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빚이 500조원을 돌파했다. 부채 규모보다 채무자의 숫자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6명 중 1명은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청년ㆍ노인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늘어난 채무자들이 고스란히 취약차주가 돼 금융업계 전체를 부실화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3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나이스 평가정보 다중채무자 분석'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421만6143명으로 채무는 500조2906억원이다.

<자료=최운열 의원실>

이는 올해에만 약 18조8400억원 증가한 결과로 작년 말(481조4452억원) 대비 3.9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 중 5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103만6000명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숫자와 부채의 비율이다.

자료에 따르면 부채 규모는 2012년 말과 올해 9월 말을 비교해 볼 때 전체 대출보유자의 부채는 1014조3195억원에서 1550조8493억원으로 52.9%포인트(536조5298억원) 증가했는데 반해, 다중채무자의 부채는 316조439억원에서 500조2906억원으로 58.3%포인트(184조2467억원) 증가했다.

반면 채무자의 숫자는 전체 대출자가 1754만3924명에서 1918만1858명으로 9.3%포인트(163만7934명) 증가했지만 다중채무자는 340만7066명에서 421만6143명으로 23.7%포인트(80만9077명) 증가했다는 것이다.

다중채무자의 부채가 일반대출자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이는 소규모 다중채무자의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일반대출자의 부채금액이 증가한 것은 문제지만 그간 상승한 금리와 대출자들의 상환능력을 고려할 때, 다중채무자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 더 큰 문제라 지적한다. 

다중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일반 대출채무자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상환이 더딜 것이며 차후 부채의 규모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 가운데 29세 이하는 30만0868명(7.14%), 60대 이상은 40만9433명(9.71%)이다. 이를 합치면 전체 다중채무자의 16.85%가 청년과 노년층이며 이는 다중채무자 6명 중 1명인 셈이다.

이들이 빚을 진 곳 중에 은행을 제외하면 20대는 저축은행(12만9951명)과 대부업(11만8076명)이 가장 많았고 60대는 카드사(26만2396명)와 상호금융(17만4441명)이 가장 많았다. 또 상호금융을 제외하고는 연 20%대 고금리 신용대출이 주류를 이루는 금융사다.

문제는 청년·노년층은 30~50대의 중장년층에 비해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져 차후 다중채무자의 상환이 실질적인 ‘돌려막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다중대출자가 일반 대출자에 비해 더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현재 다중채무자이 부채를 상환 대신 ‘돌려막기’로 틀어막고 있지만 언젠간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이에 채무를 감당치 못한 채무자들의 부도가 한꺼번에 터지게 되면 그 여파는 2금융권을 넘어 1금융권을 비롯한 금융업계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다른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서 더 높은 이자의 빚을 계속 지다 보면 상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고통만 가중된다"며  "상환이 어려운 채무자는 한시라도 빨리 개인 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을 통해 상환기간 연장 등 채무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중채무자라고 해서 모두가 상환이 어려운 차주가 아니기에 옳은 구분법이 아니다”라며 “상환능력이 없어진 취약차주들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답변했다.

또 “현재 부채 규모보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부채 상승률이 문제”라며 “부채 해소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장기적 플랜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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