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6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이 7일 검찰에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기업 총수가 구속되기는 처음이다. 구속 사유엔 부영그룹이 임대아파트 분양가 부풀리기로 1조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포함됐다.

이번 사안은 100여건의 부영 임대주택 분양 부당이득금 관련 반환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계열사 지분 90% 이상을 소유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내리는 폐쇄적인 '1인 지배구조' 탓에 총수 부재가 현실화되면 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구속영장심사를 거쳐 "주요 혐의사실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이날 새벽 발부했다.

이중근 회장이 받는 핵심 혐의는 임대주택 분양가를 조작해 폭리를 취했다는(임대주택법 위반) 것이다.

검찰은 ㈜부영, 부영주택, 동광주택 등 부영그룹 건설 계열사들이 임대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분양가를 고가 책정해 1조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은 건설원가와 감정가를 산술평균한 값으로 임대아파트 분양가를 정하도록 규정한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2011년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임대주택 분양자 간 소송에서 임대아파트 분양가를 매기는 건설원가는 표준건축비가 아닌 '택지비+(실제) 건설비'라고 판시했다.

그러자 부영 임대주택을 분양받은 주민들은 부영이 실제 들어간 건설원가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건설원가로 책정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부당하게 부풀렸다며 부영 관계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지만 관련 소송이 100여건 이상이고 전체 소송액이 1조60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중인 사항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사랑으로'라는 주택 브랜드로 유명한 부영은 국내 최대 민간 임대주택 건설업체다.

공공 임대주택은 공공기관 또는 민간이 정부 금융 지원으로 전용면적 25.7평 이하로 건설해 5년 이상 임대하는 모든 주택을 총칭한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부영은 김대중 정부때 막대한 국민주택기금 지원으로 성장 탄력을 받아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주택기금은 정부가 저소득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을 명목으로 임대주택 건설사에 제공하는 저금리 대출이다. 임대주택사업은 가구당 3500만〜4000만원의 국민주택기금이 지원된다는 점에서 사세 급성장세를 놓고 특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임대아파트는 물론 분양아파트에 대한 부영의 분양가 과대책정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부영주택이 경기 화성시 동탄2주택지구에서 분양한 23블록, 31블록 아파트 사업비를 분석한 결과 최초 사업비보다 2323억원이 증액됐다”며 이 회장 등을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경실련 등에 따르면 총사업비에서 택지비를 뺀 건축비(순공사비+간접비)는 공공택지내 분양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기본형건축비(평당 611만 원)가 산정 기준이 되지만, 임대아파트는 표준건축비 적용을 받아 평당 342만 원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분양아파트의 건축비가 임대아파트보다 최대 269만 원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부영은 해당 프로젝트를 임대아파트에서 분양아파트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는데, 최초 산정했던 임대아파트 기준 건축비를 분양아파트 기준에 맞추기 위해 두 배 이상 증액했다는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부영 측은 "사업비 증액은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의 건축비 산출기준이 각각 표준건축비와 기본형건축비로 달라 일어난 착오에 불과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밖에 이 회장은 부인 명의 회사를 계열사 거래에 끼워 넣어 100억원대 자금을 챙기게 하거나 매제에게 200억원에 달하는 거액 퇴직금을 지급한 혐의(특가법상 횡령), 조카가 운영하는 하도급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다른 협력업체에 고가에 입찰하라고 압력을 넣은 혐의(입찰방해)도 있다.

◆ '1인 지배구조' 부영, 경영공백 불가피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회사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한 사실상 1인 체제의 기업이다. 이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부영 지분 93.79%를 보유 중이다.

총 24곳의 그룹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사로 이 회장이 강력한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임대주택 사업을 담당하는 부영주택은 ㈜부영이 100% 지분을 갖고 있어 사실상 이 회장 1인 회사나 다름없다.

장남 성훈씨의 (주)부영 지분율이 1.64%에 불과하는 등 아직 후계구도를 정리하지 않아 이 회장의 구속수감 기간이 길어질 경우 경영 진공상태를 맞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이 회장 구속으로 호남을 기반삼아 자수성가형 전국구 기업인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이 회장(전남 순천)과 김상열(전남 보성) 호반건설 회장 간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재계 순위 47위인 호반건설이 예정대로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서열은 19위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이 동교동계와 단절하고 친문(친문재인)세력을 본격 지원하는 것이라는 뜬소문도 돈다"고 전했다.

이중근 회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명예총재로 있었던 봉사단체 '사랑의 친구들'의 후원회장을 맡은 사실이 한때 알려지면서 정치권 특정 계파 밀착설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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