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지지율 상승세에 '이토 히로부미' 논란 '곤혹'
일파만파 커지는 파장에 한동훈도 '우려'
한동훈 "국민 눈높이 맞는 언행해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위클리오늘=이수용 기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일제강점기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인재 육성’의 예시로 들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김기현 전 대표가 SNS로 사의를 표한 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을 이끌면서 최근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역전하는 등 총선 전 상승세를 보이던 국민의힘에 악재가 터진 셈이다.

한 위원장도 총선 후보들에게 '국민눈높이'를 강조하며 우려를 표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망언"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발언의 적절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성 의원이 을사늑약을 강요한 이토 히로부미를 '인재 육성' 선례로 언급했다는 점, 발언을 한 행사가 3·1절 바로 이틀 뒤 열렸다는 점 등이 친일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토 히로부미는 잘 키운 인재 - 국민의힘 성일종-' 이라는 글을 올렸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성 의원이 조선 침략과 을사늑약에 앞장선 이토 히로부미가 인재 육성의 좋은 예라는 망언을 했다. 성 의원은 제정신이냐"며 "우리 주권을 강탈한 일본제국주의의 상징, 이토 히로부미가 잘 키운 인재냐"고 거듭 비판했다.

박영선 작가의 민족기록화. 안중근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러시아 의장대 뒤에서 뛰어 나오며 권총 3발을 쏘아 이토 히로부미에게 명중시키는 장면을 그렸다.
박영선 작가의 민족기록화. 안중근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러시아 의장대 뒤에서 뛰어 나오며 권총 3발을 쏘아 이토 히로부미에게 명중시키는 장면을 그렸다.

논란이 확산하자 성 의원은 '뜻을 왜곡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성 의원은 연합뉴스를 통해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안중근 의사에 의해 사살된 인물이고, 이제는 우리나라가 몇 가지 지표에서 경쟁국인 일본을 뛰어넘는 강국이 됐는데도 여전히 (일본에 대한) 그런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열등의식"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성 의원은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며 "미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굴복시켰을 때 일본의 작은 도시 하기(萩)에 있던 청년 5명이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겠다'며 주 정부에 장학금을 요청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하지만 법적으로 장학금을 줄 수 없자 재정국장이 금고 문을 열어둔 채 나갔고, 청년들은 금고에 있던 금괴를 갖고 영국으로 가서 공부하고 왔다"고 부연했다.

성 의원은 이어 "그렇게 공부하고 돌아와 해군 총사령관 등을 했는데, 그 중 한사람이 이토 히로부미"라며 "다음 세대를 키울 (장학) 제도가 없을 때 (재정국장이) 금괴를 훔쳐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이토 히로부미 등이) 그 금괴로 공부하고 난 뒤 일본을 완전히 개발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이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며 "(학생들은) 지역사회가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미래에 조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총선을 준비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에 접어들었으나 '실언 한 마디'에 총선 판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후보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후보나 예비후보들은 우리 당의 얼굴이다. 잘못된 비유나 예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며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3일에도 전 당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우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국민께서 평가하고 계신다는 점을 항상 유념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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