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이 매년 최대실적을 경신하는 가운데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협력사들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대비 횡보하면서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자동차그룹의 영업이익률은 현대차 9.55%, 기아 12.15%에 달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현대차 9.59%, 기아 12.17%로 역대 최대치다.

지난 3년간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2020년 현대차 2.3%, 기아 3.5% ▲2021년 현대차 5.7%, 기아 7.2% ▲2022년 현대차 6.9%, 기아 8.3% 등으로 해마다 급등했다.

특히 해당 수치는 2020년 세타2 엔진 리콜비용 1조3000억원 등 해마다 반복되는 품질비용이 적용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실제 영업이익률은 더욱 높은 상황이다.

반면 협력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저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계 협력사는 총 520곳으로 그중 364곳이 현대차그룹 협력사이며 상장사는 83개다.

문제는 협력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기준 2.6%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중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1%, 비상장사들은 2%대 초반에 불과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여전했다. 상장사의 올 1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3.5%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이는 같은 분기 현대차 9.5%, 기아 12.1%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그나마 상장사 중 완성차 회사와 비슷한 영업이익률을 보인 업체는 매출액 상위 기준, ▲에스엘(2022년 매출액 4조1745억원, 올 1분기 영업이익률 8.6%) ▲서연이화(2조8453억원, 6.9%) ▲엠에스오토텍(2조251억원, 7.3%) ▲화신(1조6902억원, 6.0%) ▲코리아에프티(5610억원 7.3%)등 극소수였다.

반면 덕양산업(2.0%), 세종공업(1.6%), DH오토웨어(0.8%), 평화산업(0.2%), 핸즈코퍼레이션(0.2%) 등은 사업구조개선이 시급했다.

비상장사 중에서도 매출액에서 웬만한 상장사를 뛰어넘는 회사들의 경우 상황은 더 나빴다.

경신(2022년 매출액 2조3184억원, 영업이익률 0.63%), 현대성우캐스팅(7516억원, 1.99%), 남양넥스모(5266억원, 0.32%), 대유이피(3891억원, 1.69%) 등은 지나치게 낮은 이익률을 나타냈다.

이는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와 그 협력사들이 비슷한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위클리오늘> 취재에 응한 한 협력사 관계자는 이 같은 저조한 이익률에 대해 “현대차 측이 ‘딱 살 수 있을 만큼만’ 주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수익 다변화를 위해선 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지만 지금도 연구개발비용이 매출액 대비 3~4%나 되는 데다가 현대차 납품을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단가 인상도 어려워 더는 투자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1차 협력사 관계자는 "하위 벤더들의 비용 보전 요구가 강한 상황이지만 완성차의 비용 보전이 모두 부품사에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협력사의 영업이익 개선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북미 전기차 업체와 중국 내 주요 완성차들이 급격히 가격을 내리고 있어 단가 인하 압력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지난해 1조404억원, 올해 1조5725억원의 배당금 잔치를 벌였다. 특히 정의선 회장의 보수액은 ▲2020년 40억원 ▲2021년 54억원 ▲지난해 70억원으로 매년 30%가 넘는 인상률을 기록 중이다.

현대차 직원의 경우 보수액으로 ▲2020년 7만1504명, 평균 8800만원 ▲2021년 7만1982명, 9600만원 ▲지난해 7만2689명, 1억500만원 등 협력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기아도 상황은 비슷했다.

송호성 사장의 보수 총액은 ▲2020년 8억6800만원 ▲2021년 12억9400만원 ▲지난해 25억4100만원으로 매년 껑충 뛰었다.

직원 보수 역시 ▲2020년 3만5424명, 인당 9100만원 ▲2021년 3만5510명, 1억100만원 ▲지난해 3만5847명, 1억1200만원으로 계속 늘었다. 평균 보수액은 현대차보다 높았다.

배당 또한 ▲2020년 4009억원 ▲2021년 1조2028억원 ▲지난해 1조4032억원으로 매년 상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력사들의 경영난 이슈와 관련해 “이 문제는 20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라며 별다른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20년 전부터 나온 얘긴데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일정 부분 협력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항변했다.

또한, ‘협력사 쥐어짜기’ 논란에 대해서는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는 협력사와 해외 납품처를 연결해 주기 위해 노력했고, 기술협력을 비롯한 여러 상생안을 실천해왔다”며 “협력사들은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이익을 높일 방안을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