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 양재점에 걸린 대파 가격 안내문 (사진=김인환 기자)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걸린 대파 가격 안내문 (사진=김인환 기자)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그저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사전 기획된 연출이었을까.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드넓은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대통령이 우연히 집어 든 대파 한 단 가격이 하필이면 875원이어서다.

이는 4000~7000원대를 오가는 현 시세와는 한참 동떨어진 가격인 탓에 곧바로 논란이 됐다.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유통에 따르면 이 상품의 원래 가격은 4250원이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2000원을 지원하고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 1000원에 추가로 정부 농산물 할인 쿠폰 지원 30%까지 더해져서 총 3375원이 할인됐다. 이른바 ‘영끌 할인’이다.

첫 번째 우연은 판매일이다. 875원 행사는 하필 지난 18일 대통령 방문 날부터 시작됐다. 이 때문에 ‘대통령용 미끼상품’이라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농협유통 관계자는 <위클리오늘>에 ‘오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일반적으로 상품 기획은 전단지 인쇄까지 고려하면 한달 전부터 진행된다는 이유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 방문일이 미리 조율됐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농협유통 측은 이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회사 관계자는 “방문 날짜가 왜 그날이 됐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아무튼 대통령은 ‘영끌 세일’ 첫날 그곳을 방문하게 됐다.

두 번째 우연은 대통령의 동선이다. 21일 기자는 하나로마트에 방문했다. 어렵게 찾은 대파 코너 입구엔 ‘친환경대파 4980원’이라는 가격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행사 상품은 그 뒤편이었다. 농협유통 측은 “원래 그 가격이 정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어떻게 그 코너를 찾게 된 것인지에 대해 회사 측은 “그곳이 원래 ‘포토존’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외부 인사나 귀빈, 사진기자들이 원래 멈춰 서는 곳이란 뜻이다. ‘포토존’과 ‘영끌 세일 상품’, 기막힌 조합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날 대통령을 수행한 인사들은 거짓말까지 줄줄이 늘어놨다.

YTN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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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다른 데서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것 아닌가”라고 묻자 문제의 대답이 나왔다. 송미령 농림축산부 장관은 “5대 대형마트는 다 합니다(똑같이 팝니다). 같은 가격입니다”라고 했다.

이에 더해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이사는 “재래시장까지··”라며 말을 보탰다.

YTN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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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거짓말이다. 이날 기준 어느 대형마트에서도 대파 한단을 875원에 파는 곳은 없었다. 하물며 재래시장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이 때문에 ‘875원’은 대파 한 단 가격이 아니라 ‘한 뿌리’ 가격 아니냐는 조소가 여기저기서 빗발쳤다.

유협유통 측에 ‘염 대표이사가 왜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냐’고 물었다. 회사 측은 “농림부 지원금과 농산물 할인 쿠폰은 어디나 같다”고 대답했다. 황당했다. 누가 그걸 물었나.

염 대표이사와 송 장관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우리는 그들이 대통령에게 “저희는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충정을 알리고 싶었을 거라는 것쯤은 알 수 있다.

“나도 시장을 많이 가 봐서 그래도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한 윤 대통령은 어쩌면 지금도 대파를 그 수준에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일 그 가격이라면 대파 산지 농민들은 수확하지 않고 밭을 갈아엎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까.

실제로 2020년 2월 대파 가격이 전년 1170원에서 817원으로 떨어지자 전국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전남 지역 대파 농민들은 모조리 밭을 갈아엎었다.

최소한 하나로마트 측은 이런 비난을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초 20일까지였던 대파 할인을 27일로 일주일 연장했다. 대통령이 떠나자마자 가격을 올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 수행원들의 행태는 ‘기행’에 가까웠다. 대통령의 인식 부족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며 잘못된 정보와 통계를 제공해서라도 ‘칭찬’을 갈구하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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