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뉴시스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정권 교체와 함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물갈이 되는 관례에서 벗어나 국내 최대 금융그룹 KB금융지주의 윤종규 회장이 사실상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지만 연임 확정 및 취임 전까지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회전문 인사'라고 반발하는 강성 KB노조가 사퇴 요구 피켓 시위를 넘어 윤 회장을 불법행위로 수사당국에 고발하는 등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경영 성과, 지역 프리미엄(호남), 고졸 신화 상징성 등 강점이 있지만 내부 인사 갈등이 격화될 경우 외부 인사 수혈 카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5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차기 회장 후보 선출을 맡은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지난 14일 국민은행 서울 명동본점에서 열린 제2차 회의에서 윤 회장을 단수 후보자로 결정했다.

확대위는 23명의 1차 후보군에서 추린 7명을 대상으로 최고경영자로서 업무경험,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윤 회장과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 3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김 사장과 양 사장이 고사하면서 윤 회장이 최종 후보자로 확정됐다.

확대위는 "결과적으로 윤종규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되면서 공정성과 관련한 대내외의 시비를 우려하는 의견이 확대위 내부에서 논의됐으나 당초에 정한 원칙에 따라 나온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공정한 절차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확대위가 윤 회장을 사실상 차기 회장으로 낙점한 배경에는 그가 우량한 경영 성적표를 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발발한 'KB사태'로 회장과 사외이사 전원이 교체되는 등 내홍을 겪었지만, 윤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해 혼란스럽던 조직이 빠르게 안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은행계열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의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포석을 마련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윤 회장은 지난해 말 이뤄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대규모 합병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증권계열사 외형을 키웠다. 합병으로 탄생한 KB증권은 모기업 지원에 힘입어 자기자본 4조원을 마련해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앞두고 있다. 또한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완전자회사도 추진하고 있다.

윤 회장은 KB금융지주의 실적성장도 이끌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2014년 말 1조4151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1902억원으로 54.7% 증가했다.

일각에선 윤 회장이 문재인 정부 파워 인맥의 한 축인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과 ‘흙수저’ 출신으로 고졸 성공 신화를 썼다는 상징성도 연임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남 나주 출신인 윤 회장은 고졸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금융기관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73년 광주상고를 졸업후 고졸 행원으로 외환은행에 입행한 윤 회장은 1982년 성균관대 경영학과(야간)를 졸업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행정고시도 필기시험을 차석으로 붙었으나 대학시절 시위에 참여한 경력이 문제가 돼 임용이 취소됐다. 1980년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부대표 등을 역임했고 2002년 국민은행 재무전략기획본부장(부행장)으로 금융권에 복귀했다.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박근혜 정부때 임명된 인사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윤 회장은 연임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걸림돌이 존재한다. 숫자로 표현되는 실적이 아닌 조직의 정서적 반발 기류가 연임 발목을 잡고 있다.

KB금융 소속 7개 계열사가 가입된 KB금융 노조는 윤 회장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결정되기 전부터 연임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해왔다.

노조는 14일 확대위 2차 회의에서 윤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사실상 확정되자 다음날 연임 저지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고 윤 회장 사퇴와 거수기 사외이사 퇴진을 위한 투쟁에 들어갔다.

노조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윤 회장의 '경영승계과정'으로 규정하고, 2차 확대위 회의에서 결정된 3명의 후보 중 김 사장과 양 대표는 들러리로 동원됐을 뿐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윤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을 정하는 현재의 회장 선출 제도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중인 확대위 구성원 7명에게 윤 회장의 단독 후보 추천 과정에서 '리더십'과 '도덕성' 부문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회장 선임 과정에서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직원 설문조사에 사측이 개입한 의혹을 인지하고 있는지, 회장 후보자의 자격 기준을 결정하는데 윤 회장이 참여했는지,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정하고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뽑도록 하는 현재의 '지배구조위원회 규정'을 개정할 의지가 있는지 등을 따졌다.

박홍배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질의내용에 대해서 확대위가 합리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번 선임과정이 '짜고 치는 고스톱' 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집단 행동에 이어 법적 대응도 불사하고 있다.

앞서 13일 노조는 윤 회장을 업무방해죄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지난 5~6일 실시한 연임 찬반 설문조사 과정에 본점 직원들이 수천 건 이상의 '찬성' 응답을 반복하는 등 사측이 결과를 조작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윤 회장은 나홀로 면접과 요식행위에 불과한 임시 주총에서의 투표만 남기고 있어 절차상으로는 연임에 성공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이 변수 이상의 파괴력을 발휘할 경우 외부인사 카드가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임하더라도 내부 불협화음이 봉합되지 않으면 이후 과정이 순탄치 않아 CEO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사권자가 모를리 없기 때문이다.

한편 확대위는 확대위는 오는 26일 제3차 회의를 열어 윤 회장을 심층평가할 계획이다. 심층평가는 180분 이내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다.

윤 회장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률에서 규정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11월20일경 열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임기는 2020년 11월까지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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