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한 식당에서 건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한 식당에서 건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된 걸까.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윤석열 대통령에겐 ‘방일 자체가 큰 소득’이었기에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명제였을 수도 있다.

어제(16일) 일본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애초 밝힌 대로 일본 측에 “향후 구상권 청구는 없다”는 다짐과 함께 ‘WTO 제소 취하’와 ‘강제동원 면책’을 선물했다.

대신 ‘수출규제 해제’와 ‘오므라이스 만찬’을 받았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앞으로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 수출규제 해제 효과는?

“별다른 변화는 없을 듯. 일본 측 수입처가 다시 열린다고 해서 현재 문제없이 진행 중인 거래처를 바꾸진 않기 때문. 다만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은 긍정적.” 삼성전자 관계자의 답변이다.

한국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수출규제 해제’와 ‘양국 간 희망찬 미래’를 꼽았다. 수출규제는 일본 정부가 2018년 우리나라 대법원의 ‘위안부 배상판결’에 반발해 이듬해 내놓은 조치다.

하지만 일본의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다. 한국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곧바로 수입처 다변화, 국산화 등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여기엔 많은 국내 중소기업도 힘을 보탰다.

이후 우리 기업들은 생산 차질은커녕 매해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단지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너무 많은걸 지불한 꼴이 됐다.

피해는 거꾸로 일본 기업들이 봤다. 수출규제 이후 일본 기업들은 자국 정부에 이를 철회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지만 지난해 말부터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완화를 검토해왔다.

◆ 강제동원 면죄부 후폭풍

이 같은 윤 대통령의 결단에 일본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매스컴은 연일 “완전한 승리”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됐다” “한국 대통령의 의아한 결정”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징용자 피해배상을 위한 한국 내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일본 기업의 참여 여부조차 확답을 피했다. 회담 직전까지도 그들은 “일본기업의 참여는 없다” “강제동원은 없었다” 등의 망발을 한 터였다.

여기에 기시다 일본 총리는 “위안부합의를 잘 이행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NHK 방송은 이날 전했다. 위안부합의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당시 양국이 합의한 것으로 일본 정부 기금 10억엔으로 위안부 피해자 배상문제를 마무리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당시에도 피해자들은 전범기업의 사과가 우선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다만 우리 정부는 “기시다 총리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문제는 또 있다. 일본 기업을 배제한 배상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입을 피해다.

지난 15일 포스코는 40억원의 기금을 재단에 출연했다.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14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14명이 전부가 아니다. 현재 강제동원 피해자 1124명이 낸 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이며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강제동원 피해자 21만8639명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징용뿐 아니라 국내징용 피해자로 인정받은 780만명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고려하면 총 배상금은 50조원이 넘는다. 이 권리는 당사자가 사망해도 유족에 상속되므로 끝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현재 재단에 기금 출연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포스코를 비롯, 하나은행, 기업은행, 수자원공사, 코레일 등 16곳으로 거론된다.

배상액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경우 이 기업들은 향후 배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윤 대통령과 정부는 과연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제3자 배상’이라는 3권분립을 무시한 결과는 또 어떻게 돌아갈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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