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이수용 기자] 당내에서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명계와 친문계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지지층을 결집을 위한 비명계를 끌어안기 위한 통합 행보의 하나로 해석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이 대표가 단식 중이던 병원에 문 전 대통령이 방문한 이후 넉 달여만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초 신년 인사를 위해 문 전 대통령을 만나려 했으나 경남 양산 방문 전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정지에서 흉기 습격을 당해 일정을 취소했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문 전 대통령과 30분가량 차담을 하고 이후 지도부 등과 함께 오찬 회동을 했다. 오찬에는 정청래·장경태·박찬대·고민정·서영교·서은숙 최고위원과 이개호 당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와 양산이 지역구 김두관 의원 등이 함께했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총선 전략과 공천 문제를 비롯해 선거제 개편 등 다양한 정치 현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내 통합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에게 "총선 승리를 위해 단결하자"고 했고, 문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 함께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선거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중요하고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했다고 박성준 대변인은 전했다.

이번 회동은 특히 친문계와 친명계의 공천 갈등이 확산하는 와중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친명계 인사들의 자객 출마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노영민·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문 정부 출신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비명계는 뺄셈 정치로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공천 학살을 우려하고 있다. 친문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문 대 친명 프레임에 빠지는 것은 민주당이 필패하는 길"이라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도 이를 문제 삼으며 "총선이 다가오면서 친명·친문으로 나누는 프레임이 안타깝다"며 "우린 하나이고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해서 총선 승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박성준 대변인은 전했다. 공천 갈등이 심화하면 총선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통합 메시지를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정부·여당이 민생을 방치하고 통합을 도외시하는 현 정국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은 민생을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반드시 승리하는 게 시대적 소명"이라고 공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흉기 피습 사건을 언급하며 증오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은 증오의 정치가 그런 일을 만든 것"이라며 "중앙 정치에서 날마다 벌어지는 적대·증오 정치가 지지자들 쪽으로 내려갈수록 증폭됐다. 지지자 사이의 증오는 살벌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상생의 정치가 되려면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며 "저쪽은 그런 의지가 없고 증오·적대 생산하는 것을 선거전략으로 삼는 걸 해왔다. 민주당이 이겨 정치를 주도해야 상생의 정치가 가능할 것이다"고 했다.

아울러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의 세력까지 힘을 모아서 상생 정치로 나아가면 정치 바꾸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대선에서도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문 전 대통령은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험지이긴 하지만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며 이 대표에게 "부울경에도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