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롱이 이끄는 프랑스 중도신당 앙마르슈가 11일 프랑스 총선에서 압승하며 다시한번 '마크롱 파워'의 위력을 뽐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홍정기 기자]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초강력 태풍을 몰며 압승한 에마뉘엘 마크롱이 이번엔 총선에서 다시한번 힘을 발휘했다.

불혹도 채 되지 않은 39세의 젊음 정치인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신당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와 민주운동당 연합이 11일(현지시각) 실시간 프랑스 총선에서 압승이 확실시되고 있다.

앙마르슈는 선거 마감 직후 실시된 출구조사에서 하원 577석 중 무려 415∼44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원 의석의 최대 77%를 석권하는 파란이 연출된 것이다. 마크롱 파워가 프랑스 정치판을 완벽히 장악한 모양새다.

현재 예상 득표율은 앙마르슈와 민주운동당연합이 32.6%, 공화당이 20.9%,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13.1%,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당이 9% 등이다. 이를 근거로 18일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의 신당과 민주운동당 연합이 415∼44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0석인 앙마르슈와 민주운동당연합이 단숨에 최대 445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 결과가 현실화할 경우 1968년 총선에서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 샤를 드골의 집권당 완승 이래 최대 승리 기록이다.

프랑스를 나치 독일에서 해방시킨 드골은 집권 후 1968년 소위 '68혁명'으로 사회가 불안정해지자 의회를 해산한 뒤 그 해 6월 총선을 실시해 하원 전체 487석 중 72.6%인 354석을 가져가는 대승을 거뒀다. 당시 프랑스 유권자들의 안정 희구 심리에 힘입은 것이다.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마크롱의 파워가 재현된 것은 프랑스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인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물을 가전히 원하고 있음을 다시한번 입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수십년간 권력을 독점해온 기성 정당에 철저하게 등을 돌리는 대신 참신한 마크롱의 정치 혁명에 힘을 보태준 셈이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은 거대 여당의 지원아래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향후 집권 5년 간 사실상 자신의 소신대로 프랑스를 통치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된 것이다. 49%의 낮은 투표율로 일각에선 많은 유권자들이 아직도 마크롱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당분간 마크롱을 견제할만한 것은 거의 없다.

마크롱은 총선에서 절대 과반의석을 차지한 의회의 우세를 바탕으로 즉각 자신의 정책들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고용과 해고를 좀더 쉽게 만드는 노동법 개혁과 정치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신뢰를 앗아갈 정도로 끝없는 스캔들에 휩싸였던 의회 내 도덕성을 제고하는 방안들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이었던 사회당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지난달 대선에서 참패한데 이어 총선에서 또 다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때문이다. 프랑스 현지에선 전통의 사회당이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지 뉴스전문매체 프랑스24 등은 11일(현지시간) 사회당이 이번 총선에서 200석 이상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사회당의 의석은 277석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사회당 의석 수가 최악의 경우 15석, 최대 40석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미테랑 대통령 2기 정부 말인 지난 1993년 총선 때 기존 278석에서 무려 222석이나 줄어든 56석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장 크리스토프 캉바델리 사회당 당수는 11일 "좌파 전체, 특히 사회당의 유례없는 패배"라고 시인했다. 캉바델리 당수 조차 자신의 지역구인 파리 북동부 선거구에서 낙선하는 굴욕을 겪었다. 지난 5월 대선 때 사회당 후보였던 브누아 아몽 역시 낙선했다. 마티아스 페클 전 내무장관, 오렐리 필리페티 전 문화장관 등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각료들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한편 프랑스 총선 최종 결선 투표는 오는 18일 치러지며, 이 때 각 당의 최종 의석이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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