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판매업’으로 봐야…제조 기간 무관"

[위클리오늘=홍지훈 기자] 집에서 식품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돈을 받고 팔더라도 영업등록 의무는 없으며 관할 관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1일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에 돌려보냈다.

A 씨는 집에서 7년간 숙성·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식초를 제조한 뒤 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식품을 제조하거나 가공해 판매하려 할 경우 영업등록 의무가 있는데 검찰은 A 씨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쟁점은 A 씨에게 영업등록 의무가 있는지였다. A 씨는 유통업체에 판매한 것이 아니고 집에 방문한 소비자에게 바로 팔았으므로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란 식품을 업소에서 제조·가공한 뒤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영업등록 의무는 없고 관할 관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

1·2심은 A 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식초를 만드는 데 7년 가까운 제조 기간이 소요되므로 이를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령은 통·병조림 식품 등을 제외한 모든 식품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대상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식품의 제조 기간의 장단에 따라 이를 달리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의 식품 제조 기간이 7년 정도에 이르더라도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대상 식품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현행법은 기성 상품을 판매 장소에서 소비자에게 덜어서 판매하는 경우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인정 범위에서 식초 등 일부 식품은 제외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제조한 식초는 자신이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것이므로 이 규정 역시 고려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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