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11시 인천국제공항 귀빈실에서 페르난도 루고 전 파라과이 대통령(오른쪽)과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인 박옥수 목사가 티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IYF>

[위클리오늘=김성현 기자]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한 페르난도 루고 전 파라과이 대통령(현 파라과이 상원의장)이 국제청소년연합(IYF)과 함께한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2일 오후 4시 30분 파라과이로 돌아간다.

루고 전 대통령은 공식일정이 아닌 IYF 박옥수 설립자(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의 초대로 한국을 찾았다. 루고 전 대통령이 박옥수 목사의 초대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08년 6월, 2012년 5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IYF는 루고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부터 파라과이에서 청소년 인성교육, 한글학교, 태권도 아카데미 등의 다양한 청소년 활동을 펼쳐왔다.

루고 전 대통령은 박옥수 목사와 함께 IYF음악학교, 대안학교 등을 둘러보며 IYF의 한국 내 청소년 활동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루고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IYF와의 일정을 소화하는 도중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김종민 의원 등과 양국의 교류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공식일정이 아닌 탓에 추가적인 국회 일정은 없었다.

◆ “파라과이에 무엇이 더 필요하나”

10일 밤 11시 영하 10도를 넘어서는 추위에도 인천국제공항 귀빈실 앞에는 사람들이 분주했다.

다채로운 색의 남미 전통의상을 입은 10여명의 젊은 학생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능숙한 스페인어로 환영사를 연습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다소 어눌하지만 천천히 발음을 연습하는 남학생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모두 페르난도 루고 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기 위해 모였다.

5분 남짓 흘러 루고 전 대통령과 박옥수 목사가 귀빈실로 들어섰고 학생들은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루고 전 대통령은 학생들의 격한 환영인사에 놀랐는지 과한 미소와 함께 귀빈실 내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하며 들어섰다.

현장을 찾은 기자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하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파라과이의 국민가요인 Mi Paraguay(나의 파라과이)와 Dios Esta Aqui(하나님은 여기 계신다) 등의 공연을 선보였다.

이 학생들은 모두 IYF의 해외봉사 프로그램 ‘굿뉴스코’(Good News Corp)를 통해 1년 이상 남미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한 학생이 공연에 앞서 매우 능숙한 스페인어로 루고 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루고 전 대통령은 “공연을 보기도 전에 너무 기쁘다”고 답했다.

공연 전 후로는 루고 전 대통령과 박옥수 목사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1시간 정도 티타임을 가진 이들은 주로 파라과이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청소년 문제의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박옥수 목사는 특히 간음 중에 잡힌 여자, 돌아온 탕자 등의 성경 이야기를 예시로 들며 청소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음의 변화에 있음을 강조했다.

박 목사는 “젊은 청소년들이 마약중독이나 게임에 빠지는데 게임을 하지마라, 마약 하지마라 등의 이야기는 힘이 되지 않는다”며 “마음에 기쁨, 행복, 희망 이런 것들이 청소년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이 있다.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기쁨을 주고, 감사를 주는 일을 한다. 많은 청소년들이 변화하고 세계 많은 나라가 우리의 마인드 교육을 도입하고 있다”고 IYF의 청소년 마인드 강연을 소개했다.

루고 전 대통령은 박옥수 목사에게 “우리 파라과이에 무엇이 더 필요한 거 같은가”라며 파라과이가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파라과이 젊은이들이 사고하는 게 좀 부족한 것 같다. 이는 파라과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며 “젊은이들의 생각이 인터넷 같은 것에 끌려다닌다. 자기 주관이 사라지고 사고할만한 능력을 많이 죽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성경은 사람의 사고 능력을 키워준다. 사고하지 않고는 읽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답을 제시했다. 

루고 전 대통령은 이번 방한에 대해 “한국에 어떤 기적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이 이곳에 있는 것 같다”며 “남북관계 대화를 통해 작은 희망의 불빛이 보였다. 한달 전만해도 불가능해 보인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1일 오전 페르난도 루고 전 파라과이 대통령(왼쪽 첫번째)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티타임을 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IYF.

◆ “한국과 파라과이는 같은 운명”

전일 박옥수 목사와의 티타임을 마친 루고 전 대통령은 11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종민 의원을 만나 양국의 교류에 대해 논의하고 우애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우원식 대표는 “우리와 파라과이가 수교한지 56년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 농업인도 수용해 주시고 파라과이에 한국 교민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파라과이 국민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새로운 정부는 파라과이와의 관계를 더 발전시키 것”이라고 환영인사를 했다.

이에 루고 전 대통령은 “한국과 우리는 항상 같은 운명을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같은 운명이라는 말이다. 성경에서 나오듯이 죽던지 살든지 한길을 가는 사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최근 다른 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서로 존중하며 많은 일들을 함께 하며 평화적인 합의를 찾길 바란다”고 조심스레 남북문제를 거론했다. 

재임시절 ‘가난한 자의 대통령’이라고 불렸던 루고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두고 우원식 대표는 “그 마음과 정체성이 우리 더불어민주당과 같다”며 운명이라는 단어에 동의를 표했다.

루고 전 대통령은 파라과이 국립대와 국내 연구단체들의 협의 등을 두고 “양국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협력”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종민 의원은 함께 참석한 박옥수 목사를 소개하며 “한국이 라틴아메리카와는 거리가 멀다보니깐 IYF가 한국과 파라과이의 여러 가지 협력, 교류의 다리역할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의 말을 했다.

30여분간 진행된 이들의 만남은 우원식 대표가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를 전달하며 종료됐다.

루고 전 대통령은 이에 화답해 파라과이의 상징이 담긴 메달을 전달했다.

루고 전 대통령은 이후 12일 오후 4시 30분 출국까지 박옥수 목사와 함께 IYF의 국내 활동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루고 전 대통령은 로마 가톨릭 주교출신의 전 파라과이 대통령이다. 주교로 재직하면서 빈민과 인디오의 권리를 옹호하고 토지개혁을 주장하는 등 빈민가 구호 활동을 벌여 '빈자의 아버지'로 알려지게 됐다. 

2008년 4월 파라과이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며 이후 불륜사건 등에 휘말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총선을 통해 상원의원 선출돼 현재는 상원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여론조사에서 52.6%의 지지율로 압도적 지지율을 받아 다시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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