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통계청 '업무일지' 확보
청와대 회의 발언, 분위기 등 적혀
'소주성 조작 의혹' 근거 부상
감사원 "검찰 수사 지켜볼 것"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위클리오늘=정호연 기자]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한 감사원이 당시 정황을 담은 통계청 직원의 업무일지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 업무일지를 '소득주도성장(소주성)' 효과를 부각하기 위해 소득 통계를 조작한 증거로 보고 검찰에 제출했다.

19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감사원이 확보한 업무일지에는 소득 통계 수치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다수 적혀 있다.

'메모'라는 제목의 한글파일 형태인 이 업무일지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통계청 직원들이 불려간 청와대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 업무 협의 내용 등을 복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당초 통계청 윗선에 보고하고 지시 사항을 이행할 목적이라 청와대 관련 내용뿐 아니라 각종 업무가 거의 매일 작성됐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계소득 동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6.03.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계소득 동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6.03.

2018년 5월 24일 홍장표 당시 경제수석이 주재한 회의를 '청와대 압력'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당일 '메모'에는 "오후 8시부터 시작한 회의를 끝내고 숙소에 도착하니 새벽 3시 30분" "(회의 자리에) 앉자마자 통계청이 통계 조사를 잘못한 걸 인정하라는 식의 말을 했다" "처음부터 통계 조사가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라는 식의 말투였다" 등이 적혀 있다.

감사원은 그 무렵 '2018년 최저임금이 16.7% 올랐으나 하위 20%의 소득은 오히려 역대 최대로 감소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는 점을 들어 청와대가 통계청을 질책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6월 통계청 업무보고 당시 '메모'에는 통계청 직원들의 부담감을 짐작할 만한 대목이 담겨 있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숫자밖에 없는데 왜 그럴까. (우리를) 길들이려는 걸까" 등이다.

기획재정부의 업무 영역인 원인 분석, 대안 제시를 청와대가 과제로 주자 통계청 실무진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통계청에 2017년 1분기 소득 분배 악화 원인 분석을 요청했고, 통계청 실무진은 이를 위해 수차례 청와대를 찾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만 공유된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취임사도 통계청 소득 통계 담당 직원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주성의 핵심은 소득을 증가시키고 소득 분배 비율을 좋게 만드는 것"이라는 게 취임사 취지였다.

통계청 직원들은 업무일지의 존재에 대해선 사실이라고 확인해 줬지만, 구체적인 지시 여부 등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감사원 역시 통계청 직원들이 "부담을 느꼈다" 정도로만 진술해 중간 감사 결과 발표 당시 청와대 지시 여부 등을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정황이 담긴 업무일지 등을 대전지검에 넘긴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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