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기준으로 만들어진 현행 약관

"시정명령 시 혼선 불가피" 우려

[위클리오늘=전근홍 기자] 내년도 금융업계에 화두는 ‘소비자보호’ 방안 마련이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의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한 시정방안 마련을 금융위원회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불공정약관으로 지적된 내용은 은행의 ‘대여금고’약관의 부당한 면책 조항과 수수료 변경에 대한 ‘고지절차’ 내용 미흡 등이다. 또 상호저축은행은 법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도 담보물을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 등이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부 상품의 개별약관을 만들어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지적이 나올 경우 어디의 잣대를 따라야 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벌써부터 터져 나온다. 관련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가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모양새라 자칫 미운털이 박힐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위는 은행 및 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신고·보고 받은 제·개정 약관을 공정위에 통보하고, 공정위는 통보받은 약관을 심사하여 약관법에 위반되는 경우 금융위에 시정 요청할 수 있다.(자료=공정거래위원회)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소비자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은행·상호저축은행 약관을 심사해 12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청토록 금융위에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의 조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통보받은 은행·상호저축은행 약관을 심사해 12개 유형(은행 8개, 상호저축은행 4개)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찾아낸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의 부당한 면책 조항이 공정위 지적의 핵심이다.

은행의 경우 대여금고 약관 제16조(면책)에서 신고 된 인감 또는 서명확인 절차 후 대여금고를 열람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한 은행의 면책 책임이 불공정한 것으로 봤다.

통상적으로 은행 업무를 진행할 경우 신고 된 인감 또는 서명에 대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데, 타인이 이를 도용하더라도 은행업무의 절차상 하자가 없다면 은행이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조항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대여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은 육안으로 본인확인을 하는 것 외에도 고의나 과실 없이 상당한 주의로 그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의 약관은 은행의 고의 또는 과실여부를 묻지 않고 그 책임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또 은행이 수수료를 변경할 때 사전통지절차가 미비한 것도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전자금융서비스 이용 약관 제11조(수수료)는 수수료 변경 사유가 발생할 경우 은행의 영업점 및 홈페이지에 1개월 이상 공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공정위는 수수료 변경의 경우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며 고객에게 불리할 경우 반드시 개별고지 해야 한다고 봤다. 나아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 역시 통지하도록 해 고객의 권리보장에 은행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또 저축은행이 고객에게서 담보로 받은 물건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약관조항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저축은행의 담보물 처분은 법정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행 저축은행 약관에서는 예외적으로 저축은행의 채권 보전이 어렵다면 저축은행의 재량으로 담보물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조항이 저축은행의 재량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해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금융당국의 허가를 통해 약관이 생성된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은행권의 면책 조항을 비롯한 담보물 임의처분 조항 등에 문제가 있었다면 왜 시점에 지적을 받아야 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모든 금융사가 당국이 만든 표준약관을 차용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개선이 필요하다면 받아드려야겠지만 애초에 공정위와 금융당국 간에 사전조율도 필요할 듯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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