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주택도시보증공사 부산본사가 위치한 부산 남구 BIFC 빌딩. <사진=네이버맵 캡쳐>

중소업자에 토지 매각 HUG, 잔금 받고도 일방적 계약해제

대법원 패소에도 1년여 시간끌며 괴롭혀...피해액만 25억원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HUG주택도시보증공사(사장 김선덕)가 중소건설업자와의 토지 매매 거래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꼬투리를 잡아 3년여간 법정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해당 업자가 수십억의 손해를 보는 사건이 발생했다.

매수인인 S개발 장모씨는 HUG가 주장한 잔금 납부 만기일까지 모든 매수금액을 전부 준비했지만 HUG의 늦장 업무처리로 당일 매매계약을 완료하지 못하고 HUG의 요구대로 다음 은행영업일에 모든 잔금을 처리했다. 

하지만 HUG는 잔금 납부일을 하루 넘겼다는 이유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버렸다.

결국 법정싸움으로 이어졌고 대법원은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장씨의 대법원 승소 이후에도 HUG는 강제조정 등을 신청하며 1년이나 시간을 끌었다. 

오히려 HUG측이 원하는 대로 합의를 봐주지 않는다면 대법원에 재상고할 것이라고 윽박지르는 행태를 보였다.

장씨는 HUG가 이런 행태를 보인 배경에 해당 토지를 제3의 특정인에게 넘기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 약속한 날짜에 잔금 지급받고도 계약 일방적 해지   

장씨는 지난 2013년 12월 20일 HUG로부터 경기도 광주시 실촌면의 2만7771㎡부지를 수의계약으로 낙찰 받았다.

해당 부지는 경매에서 수십 차례 유찰된 땅으로 장씨는 77억원에 해당 부지를 매입하기로 했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한 장씨는 2014년 3월 20일까지 남은 잔금인 30억8000만원을 지급해야했다.

매매계약서에는 장씨가 잔금 납부 만기일까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면 2개월의 시간을 주고, 해당 기간이 경과하면 1개월을 기한을 추가로 정해 매매계약해제 예고통지를 하도록 명시됐다. 이기간에 잔금을 납부하면 매매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HUG는 장씨가 2개월이 지난 5월 20일까지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자 매매계약해제 예고 통지와 함께 잔금과 지연손해금을 한 달 내에 지급하라고 통보했다.

장씨는 대출 등을 통해 잔금을 마련하고 6월 20일(금) HUG에 잔금을 지불하기 위해 방문했다. 하지만 HUG는 대출을 해준 금융권의 승낙서가 없으면 잔금을 받을 수 없다며 당장에 잔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장시간의 회의 끝에 HUG는 오후 늦게 일단 승낙서를 제외한 잔금을 입금하라고 했다. 장씨는 11억 3800만원을 모 은행 계좌로 입금하였으나 약 30억원이 들어있는 계좌는 은행 영업이 종료돼 남은 잔금인 20억원을 당일 이체를 할 수 없게 됐다.

당시 HUG측은 장씨의 통장사본과 예금청구서 사본을 보관한 후, 23일(월) 잔금을 입금하라고 요청했다.

6월 20일은 금요일로 21일, 22일은 주말이라 은행이 휴일이기 때문이다.

23일 잔금 20억5000만원과 HUG측이 요구한 3일 동안의 이자 235만원을 준비한 장씨는 이제 계약이 완료됐다고 믿었다. 장씨는 대출 채권자의 승낙서가 발목을 잡을까 걱정돼 해당 채무를 전부 완납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약과정에서 HUG는 직원이 계산을 착오했다며 20만원을 추가로 입금할 것을 요구하며 시간을 끌었다. HUG는 20만원의 3일 이자인 230원도 입금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잔금 입금을 완료하고 계약을 마친 장씨에게 HUG는 저녁 늦게까지 소유권이전서류 교부를 미루다 그날 저녁 8시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했다.

당초 만기일인 1개월을 하루 넘겼다는 것이다. HUG는 계약해제 통보 4일 후 장씨가 지급한 잔금 중 20억원을 장씨가 아닌 대출 채권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중도금 40억원은 채권자 앞으로 공탁을 거는 등 재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도록 하는 철저함까지 보였다. 계약금 7억7000만원은 몰수했다. 

일방적인 계약해제를 통보한 HUG는 곧바로 해당 부지를 다시 경매에 붙이기까지 했다.

결국 장씨는 2014년 6월 30일 법원에 해당 부지에 대한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고, 7월 21일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를 법원에 제기했다.

 

장씨가 HUG로부터 매입하기로 한 경기도 광주시 실촌면 부지. <사진=김성현기자>

이때부터 기나긴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1심과 2심은 계약기간이 지났다는 HUG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HUG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8월 18일 대법원은 ‘초일불산입 원칙’을 근거로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했다.

초일불산입 원칙이란 ‘계약기간을 일,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한 때에는 기간의 초일은 산입하지 아니한다’는 민법 제157조의 조항이다.

5월 21일부터 1개월을 계산하면 첫날을 제외해 6월 20일이 아닌 21일이 말일이며, 21~22일이 주말인 만큼 돌아오는 월요일인 23일이 잔금납부 만기일이라는 판단이다.

매매계약서에도 정확한 날짜가 적힌 게 아닌 1개월이라고 명시된 만큼 초일불산입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매매계약이 늦어진 귀책사유가 HUG측에 있다는 장씨측의 주장을 생략하고서라도 해당 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 "HUG 고위 관계자에게 넘기려 했다" 주장도

대법원의 판단에도 사건은 종결되지 않았다.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 돼 양측이 합의를 보는 과정에서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장씨는 계약이 파기된 귀책사유가 HUG측에 있는 만큼 잔금을 전액 지급한 2014년 6월 23일로 원상복귀 시키길 원했다.

HUG측은 이미 몰수된 계약금 7억7000만원을 제외한 잔금 70억원과 연체이자 약 2억원을 더한 72억원을 장씨가 다시 마련해 계약을 완료하길 요구했다.

1년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장씨의 손해는 늘어만 갔다.

결국 지난 7월 22일 고등법원은 장씨가 2018년 7월 31일까지 새롭게 돈을 마련해 잔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합의를 확정됐다.

장씨는 1년의 기간 동안 다시 자금과 건축사업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장씨는 “지난 3년간 변호사 비용과 사무실 유지비용으로만 20억원 넘게 썼고, 어떠한 사업 활동도 못해 수익도 없었다”며 “합의 과정에서도 HUG는 합의를 빨리 보지 않으면 대법원 재상고 등을 통해 더욱 시간을 끌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합의를 보긴 했지만 지난 기간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HUG는 법대로 했을 뿐 어떠한 잘못도 없다는 입장이다.

HUG관계자는 “우리가 판단할 때 계약해지 사유가 되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싸움을 불사한 것이다. 1심과 2심이 우리 손을 들어준 것 보면 충분히 논쟁이 될 만한 일이었다”며 “결론적으로는 상대가 피해가 발생했지만 공기업으로써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HUG 내부에서는 해당 부지가 이미 HUG 고위 임원 관계자에게 넘기기로 내정된 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

충분히 정상적으로 매매완료 처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당일 이미 완납된 잔금까지 되돌려주며 밤늦게 매매계약해제를 결정한 배경에 내부 직원들도 의문을 가진 것이다.

더욱이 해당 부지는 48회나 경매에서 유찰되거나 계약이 파기된 부지로 HUG가 무리하게 계약 파기를 진행할 명분도 부족한 땅이다. 

실제 일부 직원은 HUG와 장씨의 재판에서 장씨측 증인으로 서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HUG측은 “내부 시스템 상 규정을 벗어난 업무처리를 할 수가 없다. 감사도 엄격하기 때문에 설사 그런일이 있더라고 금방 드러났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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