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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 변호사 칼럼] 고양 저유소 화재…스리랑카 노동자가 쏘아올린 작은 풍등!
   
▲ 엄정숙 변호사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위클리오늘신문사]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1978년 간행된지 40년이 되었다.

작가 조세희는 산업화 시대의 생산·분배 구조에서 억압받던 당시 소외 계층을 ‘난장이’로 상징하였다.

그 후 40년이 지난 2018년. 이번에는 한 스리랑카 외국인 노동자가 작은 풍등을 한국사회에 쏘아 올렸다.

결과는 매우 비극적이다. 300원짜리 풍등을 날렸더니 43억 원이라는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작은 풍등 하나에 저유소는 활활 타올랐고, 작은 실수 하나에 여론도 활활 타올랐다.

결과적으로 약관의 스리랑카 노동자는 형사상 중형을 범했을 때나 당하게 되는 긴급체포를 당했다.

소설 주인공 ‘난장이’가 70·80년 산업화 시대 당시 불합리한 시대상을 반영하며 경종을 울린 지 40년이 흘렀지만, 한국사회가 아직도 또 다른 난장이를 만들어내고 있는건 아닌지 매우 서글프다.

물론 외국인노동자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그의 입장을 무조건 대변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저유소화재 사건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인권 문제 외에도, 법률적으로 스리랑카 노동자에 대한 긴급체포 조치는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특히, 스리랑카인이 풍등을 날린 행위가 화재의 발생을 불러 일으켰는지에 대한 인과관계 인정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과관계의 인정 여부에 따라 스리랑카인은 형법상 중실화죄 또는 실화죄를 범한 범죄자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스리랑카인의 긴급체포가 적법했는지 알아보자.

긴급체포의 요건을 형사소송법 규정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3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경우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 <개정 2007. 6. 1.>

1.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2.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

긴급체포를 하기 위해서는,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경찰은 고양시 저유소에서 난 화재에서 스리랑카인에게 중실화죄의 혐의를 적용하였다.

중실화죄의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 해당하므로, 경찰은 이에 근거하여 스리랑카인을 긴급체포 한 것이다.

▲형법 제171조(업무상실화, 중실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제170조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하지만 중실화죄를 적용 받아 처벌된 사례는 일반적으로 극히 드물다.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실화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중한 형벌을 예정한 경우)에서만 긴급체포가 가능하다.

■중대한 과실은 두가지 요건이 필요하고, 각 요건은 아래와 같다.

결과 발생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아주 사소한 주의만 기울였어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

과연 스리랑카인인이 풍등을 날릴 때, 화재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 가능했을까? 스리랑카인이 화재발생을 예견했을 것이라는 가정은 무리해 보인다.

■다음으로는 형법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와 관련하여, 중실화죄 내지는 실화죄의 적용가능성 여부이다.

▲형법 제170조(실화)

①과실로 인하여 제164조 또는 제165조에 기재한 물건 또는 타인의 소유에 속하는 제166조에 기재한 물건을 소훼한 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형법상 실화죄를 적용하려면 과실로 인하여 소훼(타인의 물건이 불에 타 없어짐)될 것이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과실과 소훼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지의 여부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스리랑카인이 풍등을 날렸으나 인근 잔디밭에 불이 붙은 뒤 18분 간이나 방치되었고, 이후 바람에 의해 저유소에 불씨가 날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풍등을 날린 행위와 화재사이에는, 저유소 화재의 다른 원인들(인근 잔디밭에서 18분 간이 불에 타도록 방치된 부분, 바람에 의한 불씨의 이동)이 많이 개입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실화죄조차 적용이 어려운 사안일 수 있다.

무엇보다 저유소 측의 안전관리책임에 대한 소홀이, 이번 화재사건에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일 수 있다.

결국 스리랑카인이 풍등을 날린 행위는, 저유소화재에 대한 인과관계에 있어 결정적인 사유는 아닐 수 있다는 대목에서 검찰이 무혐의 처리하거나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스리랑카인을 긴급체포하기까지의 수사를 바라보면, 원인파악에 있어 지나치게 성급하게 대처한 부분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민중의 지팡이’라 불리우는 경찰이라면, 국민의 뜨거운 여론 등을 의식하기보다는 한 사람을 체포함에 있어 보다 신중한 태도와 공평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위클리오늘신문사  weeklytoday@one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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