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우리 조상들의 식사량은 어땠을까.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청장관전서에 조선인이 먹는 밥 한끼 분량에 관해 이렇게 적었다.

‘성인 남자는 한 끼에 7홉, 성인 여자는 5홉, 아이는 3홉’

7홉은 약 1.2리터로 이를 현대 밥그릇과 비교 하면 남자는 5배, 여자는 3배, 아이는 2배에 달하는 양이다.

기록은 더 있다. 

충무공 이순신은 병사들에게 하루 5홉을 주고도 병사들이 굶주린다고 안타까워했다. 지금 기준으론 하루 세 그릇. 그 대식가들이 한끼에 한 그릇밖에 못 먹었으니 배고플 만도 했겠다.

조선 말 이 땅에 온 성(聖) 다블뤼 안 안토니오 주교는 조선인들의 엄청난 식사량에 입을 다물지 못한 듯하다.

“조선 사람들은 많이 먹는 것을 명예로 여기며 식사의 질보다는 양을 중시한다. 일반적인 식사량은 쌀밥 1리터로 각자가 한 사발을 다 먹어치워도 충분하지 않아 계속 먹을 준비가 돼 있다. 많은 사람이 2~3인분 이상을 쉽게 먹어치운다. 우리 신자 중 한 사람은 7인분까지 먹었다. 이것은 그가 마신 막걸리 사발 수는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어떤 노인은 '식욕이 없다' 하면서도 다섯 사발을 비웠다.”

그런데 이것도 고대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고고학 발굴 자료에 따르면 시대별로 밥그릇 크기가 달랐는데 조선 690g, 고려 1040g, 고구려 1300g이나 됐다. 특히 신라 김춘추는 하루에 쌀 6말, 술 6말, 꿩 10마리를 먹었다는 삼국유사 기록도 있다.

이에 비해 현재 밥그릇은 300g에 불과하다. 확실히 현대인은 밥을 적게 먹는다. 다양하고 풍부한 먹거리 외에도 ‘저탄고지’로 대표되는 ‘탄수화물 줄이기’ 열풍도 한몫한 영향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항상 쌀이 남아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은 식량안보를 위해 쌀의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겠다는 법안으로 일정 부분 남는 쌀을 정부가 수매하는 것이 골자다. 관련 예산은 1조원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며 이른바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대통령이 법률에서 보장한 권한을 행사했다는 것 그 자체는 존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엔 두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정부에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을 외면하지 말고 과잉 생산된 쌀 30만톤을 즉각 시장에서 격리해 쌀값 하락을 막아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난해 1월 정부의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며 “아직 수매 물량이 14.5만톤에 불과하다”며 빠른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걸까. 게다가 한국 정부는 그동안 농가 안정을 위해 매년 9000억원을 들여 쌀 수매를 해왔다는 점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올초 전국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하는 방안을 지시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규모는 무려 27조원이다.

더 큰 문제는 여당이 내놓은 대안이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의원은 5일 ‘최경영의 최강시사’ 전화 인터뷰에서 양곡관리법 대안에 관해 “KBS에 처음 얘기하는 건데..”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무슨 대단한 대책이라도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뱉은 말은 ‘밥 한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이었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 숙소를 점검, 쌀 빵·쌀 케이크 등의 아이디어를 소개하긴 했다. 그는 당내 민생대책특별위원회 '민생119'의 위원장이다. 일 참 편하게 한다.

해당 발언에 역풍이 풀자 조 최고는 ‘진의를 왜곡한 선전·선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그런데 뭘 왜곡했다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종종 “남자가 그거밖에 못 먹냐”는 말을 듣는다. 나도 우리 농민들을 위해 많이 먹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된다. 어쩌겠나. 적게 먹도록 급속히 진화한 한국인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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