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경. (사진=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경.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유림 기자] 올해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정부가 실효성 없다고 평가받는 ‘제4이동통신사업자’에 수천억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업계가 들끓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통신시장 과점 해소,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5G 이동통신 신규 사업자 28GHz 주파수 할당업체 이른바 제4이동통신사업자를 모집했다. 

과기부는 지난해 7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가 포기한 5G용 28GHz 주파수 800MHz 폭과 700MHz 대역의 앵커용 주파수 20MHz폭을 신규 할당한다고 발표하고 매물로 내놨다.

문제는 주파수 비용을 기존 통신 3사보다 65% 적은 742억원으로 책정하고 최대 4000억원의 정책금융과 세액공제 등 정부의 파격적인 제안에도 수익성이 없어 3개 업체가 신청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접수 결과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컨소시엄 등 3개 법인이 전국 단위 주파수 할당을 신청했다. 정부는 이들 업체에 대해 1개월 이내 적격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통신시장 포화, 재원조달 문제 등 실제 사업 영위는 힘들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실제 과거 정부에서도 2010년 이래 일곱 차례 제4이통사 선정을 추진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일본의 경우 라쿠텐 그룹이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어 적자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은 바 있다.

할당을 신청한 세 개 업체의 재무상태도 밝지 않아 정부지원이 불가피하다. 이들 업체는 3년 이내 28GHz 기지국 6000대를 의무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소 3년간 1800억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자금 조달에도 물음표가 붙지만, 이후에도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시장경제 싱크탱크 ‘자유기업원’은 8일 논평을 내고 혈세 지원, 정부 개입형 제4이동통신은 실익은 적고 부작용만 크다고 비판했다. 

자유기업원은 “현재 진행되는 제4이동통신 도입이 과연 시장경제 질서, 소비자 편익 증진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이미 국내 통신시장은 포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4이동통신 사업자의 적정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정책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며 “아울러 일정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해주기 위해 기존 사업자를 규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라는 목표 아래 추진되는 정책이 정작 특정 기업에 대한 재정 투입, 기존 사업자 권익 침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으로, 반시장경제적 수단으로 시장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것은 애당초 성립할 수 없는 모순이며 원칙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제4이동통신 사업자가 시장에서 실패할 경우 4000억원대 규모 정책금융 회수는 불가능해지고 시장 퇴출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구조조정 비용까지 모든 부담은 결국 국민 혈세와 소비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위클리오늘>은 과기부 전파관리국에 신청업체 부적격 시 해결방안과 재원 마련에 대한 정부지원, 4000억원 융자지원에 대한 회수방안 등을 물었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가계 통신부담 완화에 해당 사업이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면서도 말을 아꼈다. 

더구나 정부가 올해 R&D 예산을 지난해 대비 4조6000억원이나 삭감, 6G 상용화도 기약이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마당에 아까운 국민 세금으로 새로운 통신사를 지원하는 건 또 다른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2030년 6G 상용화를 목표로 2019년 11월부터 국가 주도하에 연구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2019년부터 시작한 6G 연구 관련 국책 연구에 2027년까지 약 5807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2020년 11월에는 세계 최초의 6G 테스트를 위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등 6G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5G 장비 글로벌 점유율 1위인 IT 기업 화웨이는 캐나다 오타와에 6G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하고 6G 관련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 역시 6G 연구에 속도를 내, 2017년부터 미국 국방성의 연구개발부서가 주도하고 민간 사업자인 퀄컴이 참여하는 6G 장기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20년 10월부터는 미국 통신사업자연합인 ATIS 주도하에 통신사업자와 제조사 연합체인 ‘NextG 얼라이언스’를 결성, 6G 기술 표준화와 생태계 확산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21년 4월에는 일본과 6G 협력 연구에 5조원의 공동투자를 협의하기도 했다.

일본 또한 2018년 통신 산업을 주관하는 일본전신전화주식회사(NTT)가 세계 최초로 100Gbps 무선전송 시연 성공을 발표하는 등 발 빠르게 6G 무선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2020년 1월에는 총무성 주관으로 ‘6G 연구회’를 발족하며 일본 정부 주도의 6G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NTT는 2020년 7월 100여개 일본 기업과 함께 ‘6G 통신장비’에 도전하겠다고 발표했다.

표준화가 중요한 6G 상용화를 위해서는 지금이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안개 속’이다. 관련 예산이 반토막 난 상황이어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제동국 노조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이전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부분에 대한 예산 삭감 폭이 크다”며 “최근 절반으로 잘릴 거라 예상한 예산이 일부 복원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예산을 유지한다 해도 조 단위의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올해 예산이 어떻게 투입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6G 연구 관계자들은 집중적인 업무 투입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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