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돌풍에 시중은행들 비대면 상품, 금리조정 등 맞불

▲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한 달이 지나도 돌풍이 식지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송원석 기자]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한 달을 맞아 자본의 흐름을 잡기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뜨겁다.

기대반 우려반 속에 지난달 3일 문을 연 케이뱅크가 예상을 뒤엎고 오픈하자마자 돌풍을 불러모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때문이다. 케이뱅크 바람은 출범 1개월이 됐지만 좀처럼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프라인 은행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어디서든 365일 연중무휴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만의 강점을 내세워 특히 3040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독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실제 케이뱅크의 연령별 가입자 현황을 보면 30대가 전체 가입자의 39%로 가장 많고 40대(31%)가 두번째로 높다. 3040세대의 비중이 무려 70%에 달한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28일 현재 케이뱅크의 가입자수는 25만명을 넘어섰다. 100만명을 훌쩍 넘어선 주요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와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만큼은 비교가 안된다.

한 달간 계좌 개설 건수가 지난해 전체 은행권 비대면(모바일·온라인) 계좌 개설 건수(15만5000건)를 넘어서는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미 예·적금 규모도 3000억원, 대출금액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연간 목표로 잡았던 예·적금 5000억원, 여신 4000억원의 절반 이상을 단 한 달만에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케이뱅크 금리의 비교우위는 기존 금융권에겐 가장 위협적인 무기다. 케이뱅크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어 기존 금융권보다 예·적금 금리는 높고 대출 금리는 낮다. GS25편의점 단말기를 이용하는 현금입출금 수수료도 없다.

케이뱅크의 예사롭지 않은 돌풍에 시중은행들은 바싹 긴장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다. 수신 금리는 높이고, 여신금리는 낮춘 이벤트를 벌이는가하면 비대면 서비스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고 연 2.1%의 예금금리와 연 2.2%의 적금금리,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더드림 이벤트 시즌2'를 케이뱅크 출범에 맞춰 시작했다. 지난 24일부터는 각종 우대금리와 상품을 주는 '더드림 이벤트 시즌3'를 진행했다.

그런가하면 조직 개편을 통해 스마트 금융그룹을 디지털 금융그룹으로 재편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신기술 도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까지 최대 200만원 한도에서 0%의 금리를 적용하는 'ZERO 금리 신용대출'을 오는 7월까지 판매한다.

농협은행은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 즉시 대출과 무방문 대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며 신한금융지주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은행 도입을 위해 구성했던 태스크포스(TF)에 참여, '인터넷은행의 설계자'로 불리던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최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시중은행들은 주택 관련 대출을 비대면으로 바꾸는 작업도 한창이다. KB국민은행은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을 인터넷으로 신청한 뒤 은행은 딱 한 번만 방문하도록 개정했다.

우리은행은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은행 방문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무방문 기금 전세자금대출 신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중은행들은 물론 저축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는 낮추는 등 케이뱅크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전쟁을 이미 시작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마음이 더 급하다. 4∼7등급 중신용자 신용대출을 통해 급성장한 저축은행들이 금융당국의 2금융권 가계대출 조이기로 신규대출이 거의 멈춰진 상황에 케이뱅크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때문이다.

특히 케이뱅크가 저축은행들의 주 타깃고객인 중신용자 대상의 대출 특화상품을 내놓으면서 저축은행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업계 최저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이다(연 6.9%∼13.5%)'를 출시한 SBI저축은행이 최근  최저 연 5.9%인 'SBI중금리바빌론'을 출시한 것도 케이뱅크를 의식해 내놓은 것이다.

웰컴저축은행이 최저 연 5.99%인 사업자전용 비대면 대출 '그날 대출'을 내놓은 것도 인터넷은행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사업자전용 대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저축은행들은 수신 시장에서도 밀리지 않기 위해 각종 특별판매 상품으로 고객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4월들어 연 2.0%까지 떨어졌던 1년 기준 평균 정기예금 금리도 30일 현재 2.02%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잡자 금융위원회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케이뱅크가 금융시장 전반의 경쟁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보고 제3의 플레이어를 참여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향후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김진홍 금융위 은행과장은 "출범 초기 케이뱅크에 쏠린 관심은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범위가 방카슈랑스, 직불간편결제, 신용카드, 해외송금 등으로 확대되면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으로까지 경쟁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오는 6월말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목표아래 관련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인터넷전문은행과 기존은행들간의 ‘쩐의 전쟁’은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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