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유림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지난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기존게임의 진부화가 가속화되고 신작 출시 성과가 예상치를 밑돌면서다.

최근 국내 주요 게임업체(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컴투스·펄어비스·더블유게임즈)들은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5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업계는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대외활동 증가, RPG 장르에 편중된 모바일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 상승 등이 성장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게임의 진부화가 가속화되고 신작 출시 효과도 크지 않았다.

다만 2022년에 이어 업체별 수익성은 차이가 났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전년 대비 영업실적이 개선된 반면,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주력 모바일게임의 빠른 진부화로 영업이익 감소했다. 넷마블과 컴투스는 신작 부진 영향 등으로 2022~2023년 영업적자가 이어졌으며 펄어비스는 연간기준 적자 전환했다.

올해 역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며 업체별 영업실적 차별화 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 넥슨 매출액, 영업이익 전년 대비 각각 20%, 30% 증가

넥슨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3조9300억원으로 전년대비 20%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1조2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나 증가했다. 

PC·온라인 부문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FC온라인’ 등 기존게임들의 견조한 실적이 유지되며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모바일 부문은 ‘FC모바일’, ‘블루아카이브’의 양호한 실적에 ‘프라시아전기’, ‘데이브 더 다이버’ 등 신작 출시 효과로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다만, 주력 타이틀인 ‘메이플스토리’ 실적 하락 및 모바일게임 경쟁 심화 등의 영향으로 4분기 매출액은 3분기 대비 약 30% 감소했다.

다만 외환관련 손익 감소(‘22년 417억엔 → ‘23년 104억엔) 및 미국 제작사(AGBO 스튜디오) 투자지분 손상차손(444억엔) 반영 등으로 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다소 감소했다.

■ 엔씨소프트, 실적 대폭 감소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7800억원, 영업이익 5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 75% 줄었다.

모바일 MMORPG 경쟁 심화 및 빠른 진부화 등에 따른 리니지 시리즈 부진, 상반기 신작 부재 및 하반기 출시 지연 등의 영향이다.

72%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부문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 급감했다. 이는 ’리니지‘, ’리니지M‘의 실적 감소와 2021년 4분기 출시된 ’리니지 W‘ 매출의 빠른 하락 탓이다. 

PC게임 부문의 경우 주요 게임들의 실적 감소,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출시 지연 및 낮은 매출 기여 효과 등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모바일게임 부진에 대응하여 마케팅비용 절반 감축 등 전사적인 비용효율화 노력도 실적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PC, 모바일 등 플랫폼 전반에 걸쳐 외형이 축소되며 연결 매출액 1조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40억원으로 역시 전년 대비 58%나 줄었다.

’에버소울‘, ’아키에이지 워‘ 등 신작 출시에도 불구하고 기존게임들의 하향세가 빠르게 진행된 데다 신사업 부문 또한 스크린골프의 외형 정체 및 경기둔화 등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자회사 신규 편입에 따른 인력 증가 및 인건비 확대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고 모바일 퍼블리싱 중심의 신작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확대 등으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 넷마블, 기나긴 부진 탈출···4분기 흑자 전환

넷마블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전년 대비 6% 감소한 2조5000억원, 영업손실은 전년 1100억원에서 36% 개선한 700억원을 기록했다. 스핀엑스의 소셜카지노 게임(캐시 프랜지, 잭팟월드, 랏차슬롯) 실적 성장세 둔화, 기존게임들의 빠른 진부화 및 신작 출시 지연 영향 탓이다.

다만 ’신의 탑‘,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 신작 흥행으로 4분기 영업흑자(177억원) 전환했다. 넷마블은 2022년 1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4분기 스핀엑스 PPA(기업인수가격 배분) 관련 2000억원의 손상차손 인식 등으로 영업외손익 역시 적자 기조가 이어지면서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4분기 보유 투자주식 일부 매각(하이브 보유지분 6%, 5000억원)을 통한 차입금 상환으로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됐다.

■ 크래프톤, 지난해 실적 개선···영업이익률 40%

크래프톤은 지난해 핵심 IP ’배틀그라운드‘가 PC, 모바일 등 주요 플랫폼 전반에 걸쳐 고른 실적 성장세를 나타내며 매출액 1조90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PC·온라인 부문 매출액은 F2P(Free to Play) 전환에 따른 신규 유저 유입, 신규 맵 출시 및 다양한 형태의 업데이트 등을 통한 안정적인 트래픽 유지 등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모바일 부문은 시장 전반의 수요 위축에도 불구,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양호한 인도시장 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서비스 재개 및 빠른 실적 성장에 힘입어 전년 대비 매출 감소 폭이 1% 수준에 머물렀다.

수익성을 살펴보면, 인건비 및 앱수수료 등을 중심으로 전년에 이어 40%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무형자산 손상차손으로 추정되는 영업외비용(3000억원) 인식 등의 영향으로 분기 순손실(-132억원)을 기록했으나 우수한 이익창출력에 힘입어 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 컴투스, 매출액 증가에도 영업손실 지속

컴투스는 지난해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의 글로벌 출시 및 ’MLB9 이닝스: 라이벌‘ 등 스포츠게임 흥행에 힘입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7700억원을 기록했다. 

미디어·컨텐츠 부문 매출액은 신규 라인업 일정이 지연되며 전년대비 5% 감소했으나 게임부문 매출액이 서머너즈 워 및 야구 라인업의 성장세 등에 힘입어 전년대비 13%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MLB9이닝스 라이벌 등 신규게임 출시에 수반된 마케팅 비용, 미디어·콘텐츠부문 자회사들의 과중한 제작비 부담 등으로 분기 단위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지며 연간 영업적자(-393억원) 규모가 전년(-167억원) 대비 확대됐다.

게임 부문은 콘텐츠 업데이트 효과와 스포츠게임의 견조한 성과 등으로 2분기부터 영업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디어·콘텐츠 부문의 4분기 라인업 부재에 따른 매출 감소, 선급 계약금 관련 대손비용 반영(60억원) 등은 연간 적자 폭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 펄어비스, 매출액 감소에 영업이익 적자 전환 

펄어비스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감소한 3335억원을 기록했다. ’검은사막‘과 ’이브‘ IP의 매출액이 각각 전년 대비 13%, 4% 감소하는 등 기존게임의 진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붉은사막‘의 잇따른 출시계획 지연 등 장기간의 신작 부재 영향으로 외형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대비 마케팅 비용 감축(-23%) 등 제반 영업비용 절감 노력에도 불구, 높아진 인건비 부담과 외형 역성장에 따른 고정비 부담 확대로 연간 영업이익(-164억원)은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한기평은 올해에도 국내 게임시장 전반의 비우호적 업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기 IP들을 중심으로 한 잇따른 신작 출시와 PC 및 콘솔 등으로의 플랫폼 확장, 해외시장 진출 노력 등에도 불구하고 일상 회복국면 전환에 따른 야외활동 증가 및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게임 수요 회복세를 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MMORPG 장르에 편중된 모바일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 상승에 따른 기존게임의 빠른 진부화 양상, 업계 경쟁 심화 등을 고려하면 주요 게임업체들의 외형 성장 폭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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