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경영실적과 현직 + 친문(친문재인)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암초에 부딛히면서 3연임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당국이 하나은행의 특혜 대출과 채용비리 의혹 등을 캐는 상황에서 지주사인 하나금융이 김 회장의 아들을 조직적으로 지원한 의혹 악재가 추가적으로 불거진 탓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3명으로 압축된 차기 회장 후보 중 최종 후보 1명을 오는 22일 확정할 예정이다. 김정태 현 회장,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 사장, 김한조 전 하나금융재단 이사장(전 외환은행장) 등 3명이 후보군으로 추려졌다.

최근 금융권에서 다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회장이 미는 것으로 알려진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이 숏리스트(압축 후보군)에서 빠지면서 김 회장의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졌다.

지난해 하나금융 연간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김 회장의 연임에 플러스 요소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2017년 연간 매출액 추정치는 전년 대비 6.2% 상승한 8조9041억원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추정치는 각각 2조6009억원, 2조0328억원으로 증가율이 각각 61.1%, 45.2%에 달한다.

3연임의 결림돌은 성적표가 아닌 비리 의혹이라는 돌발 악재다.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노조가 결성한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이하 노조)의 요청에 따라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아이카이스트는 하나은행의 벤처기업으로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이다. 김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20억원 규모 특혜 대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하나금융을 검사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금융 투자사가 김 회장의 아들을 탈법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김 회장의 입지는 타격을 받고 있다.

하나금융 노조에 따르면 김 회장은 박문규 전 사외이사가 대표로 있는 회사를 매개로 아들인 김모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이익을 몰아줬다.

아들 김모씨가 운영하는 '인카루셀'이 박 전 사외이사가 운영하는 물티슈 전문회사 '에이제이'와 파트너십을 맺은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인카루셀 판매 제품을 대량 구매해 아들에게 이득을 줬다는 것이다.

회추위에 포함됐던 박 전 사외이사는 "사실이 아닌 음해성 소문으로 가족과 회사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사퇴의사를 밝히고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과정에서 하나은행이 비판적 기사를 쓴 매체에게 억 단위의 금전 지급과 자리보전을 약속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노조는 언론 통제라고 반발하는 등 파장이 키워지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이 직접 나서서 언론통제를 자행한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자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영재 노조 홍보부장은 "김 회장의 은행법 위반, 광고비 과다지출 의혹 등과 관련해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일련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다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관계가 작용한데 따른 코드인사 아니냐는 뒷말이 나올 수도 있다.

김 회장은 1952년생으로 문 대통령(1953년생)보다 한 살 많지만 경남고 25회 동기다.

하나금융 회장 선임권을 가진 회추위 인사 면면을 보면 김 회장의 우군이 많다.

의장인 윤종남 사외이사는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법무부장관 제의를 받은 인사다. 비약적인 논리로 윤 이사(당시 변호사)의 법무장관 추천이 당시 문 대통령의 작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회추위원 중 윤성복 사외이사는 고교 동문(경남고)이고 김인배 사외이사는 부산 동아고 출신이다. 지연 및 학연으로 얽혀있다.

또 송기진 사외이사는 현 정권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 출신으로 벌교상고를 졸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추위 구성원 7명 중 절반 이상이 정권에 우호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보이는 상황에서 김 회장이 각종 논란에 대한 적절한 해명없이 면죄부 주는 식으로 연임에 성공하면 청와대발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회추위는 오는 22일 차기 회장 후보군 3명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 심층면접 및 질의응답 등을 거쳐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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