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2018년은 은행권에 있어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들어맞는 한해였다. 

채용비리로 인한 검찰수사를 시작으로 역대 최대의 가계부채와 금리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등 부정적인 뉴스로 점철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은행권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상반된 결과를 두고 시중은행의 올 한해를 3가지 측면에서 되짚어본다.

◆은행사 내우외환, 가계부채와 채용비리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작년 동기 대비 6.7%포인트 증가한 1514조4000억원이다.

이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감안한 가계부채 위험가구를 전체 11.6%에 해당하는 127만1000가구로 추산하는데 이들의 금융부채는 206조원으로 전체 21.2%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며 내년 취약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사 외환이 가계부채라면 내환에는 채용비리가 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은행권의 ‘채용비리’건이 올해 금융권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판국이다.

현재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비롯한 4대 은행사의 여러 임직원들이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렇게 채용비리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자 올 하반기 은행권에서는 채용필기 시험인 ‘은행고시’가 10년 만에 실시됐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기존부터 실시했던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비롯해 상반기에는 우리은행이, 하반기에는 신한은행이 동참했다.

이밖에도 주 52시간제 도입, 대출규제 강화 등 아직까지 해결치 못한 문제들이 산재한 실정이다.

◆잇단 위기에도 4대 은행사 모두 호실적

채용비리를 비롯한 위기 속에서도 시중은행들은 사상 최대규모의 순이익을 내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KB금융은 올 3분기 누적순이익 2조8688억원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리딩뱅크’ 지위를 수성했다. 4분기 실적 역시 성장세를 그리고 있어 올 한해 순이익은 3조원을 넘을 것이라 예측된다. 다만 계열사 별로 은행만 2조793억원의 순이익으로 전체 순이익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비은행부문은 오히려 순익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내년 전망이 순탄치만은 않다.

신한금융도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 2조6434억원을 기록하며 올 한해 순이익 3조원 돌파할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긴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전 ING생명)와 아시아부동산신탁을 인수와 파격적인 임원진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재탈환의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내년 1월 지주사로 출범할 우리은행은 3분기 누적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8%포인트 증가하며 1조9034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순이익만으로 하나금융을 앞질렀으며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 자산규모와 실적을 확대시킬 계획이다.

하나금융도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증가한 1조8921억원의 누적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 2005년 지주사 출범 후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우리은행의 순이익 실적에 밀려 시중 4대은행 중 최하위를 기록한 점에서 이를 반전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내년 귀추가 주목된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 노려

2018년 은행권 혁신의 키워드는 ‘디지털’이었다. IT기술의 발달로 비대면채널이 확대됐고 인터넷전문은행 출현과 핀테크를 접목한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자 은행권 역시 모든 부서와 영업전략에 디지털을 접목시켰다.

현재 각 은행사는 채용시험부터 상경계 인재 위주 채용에서 IT전공자의 채용을 확대시켰고 IT전문인력을 따로 모집하는 등 디지털 인재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확충한 인재들과 외부 인력을 수혈해 IT센터를 신축하고 디지털 전담 부서 신설, 핀테크 기업과의 합작 등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현재 각 4대 은행사는 모바일 플랫폼을 비롯한 비대면 채널을 활성화 시키고 있으며 핀테크와 결합한 차세대 금융 상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 또한 모색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각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했으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적극적으로 동남아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은행권의 디지털 혁신에 대해 ‘위기감의 발로’라고 정의했다.

서 연구원은 “오프라인 채널에서 온라인 채널로 전환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사들의 고민”이라며 “현재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변화하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각 은행사의 글로벌 진출에 대해 “성장을 위해 포화상태의 금융시장에서 한정된 파이를 뺏기보다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국내 금융사가 지닌 디지털이라는 강점은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보단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개발도상국에 진출 시 서민금융기관이나 여신전문업체를 먼저 진출시키는 것처럼 그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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