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지지율 상승세에 '이토 히로부미' 논란 '곤혹'
일파만파 커지는 파장에 한동훈도 '우려'
한동훈 "국민 눈높이 맞는 언행해야"
[위클리오늘=이수용 기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일제강점기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인재 육성’의 예시로 들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김기현 전 대표가 SNS로 사의를 표한 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을 이끌면서 최근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역전하는 등 총선 전 상승세를 보이던 국민의힘에 악재가 터진 셈이다.
한 위원장도 총선 후보들에게 '국민눈높이'를 강조하며 우려를 표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망언"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발언의 적절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성 의원이 을사늑약을 강요한 이토 히로부미를 '인재 육성' 선례로 언급했다는 점, 발언을 한 행사가 3·1절 바로 이틀 뒤 열렸다는 점 등이 친일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토 히로부미는 잘 키운 인재 - 국민의힘 성일종-' 이라는 글을 올렸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성 의원이 조선 침략과 을사늑약에 앞장선 이토 히로부미가 인재 육성의 좋은 예라는 망언을 했다. 성 의원은 제정신이냐"며 "우리 주권을 강탈한 일본제국주의의 상징, 이토 히로부미가 잘 키운 인재냐"고 거듭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성 의원은 '뜻을 왜곡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성 의원은 연합뉴스를 통해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안중근 의사에 의해 사살된 인물이고, 이제는 우리나라가 몇 가지 지표에서 경쟁국인 일본을 뛰어넘는 강국이 됐는데도 여전히 (일본에 대한) 그런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열등의식"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성 의원은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며 "미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굴복시켰을 때 일본의 작은 도시 하기(萩)에 있던 청년 5명이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겠다'며 주 정부에 장학금을 요청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하지만 법적으로 장학금을 줄 수 없자 재정국장이 금고 문을 열어둔 채 나갔고, 청년들은 금고에 있던 금괴를 갖고 영국으로 가서 공부하고 왔다"고 부연했다.
성 의원은 이어 "그렇게 공부하고 돌아와 해군 총사령관 등을 했는데, 그 중 한사람이 이토 히로부미"라며 "다음 세대를 키울 (장학) 제도가 없을 때 (재정국장이) 금괴를 훔쳐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이토 히로부미 등이) 그 금괴로 공부하고 난 뒤 일본을 완전히 개발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이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며 "(학생들은) 지역사회가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미래에 조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총선을 준비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에 접어들었으나 '실언 한 마디'에 총선 판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후보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후보나 예비후보들은 우리 당의 얼굴이다. 잘못된 비유나 예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며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3일에도 전 당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우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국민께서 평가하고 계신다는 점을 항상 유념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