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세금 10조원 펀드 조성해도 주식회사형 창투사 생태계를 바꾸지 않으면, 최소 3분의 2가 창업투자회사 대주주 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 밖에 없다. 혁신창업 활성화나 기회형 창업이 OECD꼴찌인 34위를 벗어 날 수 없다.”

우리나라 창업투자회사들은 모험자본의 2/3를 중후기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중후기란 모험투자라기 보다는 Mezzanine단계까지 포함되는 투자은행(IB)의 기업금융 단계를 의미한다. 혁신생태계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는 투자다. 매년 수조원의 국민 세금이 창업투자회사들의 단순 돈벌이에 이용 되는 것이다.

정부자금은 주로 pre-seed단계와 seed단계인 초기단계에 투자되고, series A단계 투자부터는 민간 자본이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몇년사이에 벤처창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는 싱가폴 등도 마찬가지다(싱가폴 국가펀드-민간펀드 투자 참조).

표에서 보듯이 국가가 마련한 창업펀드(public funds)는 pre-seed 단계와 seed 단계에 투자된다. 특별한 경우에만 series A단계에 투자한다. 한국벤처투자의 자펀드 운용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Series A단계 부터는 PEF, 은행 등 민간자본과 연기금 등 민간자본과 연계된 공적자본에게 맡겨야 한다.

“모험자본에게 모험을 허하고, 민간자본과 엔젤캐피털에게 기회를 허해야 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일부 관료들이 지난 10년간 이명박근혜 정권시절의 틀에 맞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 민주당이 핵심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샌드박스 5법과도 상충된다. 내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을 기화로 몇몇 박근혜 시절의 관료들이 그때부터 준비해왔었던 법안을 그대로 밀어 붙이고 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그 동안 모험자본에 관한 근거규정이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창업투자회사)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한국벤처펀드)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하나로 통합한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창업투자회사와 달리 한국벤처펀드가 연혁상 이유로 중소벤처기업부가 관여할 규정이 없다는 이유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결국 통합하여 같이 규제하려는 계획이다.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제1장 총칙으로부터 제2장과 제3장에서 개인투자 및 전문개인투자자∙개인투자조합 제4장 액셀러레이터, 제5장 창업투자회사, 제6장 벤처투자조합, 제7장 모태조합의 결성 및 운용 등 총80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제2장부터 제5장까지는 각 모험자본(개인투자자, 액셀러레이터, 창업투자회사 등)의 요건을 규정하고 등록된 모험자본에 대한 규제와 통제를 강화한 규정들이다.

 엔젤투자자나 자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에 대한 양도세 전액 면제 등 모험자본을 활성화할 수 있는 혁신정책을 담은 규정들이 필요하다.

총칙의 제4조 지역 균형투자의 활성화, 제5조 창업투자회사 등의 육성, 제6조 실태조사는 입법사항이 아니다. 불필요한 규정이므로 삭제되어야 한다.

제8조에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개인의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하여, 우수한 투자 역량을 갖춘 개인투자자의 발굴과 육성에 관한 사항, 개인투자자간의 정보 교류 등에 대한 지원, 개인투자자와 창업자간의 교류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과연 이 규정을 입안한 관료 조차 이 사항들이 시행되지 않아서 개인투자자, 소위 엔젤캐피털이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믿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불필요한 규정이므로 삭제해야 한다. 여기에 근거하여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국민의 위임목적에 반하는 배임행위다.

제9조에서 전문개인투자자가 법에 정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자격요건을 충족한 자가 등록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문개인투자자의 투자실적 등 운영사항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국벤처투자에 위임할 수 있음)하거나 부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투자실적을 보고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잡한 요건과 등록 절차를 두고 이후 강제검사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제함으로써 자발적인 엔젤캐피털은 더욱 위축되는 반면, 관제 엔젤캐피털이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엔젤 매칭펀드로 인한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젤캐피털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규제를 혁파하고 개인투자자가 누구든  개별 투자액에 대해 신고를 받아 확인한 후, 투자액 전부에 대한 비과세, 주식 양도세 전액면세, 매칭투자를 하게 될 경우, 개인투자자에게 개인투자금과 매칭투자액 전체의 업무집행자 지위를 인정하여 회수시 매칭펀드의 수익 중 20%를 성공보수로 지급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법제도화가 필요하다.

제3장에서 개인투자조합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으나 제6장 이하의 벤처투자조합과 특별히 법적 성격을 달리 규정할 이유는 없다. 개인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의 법적 성격을 단순조합, 유한책임조합(LLP), 유한책임회사(LLC)로 할 것인지 각 법적 성격을 규정하고, 하나 혹은 둘이상을 선택할 수 있게 할지 여부도 법에서 정하면 될 것이다. 각 벤처투자조합의 법적실체는 결성시 조합원들이 선택하면 된다.

제4장에서는 제25조 제1항 소정의 사업, 제26조 제1항 각호의 전문보육과 초기창업자에 대한 투자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은 제2항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여 대통령령이 정한 바에 따라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등록 요건은 혁신창업자에 대한 액셀러레이터에 걸맞지 않게 지극히 일반적이다. 나아가 전문보육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사업계획 등의 기준 충족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액셀러레이터의 전문보육을 사업모델 개발, 기술 및 제품 개발, 시설 및 장소의 확보로 정한 것이 타당한지, 초기창업자를 선발하는 절차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등 궁극적으로 무정형의 액셀러레이터를 법으로 형식화, 제도화한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액셀러레이터를 강제로 검사하거나 등록을 취소하는 내용(제28조)을 두는 등 행정업무만 잔뜩 규정하여 포지티브 규제만 양산하고 있다. ‘공인’ 액셀러레이터를 규정함으로써 ‘실질’ 액셀러레이터를 구축하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중소벤처기업부가 박근혜 정권때부터 준비해 왔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 철학이나 혁신생태계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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