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국정운영의 키워드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2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마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방명록에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썼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 나권일 기자>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0일 서울 동작동 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썼다. 이는 ‘박근혜 시대’의 구호가 ‘개혁’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박 당선인은 평소 중요한 인사말이나 연설문은 스스로 쓰고 고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마선언문도,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발표문도 스스로 손질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생각하는 집권 구상도 그가 직접 쓴 당선 인사말과 그간의 발언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박근혜 시대를 관통할 국정운영의 키워드를 미리 살펴보자.

복지공약 실천위해 내년 예산 6조원 추가
지역·성별 고루 등용 국민대통합 이룰 것
 
첫 번째는 ‘민생경제 안정’이다. 박 당선인은 19일 밤 광화문에서 지지들에게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의 약속들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는 그만큼 최근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20일 당선 인사말에서 “주부님들의 장바구니 물가와 젊은이들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고통은 여전히 큽니다. 저는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먹고사는 것 걱정하지 않고,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드실 수 있도록 국민 한 분 한 분의 생활을 챙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근 이명박 정부에 자신의 복지공약을 실현할 민생안정예산 편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민생예산 6조 추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복지 공약을 실천하고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연말 예산심의 때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에 총 6조원을 추가하겠다. 야당과 협의를 거쳐 오는 27~28일쯤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확인했다. 새누리당은 이에 따라 우선 박 당선인이 지난 4월 총선과 대선에서 약속한 1조7000억원 규모의 복지 공약을 예산안에 최우선 반영키로 했다. 
 
박 당선인은 그간 국민들에게 ▲만 0~2세 보육료 전 계층 지원(3500억~5000억원) ▲만 0~5세 양육수당 전 계층 지원(1779억원) ▲저소득층 고용보험·국민연금 지원(1468억원) ▲경로당 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600억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박 당선인이 공약한 ▲대학등록금 부담 경감 및 대출이자 인하(1831억원) ▲사병 월급 인상(634억원) ▲청·장년, 어르신, 여성 맞춤형 일자리 사업(5000억원)에도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이와 별도로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과 서민 일자리 창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을 위해 최대 4조3000억원 규모의 예산 및 기금 반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예산이 통과되면 장기화된 경제위기에 따른 서민의 고통이 경감될 수 있다. 
 
물론 연말 예산 증액은 야당이 합의해야 가능하지만, 현재 당을 추스르기에도 벅찬 민주당으로서는 민생안정을 위한 복지예산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박 당선인이 이번 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강력히 요구할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탕평인사로 국민대통합

두 번째는 ‘국민대통합’이다. 박 당선인은 당선 인사말에서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평소 “모든 지역과 성별과 세대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여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을 최대한 올려서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과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이라고 말해왔다. 사실 이번 선거처럼 지역과 계층, 이념과 세대로 갈가리 찢겨 갈등과 대립이 극심했던 적은 없다. 그만큼 국민대통합은 절실한 과제이다. 역대 모든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화합’이나 ‘통합’을 말했지만 이뤄진 적은 없다. 승자는 패자를 진정한 통합을 위한 파트너로 여기지 않았고 패자는 구색 갖추기용으로 이용만 하려 든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의 국민대통합 의지는 ‘진정성’ 여부에 따라 평가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박 당선인이 내밀 국민대통합 카드는 ‘대탕평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이념·지역·계층·세대별로 쪼개진 국민의 반목과 갈등을 치유해 국력의 원천인 통합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정실·연고주의에 따른 ‘코드·회전문 인사’에서 탈피해 능력에 따라 고루 인재를 등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의 실천의지를 가늠해볼 첫 시험대는 곧 꾸려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초대 내각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듯이 자신을 반대한 지역출신 인사들을 중용하는 ‘역발상’의 용인술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노무현 정부가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신설해 인재를 구했듯이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역과 출신을 초월해 유능한 인재를 천거할 가능성이 있다.  
 
박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제안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도 국민대통합을 위한 포석으로 보여진다. 이는 여야를 떠나 국가지도자들이 회의를 통해 나라의 현안을 논의하지는 제안으로 조만간 박 당선인이 문재인 전 민주당 후보나 새로 꾸려질 야당 지도부에 연석회의 구성을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연석회의가 구성될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와 협력해 연석회의 논의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에 반영되도록 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제시한 공약들 가운데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공약 등도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후보나 박근혜 당선인은 ‘내치’의 실질적 권한을 총리에게 주는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대통령은 굵직한 경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외교, 통일, 국방 문제에 집중하는 대신 장관 제청과 같은 인사 권한을 비롯해, 실질적으로 국정 운영의 결정 권한 일부가 총리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책임총리제 실현여부 관심

세 번째는 ‘경제민주화 실현’이다. 박 당선인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는 분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대통합이고, 경제민주화이고, 국민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분배보다는 성장을 강조해 대기업과 상위계층의 배만 불리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박 당선인은 이와 달리 성장과 경제민주화의 조화를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뒤지지 않도록 규제는 철폐하되 국내 시장에서 공정성을 저해하고 탐욕스런 행태를 보일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는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바꾸는 인위적인 재벌개혁보다는 시장의 공정성 확립에 무게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이 만든 경제개혁 공약이 우선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3년여 전부터 박 당선인에게 정치와 정책 분야를 조언해왔다. 기존 순환출자 제한 등 대기업 개혁 부분을 두고 박 당선인과 갈등하며 사퇴 논란까지 불러일으켰지만, 대선 막판 에 전격적으로 당무에 복귀하면서 박 당선인이 앞으로도 그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김광두 새누리당 힘찬경제추진단장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서강대 교수인 그는 당선인의 오래된 정책전문가그룹 중 핵심 멤버로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장을 맡으며 정책을 다듬어왔다. 박 당선인은 세금을 더 걷는 증세 등이 필요할 경우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관해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한 만큼 인수위 때부터 이 기구가 신설될 것이란 관측이 있다.
 
네 번째는 정치개혁이다.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야당의 흑색선전과 관련해 “잘못된 정치야말로 국민의 행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며 여러 차례 정치개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 시대는 강도 높은 국회·정당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 강력한 정치 개혁 요구에 호응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출발 조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특히 ‘개혁’을 화두로 내건 이상 여의도 국회도 정치개혁의 파고를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제난에 따른 고통분담 차원에서 여야 합의로 국회의원 정수를 10% (30명 수준) 줄이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 세비를 30% 삭감하는 방안도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강도 높은 정치개혁 예고돼

박 당선인은 정당 개혁과 관련해 “그동안 각 정당이 상향식 공천을 도입했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여야가 동시에 국민참여 경선 제도를 도입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의 공약인 기초단체장·의원 정당 공천 폐지도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공천 금품 수수시 수수 금품의 30배 이상을 과태료로 물리고 공무담임권 제한기간을 20년으로 늘리는 등 강력한 공천 비리 대책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정당개혁, 국정개혁은 대통령직속의 ‘국정쇄신정책회의’를 통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통해 집권하면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정쇄신정책회의릍 설치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국정쇄신정책회의는 박 당선인이 약속한 정치쇄신공약 중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대통합 탕평인사, 민주적 국정운영, 국회와의 협력강화, 기회균등위원회 설치, 검찰개혁 등과 관련한 국정쇄신 과제를 선정하고, 과제별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국정쇄신정책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이 되고, 관련 행정부처 장관과 국무총리실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이 참여하게 되는데, 각계의 전문가와 계층·세대·이념·지역 등을 대표하는 시민대표, 특히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도 3분의 1 이상 포함해 국민의 뜻이 반영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지난 20일 당선인사말의 마무리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그 길에 국민 여러분들이 늘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고 부탁했다. 박 당선인이 약속한대로 이같은 개혁구상이 성공을 거두어야 국민도 행복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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