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한마디로 기괴했다. 아직 후쿠시마 오염수는 방류도 안 됐는데 횟집을 돌며 ‘먹방’을 찍고 수조 물을 떠 마시며 ‘처리수’는 안전하단다.

핵 오염수 방류가 수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매출 감소로 시름이 깊어진 수산 시장과 횟집 상인들을 달래고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라지만 부끄러움은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몫이다.

김영선 의원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손으로 수조 물을 떠 마시고 있다.  (사진=KBS뉴스 캡처)
김영선 의원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손으로 수조 물을 떠 마시고 있다.  (사진=KBS뉴스 캡처)

이 한 컷의 장면.

수조 물이 깨끗하다며 몸소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준 국민의힘 김영선·류성걸 의원을 바라보는 상인들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준다.

주변에선 그 물이 비록 정화과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생물들의 배설물, 비늘에서 떨어진 각종 이물질이 있어 마시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수조 거품은 생선 배설물이다. 꽤 많은 횟집은 이 거품이 많아지고 물이 혼탁해지면 화학약품을 사용해 물을 맑아 보이게 하고 때로는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은 수조 물이 몸에 튀기만 해도 찝찝해하기 마련이다. 역시 정치는 극한 직업이다.

그 물을 먹을 수밖에 없는 충성심은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들의 행위가 해당 상인들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라고 믿는가 다.

정부와 여당은 오염수 방류 문제를 ‘과학’에 기초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우려를 제기하는 편에 대해 ‘괴담 선동’이라며 몰아붙인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문제는 떳떳하게 ‘모른다’고 밝히는 것이 과학이다.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하는 기간이 2년이라는 예측도, 최단 5개월이라는 시뮬레이션도 모두 과학이다.

일본 내에서는 방류를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찮다. 심지어 ‘해수욕 기간을 피해 방류해달라’는 한 지자체장의 요구도 나왔다.

이뿐인가. 일본 한 중의원은 “장기간 방류가 이뤄졌을 때 바다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깊은 연구도 하지 않았다. 방사성 물질을 바다에 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내 농수로 쓰자‘는 자국 내 주장엔 “피폭 가능성 때문에 안 된다”고 자백한 정치인도 있다.

그게 과학이고 상식이다. 이를 무시한 한국 정부와 여당은 일본보다 더 일본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친일‘ 비판을 의식한 듯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3일 “일본 대변인 역할을 하면 안 된다”며 자당 의원들의 자제를 요구했다. ’방류‘가 기정사실이라면 일본 편이 아닌, 차라리 처음부터 중립이라도 지켰으면 나을 뻔했다.

이 같은 충성 경쟁 속 ’수조 물 음용 쇼‘는 과거 이른바 ’아까징끼(소독약) 혈서 쇼‘를 보여준 이은재 전 새누리당 의원을 소환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 반대 여론이 들끓던 2020년 당시 윤 총장을 지키겠다며 대검찰청 앞에서 손가락을 깨무는 시늉한 후 소독약을 사용해 ’윤석열 사수‘를 쓰다가 들켜 망신당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이 전 의원의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어떤 품격을 갖췄는지에 관심없는 듯했다. 비록 이 전 의원은 공천에서는 탈락했으나 지금은 연봉 3억4000만원을 받는 어엿한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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