그가 주장한 ‘사회적 경제를 통한 한국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는 기존 사회체제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보수 정치이념의 노선을 지키면서 개혁한다는 보수주의 본질 그 자체이다. 그가 평소 입버릇처럼 되뇌는 “고통 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은 거의 진보사상에 근접, 진보진영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주장은 한국 정치에서 이미 사문화된 민주주의 이념을 현실화하겠다는 선언이다.

유승민의 대선공약을 보면 우선 국방분야에서 전술핵 재배치, 사드추가도입은 공동체이익 우선이라는 보수주의를 철저히 입증한다. 그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 한국의 대통령이 재배치의 작전운영에 관한 권한을 갖고 정보를 공유하는 전술핵 재배치를 하겠다.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사드 2~3개 포대를 세금으로 구입하겠다는 것이 저의 오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든든한 국가안보가 없다면 경제발전도, 복지국가도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북 문제에서 그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先지킴, 後교류 원칙을 분명히 한다.

외교에서도 보수의 강단을 보여준다.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여부에 대해서도 “발언이 사실이라면 용서할 수 없다. 역사적 사실이 아닌 발언을 함부로 하는 것에 대해 제가 대통령이 되면 강력히 항의하겠다” 고 다짐한다.

유승민의 경제정책은 자유주의와 시장주의를 반영, 분배보다는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혁신창업. 중소기업 혁신안전망’ 등 대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만들어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등 시장경제의 본질을 확실히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재벌문제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유를 허용하되, 공정한 시장경제의 규칙을 준수할 의무를 부여하고 경제력의 남용, 독점력의 불공정한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재벌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금지’등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고 있다.

노동분야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비정규직 획기적 축소(고용총량제도입), ‘칼퇴근법(근로기준법개정)등 시장경제개념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근로자를 배려한다.

복지분야에서는 과거 집권여당과 달리 세금을 더 걷어들여 복지수준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법인세와 소득세도 적정 수준의 인상해 ‘가정양육 수당 2배이상 인상’, ‘국민연금 최저 80만원까지 인상’, ‘육아휴직 3년 보장’등 실현가능성이 높은 방안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복지수준과 조세부담에 대한 ‘국민대타협’을 추진한다. ‘복지는 보수의 어젠다’라는 정치금언에 비추어 유승민은 진짜 보수가 걸어야할 길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분야에서는 정부개입을 통한 기회균등을 내세운다. 일반고에 비해 특혜를 받고 있는 자사고와 외고 폐지이다. 이는 문재인후보의 ‘점진적인 일반고 전환’보다 진일보한 정책으로 유승민 후보가 사회구조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잡고 있으며 교육이 구조적 불평등의 온상이라는 점을 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핵심 사상 중 평등의 제 1 조건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의 이같은 내공과 역량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입증된다. 4차례 진행된 토론에서 전문가들과 시청자들은 이견 없이 유승민 후보를 1위로 꼽았다.

유승민의 등장은 우리나라 보수정치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계파 이익만을 앞세운 패거리 정치, 맹목적 충성 등 보수를 타락시킨 원인을 걷어낸 첫 주자일 뿐만 아니라 복지와 불평등의 해소등 공동체에 해한 책임과 헌신이란 양심적 보수 본연의 길에 들어선 유일한 정치인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녹녹치 않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의 영향으로 향토지역에서 배척당하고 기존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의 견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출마이후 5%내외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치’로 상징되는 보수의 몰락과 친박 사당(私黨)화가 빚어낸 참사의 유탄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최근 바른정당내에서 유승민의 사퇴와 합당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유승민 후보의 말처럼 정당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사퇴를 해야 한다면 대통령 선거는 필요 없고 이는 곧 민주주의의 기본을 훼손하는 것이다.

유승민 후보의 제 19대 선거 출마는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속에 잠자던 ‘보수성’을 일깨우는 한편 진실과 논리를 추구하는 ‘따뜻한 보수’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가시밭길인지를 새삼 확인시켜준다. 진짜보수 유승민이 끝까지 완주해 강대국들이 강요한 남북분단의 척박한 이념적 현실에서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함께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날을 꿈꾸어 본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소정선 논설위원  sjseo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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