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비리로 얼룩진 영훈학원 김하주 이사장 구속

 

1965년 친일인사 김영훈이 설립…재단전입금 1200만원 고작

권력 아부하며 승승장구…50년만에 인가 취소 등 최대 위기 
[위클리오늘=신상득 전문기자] 지난 1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학교(영훈중)에 부정입학한 사실이 폭로됐다.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로 입학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회장의 아들은 다른 2명의 사배자와 함께 성적을 조작해 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영훈중을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와 교육청의 조사가 진행됐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각종 입학비리가 속속 드러났고, 그 과정에 비리의 핵심인물인 교감이 학교에서 목을 매 숨졌다. 김하주 이사장은 결국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됐다. 영훈중에서 벌어진 그간의 사건 경위와 설립자의 친일역사 등을 대해부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아들 불법입학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아들은 2013학년도 영훈중에 비경제적사배자로 평가돼 입학했다. 사배자란 사회적배려 대상자의 줄임말로로 한부모 슬하의 자녀, 3자녀 이상의 다자녀 등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한 학생을 가리킨다. 정부가 국제중학교의 부유층 일변도 입학을 억지하기 위해 일정비율로 사배자의 입학을 의무화했다. 그런 사배자 입학의 자리를 재벌4세가 꿰찬 것이다. 최고 재벌 자제가 사배자로 입학을 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영훈학원 관계자는 “2013학년도 영훈국제중 비경제적사배자 전형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한 3명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포함돼 있다”며 “이 부회장의 아들은 비경제적사배자 전형 합격자 16명 중 주관적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 14∼16등으로 들어온 3명 중 15등”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부회장 측과 학교 사이에 금품이 오간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삼성가 자제가 학교에 들어오면 학교 위상이 올라가고 훗날 삼성이 모교에 기부할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사 결과 이 회장의 아들은 교과성적 50점 만점에 45.848점으로 비경제적사배자 전형 지원자 155명 중 72등이었다. 그런데 추천서 30점, 자기계발계획서 15점, 출석 및 봉사 5점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최종 합격했다.
 
교육청 고발과 검찰 수사로 드러나는 비리
교육청은 영훈중을 부정입학(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북부지검은 영훈중과 학교법인 영훈학원 사무실, 학교 관계자 자택 등에 수사관 20명을 보내 입학 및 학교운영 관련 서류와 전산자료를 압수했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 부인인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임 씨는 이 부회장과 2009년 이혼했으나 이후 아들이 다니는 영훈초·영훈중에 수차례 방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영훈초를 졸업하고 부정입학한 이 부회장의 아들은 지난 5월 자퇴했다. 검찰은 임 씨를 포함해 학부모 10여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2013학년도 비경제적사적배자 전형에서 주관적 영역 만점자에 대한 점수를 조작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범행을 일부 시인했으며 채점결과 만점을 받지 않은 학생의 원점수를 엑셀에 입력한 뒤 임의로 바꾸는 방식으로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영훈중 측이 일반 전형 지원자 1200여명 중 추첨 순위권에서 벗어난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해 순위권에 들게 하는 방식으로 입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영훈중은 이 같은 방식으로 같은 재단 소속인 영훈초 출신 학생을 다수 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서울시교육청이 고발한 2013학년도 입시 뿐만 아니라 2012학년도 입시에서도 성적 조작이 있었다고 파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12~2013학년도 입시에서 객관적·주관적 영역의 성적 편차가 이례적으로 큰 지원자 100여명의 자기계발계획서 등 입시 자료를 바탕으로 성적 조작 여부를 가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주관적 영역 만점자 3명 모두의 성적이 조작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 지난해 8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A학생의 아버지가 학교에 1000만원을 기부했고, 이 학생은 11월 16명을 뽑는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에 합격했다. 교과 성적은 응시자 155명 중 76등이었지만 영훈중이 자체 평가하는 자기계발계획서와 추천서 등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16등으로 합격한 것이다. 원서를 내기 석 달 전 아버지 명의로 1000만원을 학교에 낸 B학생 역시 교과 성적은 34등이었지만 추천점수 만점에다 자기계발계획서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7등으로 합격했다. 입학 직후 2500만원 3000만원을 기부한 두 학생 역시 학교가 평가하는 서류 심사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개인 실명으로 1000만원 이상 기부한 8명 가운데 4명의 자녀가 ‘사배자’로 입학했다. 영훈국제중의 평균 교육비는 1년에 1000여만원이다.
 
검찰은 이번 부정입학이 학교의 저소득층 자녀의 전입학 기피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가 국제중에 입학할 경우 학교 재단에서 학비·부대비용 등의 교육비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자녀가 늘면 학교 재정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사배자의 입학을 반길 리 없는 것이다. 실제로 영훈중은 2009~2010년도에 발생한 사배자 결원 4명 중 3명을 사배자 학생이 아닌 일반학생으로 충원하고 1명은 미충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당시 10명의 학생이 일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 데도 추가 확인 없이 이들을 사배자로 선발했다. 이 중 4명은 자격요건 미달임에도 합격됐다.
 
영훈중 교감 학교에서 목매 자살…검찰 수사에서 각종 비리 잇따라 드러나
영훈중을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가 계속되던 지난 6월16일 입시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영훈중 김모 교감이 학교에서 목을 매 숨졌다. 김 교감은 유서에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학교를 위해 한 일인데, 생각을 잘못한 것 같다”고 썼다. 검찰은 김 교감과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 3인이 2013학년도 사배자 전형에서 합격권 밖에 있던 3명에게 학교 재량이 있는 부분에서 만점을 주고 대신 다른 학생의 점수를 깎아 부정입학시킨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추궁하던 중이었다.
 
영훈초교 출신 2000만원 받고 중학교 합격은 다 알려진 비밀
앞서 검찰은 학부모들에게 입학을 대가로 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행정실장 임모 씨를 지난달 14일 구속기소했다. 한 학부모는 검찰에서 “학교에서 전화가 와서 가 봤더니 합격시켜 줄 테니까 발전기금을 달라더라”며 “2000만원은 영훈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공식가격이었다”고 밝혔다.
 
영훈중 김하주 이사장 구속
검찰은 입학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학부모들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김하주(80) 영훈학원 이사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7월2일 구속했다. 김 이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북부지법 오선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 이사장은 입학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학부모들로부터 9000만원을 받아 챙기고 성적조작에 간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은 또 법인차량 유지비와 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의 유지·관리비, 영훈중 증축경비 등 17억여원을 영훈초교 학교회계에서 부당하게 지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에 앞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김 이사장은 이날 오전 10시20분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북부지법 청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김 이사장은 담요를 덮고 간이침대에 누워 의료진과 학교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이동했다. 링거를 꽂고 출석한 김 이사장은 두 눈을 꼭 감고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법정에 도착해 간이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겨 실질심사를 받았으며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받은 바 없다”고 답하는 등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김 이사장측 변호인은 김 이사장이 고령이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야 할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판사는 행정실장 임 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 이사장에게 돈을 직접 건넸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이날 오후 늦게 영장을 발부했다.
 
김하주 이사장이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갈 때 간이침대에 누워 있다가 심사가 끝나고 나올 때 걸어나오자 인터넷에서는 ‘앉은 자를 일으킨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다’는 등의 비난이 일었다. 닉네임 Ruff는 “법원의 기적 모세의 기적,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건 기적이다”라고 밝혔고, 다른 네티즌은 “그건 예수의 기적”이라고 정정했다. 닉네임 소주에 피자는 “나중에 교도소 가도 금방 나오겠죠. 나이도 있으니 고령이다 뭐다, 몸이 어디가 안 좋네 이러면서 형 집행정지… 뻔한 시나리오”라고 조롱했다.
 
영훈학원 친일 인사 김영훈이 설립
영훈학원은 설립 50년을 맞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영훈중 설립 취소 처분 또는 임시이사 파견 등 다양한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훈학원은 설립자의 친일행적도 재차 쟁점이 되고 있다.
 
영훈학원 설립자 김영훈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돼 있다.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는 10여 년간의 조사 연구 끝에 이 사전을 출판하면서 친일 인물 477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박제순·이완용 등 을사오적과 언론·종교·예술 등 분야별로 활동한 대표적 친일 인사들까지 포함됐다. 이중 관료로 분류된 친일 인사 명단에 일제 강점기 당진군수와 예산군수 등을 역임한 김영훈이 포함돼 있는데 그가 바로 영훈학원의 설립자다. 그는 광복 후 이승만 정권에서 서울시 초대 교육감을 지냈고, 196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영훈학원을 설립한 뒤 1985년 작고할 때까지 영훈초·중·고교 교장을 번갈아 맡은 ‘종신 교장’이었다.
 
김하주 이사장은 김영훈의 아들이다. 1981년에 취임한 이후 32년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금도 영훈학원 교내에는 친일파 논란의 당사자인 김영훈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친일 인사가 설립한 영훈중은 2008년 공정택 서울교육감에 의해 대한민국 1호 국제중이 됐다. 당시 영훈학원은 수입원이 되는 수익용 기본재산이 거의 없어 법정전입금마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내고 있는 상태였다. 초·중·고를 합해 겨우 1년에 1200만원의 전입금밖에 내지 못하는 영세·부실 사학이었다. 전입된 금액 1200만원은 전체 운영비의 0.07% 수준이었다.
 
당시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더 많았다. 친일파 논란에, 부실사학 의혹까지 받는 학교가 국제중으로 지정되면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학교는 인가가 났고 부실사학 우려는 2013년 현실이 돼 교육계를 강타하고 있다.
 
2008년 영훈중학교는 대한민국 최초로 국제중 인가를 받았다. 당시 영훈학원은 영훈초·중·고 등 3개교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법정전입금이 거의 없는, 말 그대로 ‘영세사학’이었다. 그러나 이후 영훈학원은 2012년까지 승승장구했다. 정점은 2012년 김하주 이사장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12월 대통령 직속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하주 이사장은 평화통일 기반조성과 국민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서대문구 힐튼호텔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모란장은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무궁화훈장 다음(2등급)이다. 과거 문화훈장 대통령장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김하주 이사장이 평화통일 기반 조성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국민통합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재용 회장의 아들이 입학했다는 내용이 폭로된 이후인 지난 3월 영훈학원은 한 명의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영훈고 교장이 된 황영남이 주인공이다. 그는 인천 삼량중고와 서울 세종고의 교장을 역임하고, 한국교총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을 지낸 인물이었다. 그는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의 외곽 선거 캠프로 구성한 ‘국민행복추진위원회’(단장 김종인)의 행복교육추진단 추진위원이었다. 김하주 이사장이 위기 상황에서 사학법인에 가장 큰 권력인 서울시교육청과 청와대에 줄을 대어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상임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문용린 서울교육감은 모두 영훈 사태에 관련해 사과 발언을 쏟아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국제중 설립 취소까지 갈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영훈학원의 역사는 ‘권력과의 유착’을 빼고서는 설명이 어렵다. 영훈학원 사태가 어떻게 결론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1 : 입학비리에 휩싸인 영훈학원과 구속된 김하주 이사장. ⓒ뉴시스
사진2 : 입학비리와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법에서 이동식 침대에 누워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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