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백성의 입을 틀어막으며 공포정치를 펴다 결국 비참한 말로를 보낸 군주가 있다. 중국 주나라 10대 군주 여왕(厲王·려왕) 이야기다.

여왕은 밀고(密告) 제도를 최대한 활용한 군주로도 유명한데, 그는 자신을 비방하는 자가 있으면 적발해 죽였다. 결국 공포에 질린 백성들은 어떤 말도 할 수가 없게 됐다.

여왕은 신하 소공(召公)에 득의양양 말했다. “나를 비방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으니 내 정치하는 솜씨가 어떻소?”

소공은 참담해하며 말했다. “이는 그들의 말을 막은 것에 불과합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둑으로 하천을 막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물이 막히면 언젠간 둑이 무너지고 둑이 무너지면 많은 사람이 다칩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스리는 사람은 백성들이 마음 놓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왕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백성들은 폭동을 일으켜 여왕을 폐위했다. 여왕은 이웃 나라로 도망가 10여년을 비참하게 살다 죽었다.

이후 주나라에서는 공화정(共和政)이 탄생해 14년간 이어졌다. 왕이 없는 상태로 신하들이 상의해 정치를 한 것이다. 나라는 태평했으며 이후 즉위한 선왕(宣王)은 문왕(文王)·무왕(武王)의 유풍을 받아 선정을 펼쳤다.

‘중구난방’은 이후 춘추시대 송나라 때 나온 고사성어다. 화원(華元)이란 관리가 성을 쌓는 일을 독려하기 위해 현장엘 나왔는데, 그가 적국의 포로였다가 풀려났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꾼들이 모두 그를 비웃고 비난했다.

그러나 화원은 여왕의 사례를 익히 알았기에 사람들의 입을 막기 어렵다(衆口難防)고 판단해 작업장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언론은 장악될 수도, 해서도 안 된다”던 한 인사의 말이 떠오른다. 당시 기자는 그의 언론관을 믿어서가 아니라 일부 메이저를 제외하곤 사실상 장악이 힘든, 인터넷 언론의 ‘시스템’을 믿었기에 약간은 맘을 놓았다. 하지만 참 순진한 생각이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른바 ‘밥줄 끊기’였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다음 뉴스 노출 방식을 기습적으로 변경했다. 다음과 제휴한 모든 언론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조중동 등 대형 언론사들로 구성된 콘텐츠 공급사(CP) 뉴스만 검색되도록 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언론 통제를 넘어 중소 언론사를 망하게 하는 길이다. 왜 그럴까.

언론사는 네이버, 구글, 다음 등 포털에 자사 기사를 최대한 노출해야 한다. 기관과 기업 등에서 협찬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포털에서 기사를 찾을 수 없다면 협찬사들이 언론사에 돈을 댈 이유가 없어진다.

현재 네이버, 다음과 제휴된 매체는 수가 다르다. 진입 장벽 조건 때문인데 네이버는 980여개, 다음은 1350여개다. 다시 말해 네이버가 아닌 다음만 제휴한 매체가 370곳이나 된다는 뜻이다.

이번 다음의 조치로 이들 매체는 조만간 보따리를 싸야 할 처지에 놓였다.

카카오 측은 “내부 결정일 뿐 외부의 압력은 없었다”는 뻔한 입장이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없다. 하필이면 전날이 김범수 전 의장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 조종 의혹으로 카카오가 압수수색을 당한 날이어서다.

그게 아니라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먼저 눕는’ 것이었을 수도, 혹은 바람이 불자마자 누워버린 것이었을 수도 있다.

네이버도 같은 일을 진행할 거라는 정보도 있다. 구체적으로 내년 총선 직전인 3월이라는 소문이다. 실력대결이 아닌 밥줄 끊기야말로 가장 치졸한 폭력이다.

중구난방이다. 주나라 여왕 폭정 이후 공화정 시대가 도래하기까지 3년이면 충분했다. 무운(武運)을 빌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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