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소각자에게 벌금, 과태료 부과해야"
"처벌 강화로 소방 인력·장비 ‘낭비’ 막아야"
군, 늑장 대응으로 다른 소각지와 소각자 파악조차 못해

경남 산청군 금서면 지막리 일대 불법 소각행위(사진1). 100미터 이상 피어오르는 연기 뒤로 국립공원 지리산이 보인다. 2023.10.18. 사진=제보자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가을철 건조한 날씨와 잦은 강풍으로 시골 논·밭두렁에서의 소각으로 인한 산불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농촌의 산불예방 계도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전 경남 산청군 논·밭에서의 동시다발적인 불법 소각 행위가 신고됐다. 한 시간 동안 금서면에서 발생한 건수만 3건에 이른다.

산청군 금서면사무소 담당자와 산청소방서는 해당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현장에 도착하는 동안에 또 다른 불법 소각 행위들이 발생했다.

면사무소 직원이 첫 소각 현장에서 계도를 하는 동안 200여 미터 떨어진 인근 밭에서 A씨(80대 여성)가 들깨 수확을 끝낸 깨단을 여러 군데 수북이 쌓아놓고 불을 지른 것.

산불에 대한 농촌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법 소각 신고를 받고 산청 소방서와 금서면사무소 직원이 현장으로 출동(사진1)하는 가운데 200여 미터 떨어진 밭에서 한 주민이 또 다시 불법 소각하고 있다(사진2) 100미터 이상 피어오르는 연기 뒤로 국립공원 지리산이 보인다. 사진=제보자

문제는 해마다 소각(논‧밭두렁, 쓰레기)으로 인한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액이 급증함에도 농촌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날 ‘불법 소각’ 제보자는 “소방차 출동으로 인한 벌금이나 쓰레기 소각 등으로 인한 과태료를 소방서와 군청에서 (각각)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악순환”이라며 “불법 소각 근절을 위해서는 행정의 실효성 있는 계도와 함께 (불법) 소각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산청 소방서는 이날 4대의 차량과 10여 명에 가까운 소방 인력을 투입했지만 불을 지른 A씨에게 벌금을 부과하진 않았다.

소방차 출동에 따른 벌금을 내는 제도는 없다. 다만 형법 제164조 내지 176조의 규정에 의해 ‘방화와 실화의 죄’에 속하는 경우, 경찰에서 조사해 검찰 시고로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금서면사무소도 산불예방 계도 기간이라는 핑계를 들어 첫 소각자(사진1)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또한 이날 군은 당시 두번 째 소각지와 소각자에 대한 파악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늑장 대응'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8일 산청군 금서면 불법 소각 현장에 출동한 산청 소방서 차량과 소방인력. 사진=최희호 기자 2023.10.18

산청군은 지역 특성상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가을철 건조한 날씨와 잦은 강풍으로 쓰레기 소각 등으로 인한 화재 발생 시 산불로 번질 위험이 크다는 게 소방서 설명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논·밭두렁 쓰레기 소각 등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군민 여러분의 화재에 대한 주의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최근 '쓰레기 소각'에서 옮겨붙은 산청군 산불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3월7일 쓰레기 소각으로 발화한 산불이 낮 12시 35분께 산청군 차황면의 야산에서 발생했다.

산림 당국은 산불 진화 헬기 12대, 소방차 등 산불 진화 장비 33대, 진화 대원 327명 등을 동원해 진화에 나서 이날 오후 6시 15분께 주불을 진화해 2시간 30분 만에 진화했다.

소방 당국은 산불 원인이 40대 남성이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불길이 산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산청군, ‘소각산불 없는 녹색마을 캠페인’ 유명무실

산림청 ‘우수 이장’에 산청읍 모고마을 이장이 선정됐으며 산청읍 모고마을, 오부면 양촌마을, 생초면 향양마을, 단성면 칠정마을 등 4곳은 경남도 우수마을에 지정됐다.
산림청 ‘우수 이장’에 산청읍 모고마을 이장이 선정됐으며 산청읍 모고마을, 오부면 양촌마을, 생초면 향양마을, 단성면 칠정마을 등 4곳은 경남도 우수마을에 지정됐다.

 

최근 산청군에 따르면 산림청 주관으로 실시한 이 캠페인에는 전국 2422개 마을이 참여 중이며 산청군은 288개 마을이 참여, ‘소각근절 서약’을 이행하며 산불 예방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에 산림청 ‘우수 이장’에 산청읍 모고마을 이장이 선정됐으며 산청읍 모고마을, 오부면 양촌마을, 생초면 향양마을, 단성면 칠정마을 등 4곳은 경남도 우수마을에 지정됐다.

우수 이장에게는 포상금이 수여되며 우수 마을은 포상금, 표창장과 함께 ‘우수 마을’ 현판이 주어진다.

산청군은 산불예방을 위해 해마다 ‘소각산불 없는 녹색마을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또 산불진화대 및 산불감시원을 통한 소각행위 단속과 산불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초동조치체계 구축 등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금서면에서 일어난 동시다발성 소각 행위로 지자체의 노력이 무색해지고 캠페인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제군, 산불 대책본부 운영 “불법 소각 집중 단속”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덕적리 산1 한석산에서 발생한 산불. 영하의 추위 속에서 밤새 산불을 진화작업을 벌여 16시간만에 주불을 진화 완료하였다고 밝혔다. (사진=산림청 제공) 2021.01.16.

 

이런 가운데, 강원도 인제군은 가을철 산불 발생에 대비해 오는 16일부터 12월 15일까지 ‘가을철 산불 방지 특별 대책본부’를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이 기간 특별대책본부와 읍·면 상황실은 산불발생에 대비해 비상근무를 실시한다.

투입되는 인력은 산불전문예방 진화대 59명, 산불감시원 92명, 인화물질제거반 5명, 이장감시단 85명, 자생단체 490명, 노인 감시단 260명 등 하루 평균 1000여명으로 산불 감시와 초동 진화 활동을 펼치게 된다.

군은 단속반을 운영해 농업 폐기물 불법 소각을 집중 단속하고 6개 읍·면에서 발생하는 영농 부산물의 파쇄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등산객이 증가하는 만큼 산림과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할 예정이다. 주요 단속 행위는 산림 내 무단 취사, 화기 사용, 산림 인접 불법 소각 등이다.

적발 시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부주의로 인해 산불이 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산불 중 상당수가 논과 밭두렁에서의 소각, 입산자들의 실화 등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며 “산불 예방을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최근 5년간 산불 피해면적 여의도 130배…피해액 2조1421억
정희용 "산불 예방 교육 강화·기관 간 협조 필요"

 지난 3월8일 오후 경남 합천군 용주면 월평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산림 162여㏊를 태우고 계속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대원들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2023.03.08.

 

최근 5년여간 산불 피해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30배 크기인 3만7602ha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발생 원인별로는 입산자 실화, 소각(논‧밭두렁, 쓰레기) 순이며 피해액은 총 2조1421억 2600만원이다.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희용 의원(국민의힘)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여간(2018~2023년 9월) 산불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산불 발생 건수는 2018년 496건, 2019년 653건, 2020년 620건, 2021년 349건, 2022년 756건, 2023년 9월말 기준 529건으로 총 3403건으로 조사됐다.

피해 면적은 2018년 894.07ha, 2019년 3255.35ha, 2020년 2919.84ha, 2021년 765.89ha, 2022년 2만4797.16ha, 2023년 9월말 기준 4969.41ha로 여의도(290ha) 면적의 약 130배에 해당하는 3만7602ha로 나타났다.

산불 발생에 따른 피해액은 2018년 485억 8300만원, 2019년 2689억 1000만원, 2020년 1581억 4100만원, 2021년 361억 2500만원, 2022년 1조 3462억 7600만원, 2023년 9월 기준 2840억 9100만원으로 총 2조 1421억 2600만원으로 확인됐다.

경상남도 산불 발생 건수는 375건, 피해액은 936억 6100만원이었다.

산불 발생 원인별로는 입산자 실화가 1090건으로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 뒤를 소각(논‧밭두렁, 쓰레기)으로 인한 산불 671건, 원인 미상 497건, 건축물 실화 253건, 담뱃불 실화 246건 등이 이었다.

정 의원은 “매년 실화 등 부주의로 인한 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산불 예방을 위한 교육 강화와 관계 기관 간의 유기적 협조체계를 통해 산불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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