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실로비키. 대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어지만 러시아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세력이다. 우리말로 풀자면 '무력을 쓰는 관료' 정도 되겠다.

실로비키 구성원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연방보안국(FSB·구 KGB)을 비롯, 군부, 경찰 출신과 권력 실세들로 구성됐다.

'정의'와 '의리'를 중시하며 정계에 이름을 알리던 푸틴은 1998년 당시 옐친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FSB 국장에 임명됐다.

더 나아가 옐친은 이듬해 푸틴을 자신의 '후계자'로 칭하며 부총리 겸 총리대행에 임명했다. 이어 그해 마지막 날 결국 푸틴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명하고 사임했다.

하지만 푸틴은 취임하자마자 옐친의 강력한 지지세력이던 신흥재벌 집단 '올리가르히'를 제거하며 옐친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그리곤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에 충성하던 실로비키들을 대거 정부 요직에 기용했다. 이들은 FSB 국장은 물론 국가안보회의 서기, 대통령 행정실장, 부총리, 내무장관, 국방장관, 마약단속청장, 국영 석유회사 회장 등에 오르며 정·재계를 장악했다.

이들은 푸틴의 권력유지를 위해선 언론 통제와 정적 죽이기도 서슴지 않았다. 단순히 쳐내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죽였다. 푸틴 집권 중 피살된 언론인과 정적은 20명이 넘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

특히 '전쟁'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언론을 강제 폐간시키고 푸틴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를 암살하려던 시도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실로비키 핵심인 FSB는 누구에게도,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간섭을 받지 않는다. 예산도 '묻지 마' 식이며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소환해 죄를 덮어씌울 수도 있다.

이처럼 폭압 정권의 '황제'로 군림하며 종신 집권의 기반을 마련한 푸틴이지만 그도 한때 총명했던 시절이 있었다.

강력한 군대를 표방하며 무기를 현대화하고 미국 천하였던 당시 세계정세 흐름을 바꾸려 노력했다. 미국에 대항해 조지아를 제압했으며 국민적 지지 속에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이 때문에 그는 '자국민을 지키는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푸틴의 미래는 대체로 암울하다. 아마도 그가 머지않아 몰락할 거라는 예상이 틀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폭력과 독재를 휘두른 지도자가 무사한 사례는 없다. 푸틴의 몰락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을 힘으로 지배하려다 빚어진 조지아의 '장미혁명'이 사실상 그 시작이며 방점은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이 외에도 푸틴이 몰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우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다. 현실감각도 없어서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전쟁을 일으켜 인기를 회복하곤 했지만, 주변 정세를 살피는 능력도 부재하다.
 
또 자신의 판단만이 옳다고 진심으로 믿는 듯하다. 자주 그릇된 결정으로 잘못된 결과를 내면서도 결코 사과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도 한다. 자주 웃통을 벗고 때로는 얼음물에 입수하는 상남자의 모습이 지도자의 덕목이라 착각한다. 곰 등에 올라탄 모습의 포샵 행위가 들통나 망신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길 만큼 남다른 성격을 소유하기도 했다.
 
가장 불행한 건, 그가 FSB 출신 중 가장 똑똑한 사람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몰락한 푸틴을 기다리는 건 아마도 사법기관의 처벌일 것이다. 반대세력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입을 막았지만, 그가 저지른 수백조원에 달하는 권력형 부정부패는 숨길 수 없어서다.

윤석열식 정치를 실로비키 정치와 억지로 치환하지는 않겠다. 대한민국은 1인 혹은 1당 영구집권이 불가능한 나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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